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참전용사 존 보이드 미국 공군대령은 몇몇 전투기 조종사들의 적군 격추율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점에 주목했다. 보이드의 관찰에 따르면 에이스 조종사들은 같은 조건에서도 남보다 민감하게 관찰하고 신속히 방향을 설정했다. 더불어 결정과 실행 속도도 빨랐다. 탐색에서 실행까지 이르는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꾸준히 단축해 전투의 속도(템포: Tempo)를 높여 적군의 허를 찔렀던 것이다.

보이드는 “이 모든 단계가 빈틈없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면 경쟁자의 대응률은 0%로 바닥을 친다”며 “템포가 빠른 자는 적군을 파괴해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잇따른 파괴적 혁신에 코로나19 사태까지, 인류 최대 불확실성에 직면한 비즈니스 환경에 이를 적용해 본다면 어떨까. 민첩하고 민감하며 공격성까지 확보한 기업이나 조직은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경쟁자를 옥죌 것이다.

오늘 필자는 비즈니스 버전으로 4단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탐색(Scan), 방향 설정(Orient), 결정(Decide), 실행(Act)의 앞 글자를 딴 `SODA`를 한 단위의 템포로 정의하고, 템포가 비즈니스라는 전쟁터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역량이라고 강조한다.

앞서가고자 하는 조직은 경쟁구도를 체계적으로 `탐색(Scan)`해 새로운 기회와 파괴 지점을 찾아야 한다. 알리바바는 매일 1페타바이트 이상의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고객 행동 패턴을 탐색한다. 이를 통해 외부 상황에 대한 주시를 유지하고, 안일한 대처에 수반되는 돌발 상황도 영리하게 피해간다.

`방향 설정 (Orient)`은 탐색에서 관찰된 신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흩어진 점을 잇는 단계라고도 볼 수 있다. 즉, 변화에 따른 기회와 리스크가 무엇이며 `블랙스완`은 어디에 도사리고 있을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잠재적 기회와 리스크를 예상할 수 있는 팀과 역량이 필요하다. 이어서 `결정 (Decide)`과 `실행 (Act)`이 신속하려면 리더는 일관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며, 조직원은 이를 신뢰해야 한다. 각 팀의 방향은 이미 경쟁의 장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리더라면 조직별 미션을 전사적 전략과 연계하는 것도 필수다.

네 요소가 반복적으로, 빠르게 돌아갈 때 조직은 환골탈태하게 된다. 무엇보다 전문성이 쌓이게 되면 4단계에 걸친 템포가 빨라져 최상의 전투력을 갖게 될 것이며 전보다 훨씬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과거엔 패스트 폴로어 전략의 한 축으로 누군가를 카피하며 `빨리빨리` 움직이는 게 대한민국 미덕이자 문화였다. 그러나 지금은 따라할 절대적 존재도 없다. 그저 자기만의 방향 설정해 거침없이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템포 우위의 혜택이자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최상의 장기 보험이라고 필자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