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조직 전반에 걸쳐 애자일 업무 방식을 확대 적용할 때 종종 간과되는 분야 중 하나는 예산관리이다. 거버넌스 및 자금조달 프로세스의 전면적인 혁신이 혁신 프로그램에 포함될 때조차 예산관리는 재무관리상의 중심적인 역할 때문에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여겨진다. 이것이 안타까운 이유는 애자일 방식의 주요 효과 중 하나가 비즈니스상의 우선 과제들에 역량을 배분하는 것이며, 이는 다름아닌 우수한 예산관리의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편, 북유럽을 중심으로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Beyond Budgeting이라고 하는 접근방식을 채택해왔는데, 그 원칙과 목표는 특히 조직의 칸막이 현상 타파, 직원 자율성 촉진, 직원 성과 및 만족도 개선의 측면에서 애자일 방식과 비슷하다. Beyond Budgeting Institute의 웹사이트에 명시되어 있듯이, Beyond Budgeting의 목표는 ‘(연예산 프로세스를 핵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지휘 통제 관리 모델’과 관련된 ‘관리 문화 및 성과 관리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애자일 방식과 Beyond Budgeting은 비즈니스 어질리티 개선이라는 동일한 목적지로 향하는 두 가지 길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방식을 함께 적용한다면, 전통적인 기업 경영의 마지막 보루를 열어 새로운, 궁극적으로는 훨씬 더 생산적인 업무 방식으로 발전하는 동시에 예산관리를 건설적인 변화의 동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애자일, BEYOND BUDGETING, 변화의 도전과제
애자일 매니페스토(Agile Manifesto)는 12개 원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기 1 참조) 초기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중심이었던 애자일 매니페스토는 협업을 통한 일처리를 위해 설계된 업무 문화 및 방식을 명시한다. 확대 적용되는 애자일 방식의 목표는 기업이 기업의 목표와 관련해서는 일관성을 가지나 목표 달성 방식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자율성을 가진 여러 팀들 혹은 팀들의 팀들로 직원들을 재조직함으로써 기업의 운영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기업에 있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제대로만 한다면, 애자일 혁신은 내부 프로세스에서 기술 인에이블러, 직원들의 상호 작용 방식에 이르는 모든 것들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 인센티브, 커리어 패스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어떤 기업들은 애자일이라는 기치를 걸고 조직의 변화를 단행하지만 애자일의 핵심인 일관성을 위한 새로운 거버넌스 프로세스 수립 등과 같은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지 않는다. 다른 기업들은 애자일 업무 방식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설계하지만 고위 경영진은 기존의 방식을 고수한다. 또 다른 기업들은 일부의 기능과 프로세스는 애자일 방식으로 바꾸지만 일부의 기존 업무 방식은 유지한다.
애자일 방식의 효과가 사라지는 경우는 상품 혁신 등의 애자일 팀워크의 결과가 예산관리 및 신중하고 오래 끄는 경영진 승인과 같은 전통적인 운영 프로세스와 충돌할 때이다. 직원들이 새로운 업무 방식을 채택해도 결국에는 기존의 번잡한 자금조달 절차에 부딪히게 된다. 초기의 열정은 사그라든다. 조직의 변화는 비선형적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기업이 효과를 누리려면 변화의 임계량에 도달할 필요가 있다.
(애자일과 대략 같은 시기에 탄생한) Beyond Budgeting도 12개 원칙을 바탕으로 한다. 6개는 리더십에 관한 것이고 6개는 경영 프로세스에 관한 것이다. (보기 2 참조) 이 원칙도 일관성, 자율성, 협업을 장려한다. 프로세스 원칙은 애자일 혁신이 해결코자 하는 이슈 중 상당수를 공유하며, 두 접근방식 모두 궁극적으로는 가치와 목적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새로운 문화를 필요로 한다. 애자일과 Beyond Budgeting 간의 주요 차이점은 전자는 작업 현장에서 상부로 (팀을 통해) 변화를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반면, 후자는 조직의 최상부에서 핵심 프로세스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예산관리로 가능한 일에 대한 재고
기업의 많은 프로세스들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예산관리 체제는 몇 가지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예산편성은 일년에 한 번만 이루어진다. 향후 12개월의 수입 및 비용은 엄격한 정확성을 바탕으로 명시된다. 사소한 편차도 반드시 소명되어야 하는 문제로 간주된다. 직원들은 출장부터 문구류에 이르는 모든 비용에 대해 세세하게 관리받는다. 성과는 수치 달성에 그치고, 목적, 가치, 협업은 이에 압도되거나 간과된다.
예산관리는 오래된 경영 기술이다. 백 년 전, 예산관리는 조직의 성과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 오늘날, 서비스 및 정보 위주의 경제 상황에서 기업은 예전과는 매우 다른 인력 및 비즈니스 관련 니즈를 갖게 되었으며, 이는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더욱 강화되었다. 예산 통제를 통한 경영은 가능한 최상의 성과를 달성하는 데 있어 장벽이 된다.
애자일은 현장에서 (팀을 통해) 상부로 변화를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반면, Beyond Budgeting은 조직의 최상부에서 핵심 프로세스부터 시작한다.
문제의 큰 부분 중 하나는 전통적인 예산관리가 세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다루려고 한다는 점이다. 첫 번째 목적은 재무, 영업, 생산 등에 관한 목표 설정이다. 두 번째 목적은 수익, 비용, 현금 흐름 등의 주요 성과 척도를 예측하는 것이다. 셋째, 예산은 자원 배분과 지출 및 투자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 가지 모두에 하나의 프로세스를 적용하는 것은 효율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이러한 목적들은 사실 서로 매우 달라 목표와 조직 관련 파급효과가 다르다. 목표는 희망사항이다. 즉, 우리가 발생하기를 원하는 사항이다. 예측은 예상이다. 우리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항이다. 또한, 자원 배분은 희망사항을 실현하기 위해 자원을 최적화하는 것과 관련된다.
