최근 대형 유통기업이 앞으로 수백 곳의 점포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단지 유통기업만 이런 상황인 것도 아니다. 대형 금융사, 기존 미디어, 자동차 메이커…. 대부분의 전통기업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이 어려움을 겪는 건 소비자가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 소비자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경험과 제품, 서비스를 요구하며 `나에게 맞춘` 제품과 서비스에 지갑을 연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투명하게 평가한다.
물론 이런 상황에도 눈에 띄는 기업은 있다. 이들은 인공지능(AI)이나 머신러닝 등 디지털 기술로 소비자의 달라진 욕구를 충족시키고 또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소비 경험을 선사한다. 그러면 기존 기업도 이렇게 하면 될 것 아닌가. 시도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잘되지 않는다. 이들은 실패 이유를 기술 장벽에서 찾는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존의 사업하는 방식을 어떻게 다시 디자인하느냐다.
`디지털 시대에는 이래야 한다`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시장을 선도하는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 즉 구글·넷플릭스·아마존·텐센트 등이 채택한 사업 모델이나 방식은 분명 기존과는 다르다. 필자는 이런 기업을 생체공학적 기업, 즉 `바이오닉 기업`이라고 부른다. 바이오닉 컴퍼니는 다음 세대 소비자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내부적으로 기계와 AI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완성도와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바이오닉 기업은 다섯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케 하는 기업의 환경 및 사업 모델이 중요하다. 기존의 중앙 집중형 연구개발(R&D) 기능이 아니라, 자율성을 가진 몇 백 개 팀이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둘째,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이를 통해 의사 결정을 하는 역량을 갖춘다. 셋째, 주요 업무 프로세스를 소비자와 시장 중심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 시스템이다. 이는 완벽히 모듈화된 동시에 수평적으로 결합돼 범용성이 있되 동시에 개별 기업 맞춤이 구현되는 기술 플랫폼이다. 넷째,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실행하는 것이 아닌 일을 디자인하며 스스로 평가하고 또 과정을 혁신할 수 있는 디지털형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장 변화에 유연히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 구조, 즉 애자일이 가능한 플랫폼형 조직 모델과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결국 핵심은 사람이다. 바이오닉 기업의 저력은 사람의 창의성을 얼마나 촉발시킬 수 있는가에 있다. 기술은 도울 뿐이다. 또한 자율적인 팀들이 같은 지향점을 향해 움직이도록 하는 목적의식(purpose·왜 이 일을 하는가)과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