예를 들면, 자본 및 영업 비용을 위한 자금은 어떠한 기업에 있어서든 생명선과 같으며, 이는 어떠한 기업 부서 또는 사업부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관리자들은 사람일 뿐이며 이러한 사람들이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들은 전년도 지출과 같은 요소들은 당해년도의 예산편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제출하는 수치가 많은 경우 목표치로 되돌아오며 상여금 결정에 이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프로세스는 관리될 수 있지만, 관리자들이 제출하는 수치가 예측에도 사용될 경우에는 그 숫자들이 부풀려지거나 낮춰졌을 가능성이 있고 또는 둘 다 이루어졌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 가치를 신뢰하기 어렵다.
예산관리 개선 방안
물론, 해결책은 예산관리의 세 가지 목적을 분리하는 것으로, 바로 이것이 Beyond Budgeting의 핵심 원리이기도 하다. (보기 3 참조) Beyond Budgeting은 관리자가 목적(목표 설정, 예측, 자원 배분)에 따라 다른 수치를 사용하여 각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게 한다. 기업은 목표치를 훨씬 더 고무적이고 견실하게 만들 수 있고, 예측에서 정치적 요소를 제거할 수 있으며, 더 효과적으로 자원을 분배할 수 있다. 또한 달력에 따라서, 그리고 기업이 종사하고 있는 비즈니스를 고려했을 때 예산의 목적에 합당한 일정에 따라서 세 가지 프로세스 각각을 관리할 수도 있다.
목적의 분리는 훨씬 더 큰 논의를 촉발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목표를 설정할 때 관리자들은 진정으로 지식 근로자의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해볼 수 있다. 예측에 있어서는, 지원 부서 또는 사업부 편향성뿐만 아니라, 이런 저런 방향으로 수치를 몰아갈 수 있는 기업내의 정치적 요소도 근절할 수 있다. 자원 배분은 일관성과 자율성(애자일의 양대 기본 원칙)의 핵심에 관한 것이다. 모두가 동일한 목표를 중심으로 일관된 입장을 취하고 각 팀이 목표 달성을 위한 최상의 방법을 결정하는 데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면 기업은 세부적인 출장 예산이 굳이 필요할까?
궁극적으로는, 두 접근 방식 모두 가치와 목적을 중심으로 구축된 새로운 문화를 필요로 한다.
세계 각국에 약 700개의 지점을 보유한 스웨덴 은행이자 Beyond Budgeting의 개척자인 한델스방켄의 사례를 살펴보자. 한델스방켄은 1970년부터 어떠한 예산, 개별 목표 또는 상여금 없이도 (타은행 대비 은행의 성과에 따라 결정되는 금액으로 전직원에게 적용되는 공통 상여금 시스템 보유) 놀라운 성과를 거두워왔다. 비용 통제는 자율과 투명성을 통해 달성되며, 지점은 자기자본이익률, 비용수익비율, 고객만족도 등의 척도에 따라 벤치마킹된다. 은행은 1972년 이후 매년 경쟁사 평균보다 높은 성과를 보여왔다. 이 은행은 유럽에서 가장 비용효과적인 겸업은행 중 하나이다. 난관에 처한 적이 없기 때문에 구제금융이 필요한 적도 없었다. 이처럼 장기간에 걸친, 이토록 우수한 성과는 완전히 다른 경영 모델로 이루어진 것으로, 결코 우연일 수 없다.
30여개국에 진출하여 연매출이 650억 달러에 육박하는 스칸디나비아 최대 기업, 에퀴노르(구 스타토일)의 예를 살펴보자. 에퀴노르의 경영진은 2005년에 전통적인 예산관리를 버리고 분리형 접근방식을 택했다. 자본 투자(매년 100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에 달할 수 있음)는 전통적인 세부적 예산에서는 연단위로 수립되지 않는다. 사업부는 수시로 프로젝트 승인을 요청할 수 있다. 의사결정은 두 가지 요소, 즉 (전략, 재무, 기타 기준에 따른) 프로젝트 품질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과제에 대한 기업의 현 재무 및 조직 역량에 근거해 이루어진다.
역량 관련 질문에 대한 답은, 정해진 일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필요시에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예측에 의해 좌우된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에퀴노르가 현재의 평가와 전망을 바탕으로 새로운 과제를 승인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회사는 연간 세부 예산 없이 영업 지출액을 관리하며, 그 대신 경비지출속도(Burn rates), 벤치마크 목표(가능할 경우 동종기업과의 비교), 단위원가 목표 등 일단의 대안적 메커니즘을 이용한다.
Beyond Budgeting은 아직 글로벌 기업 커뮤니티에 파고들지 못했으나 팬데믹을 계기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다수의 기업들이 확대적용된 애자일 방식의 혁신을 시도했으며, 상당수는 대체로 성공했다. 그러나, 애자일은 여전히 많은 경영팀에 있어 만만치 않은 도전과제로 남아있다. 불확실한 팬데믹 후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 성과와 고객 및 직원 참여도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진보적 리더들에게 다음의 두 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Beyond Budgeting은 기업의 재무 센터 혁신에 있어 절실히 필요한 개선사항들을 애자일에 제공할 수 있을까? 애자일 업무 방식은 Beyond Budgeting을 재무 분야 외에서도 그 창설자들이 구상했던 광범위한 조직적, 문화적 변화를 창출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