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트레이딩’ 및 ‘헤지 전략’은 항공사에서 비용 통제를 위해 오랫동안 사용해 온 친숙한 수단이다. 하지만 연료 가격이 빠르게 상승할 때는 오히려 실행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더욱이, 이 같은 전략은 항공사가 지속 가능성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항공사는 연료비를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수단이 필요하다. 연료비는 인건비 다음으로 항공사 운영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으로,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 1년간 연료비가 2배 이상 상승하면서, 항공과 같은 저마진 산업에서는 수익성 압박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재무평가의 관점을 넘어서면, 항공사는 비행기 조종석과 객실을 살펴보고 ‘행동 헤지’ 전략을 발견할 수 있다. 간단하면서도 비용이 들지 않는 개입, 이른바 ‘넛지’ 전략을 통해 항공사 고객과 임직원이 스스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더 나은 습관과 의사 결정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행동 헤지’ 전략으로 기존의 ‘연료 헤지’ 전략을 보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항공 산업은 이미 곳곳에서 넛지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코펜하겐 공항(Copenhagen Airport)은 고객들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탑승할 수 있도록 간판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또 다른 실험 케이스로, 버진 애틀랜틱 항공(Virgin Atlantic Airways)은 비행기 이륙 전과 운행 중, 착륙 후에 조종사들의 연료 사용량을 모니터링했다. 발표에 따르면 총 8개월간 4만 번의 비행을 조사한 결과, 버진 애틀랜틱 소속 조종사들은 약 540만 달러의 연료비를 절감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1,500미터톤 이상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행기 조종사 출신의 브뤼셀 항공(Brussels Airlines) 비행 운영 부사장 및 전 임시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이먼 킨지(Simon Kinsey)는 버진 애틀랜틱 항공의 실험에서 크게 영감을 받았다. 그는 “우리 모두는 지속 가능한 항공을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다. 때로는 우리가 내리는 작은 결정이 산업 전체의 탄소배출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연상하기가 어렵다. 항공사는 다양한 조직구성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창의적인 ‘넛지 전략’을 통해 이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이는 비용이 적게 들지만, 상당한 영향력을 낳는 방법이다.” 하고 말했다.

그렇다면 연료 소비를 줄이는 데 넛지 전략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버진 애틀랜틱 항공의 실험은 비행 계획 및 출발 전 준비부터 기내 운영, 지상 착륙까지 비행의 전 과정에 걸쳐 조종사들에게 연료 소비 절감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버진 애틀랜틱 항공 운영 부사장인 필립 마허(Philip Maher)는 “이 실험은 간단하면서도 비용 효율적으로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넛지’의 힘을 강조한다. 동시에 어떤 것이 효과가 있고, 어떤 것은 없는지 결정하는 데 있어 실험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하고 말했다.

조종사만이 연료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연료 소비 절감을 위한 넛지 전략은 조종사 외 크게 세 부류의 핵심 플레이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운항관리사와 승무원, 그리고 승객이다. (보기 참조)

항공 산업에 지금 필요한 것은 '연료 비용 헤지'가 아닌 '행동 넛지 전략' 1

 

[1] 운항관리사

 

운항관리사는 안전한 비행이 보장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조종사와 협력해 악천후나 기타 우발적인 상황에 대한 보호수단으로 항공기에 적재할 재량 연료의 양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때 재량 연료 양의 측정은 조종사나 운항관리사에 따라 매우 차이가 클 수 있다. 그러나 풍부한 데이터 접근 가능성과 고도의 분석력에도, 대다수 운항관리사는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을 위한 간단하면서도 비용 효율적인 넛지 전략으로는 추정치 측정에서 관리 가능한 질문 매뉴얼을 제공하여 의사결정을 단순화하는 것이 있다. 또 다른 전략에는 인공지능(AI)으로 구성된 비행 계획 시스템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협업”을 구현해 운항관리사가 책임 있는 휴리스틱스(Heuristics,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의사 결정 방법)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고도의 정확성에도 불구하고, AI는 직원들이 의사 결정의 자율성을 침해 받는다고 느끼는 문제 때문에 많은 상황에서 반대에 부딪힌다. 이 같은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 항공사는 항공편의 날짜와 시간을 기준으로 특정 노선의 과거 평균 연료 사용량을 운항관리사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정확한 지침은 운항관리사들의 분석적 사고 방식에 호소하는 방법이며, 행동 심리학자 다니엘 카네만(Daniel Kahneman)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에서 묘사한 ‘시스템 2’ 사고 방식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비행 계획 시스템을 통해 운항관리사의 추정치와 실제 연료 소비량을 비교할 수 있는 비행 후 요약 데이터를 제공하면 AI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고 운항관리사들의 ‘의사 결정 지능’을 높일 수 있다. 해운업의 경우 유사한 기관사 프로젝트에서, 승무원들에게 이전의 성과를 기반으로 매주 다른 연료 절약 목표를 제시한다. 이 같은 목표 설정은 긍정적인 피드백은 물론, 실제로 승무원들이 연료를 절감하는 성과를 보였다.

사회적 비교를 활용한 넛지 또한 AI 반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매월 소통의 자리를 마련해 AI 툴을 활용하여 연료를 절감한 지역 운항관리사를 조명할 수 있다. 비슷하게 항공사가 실제 항공 연료 소비량이 추정치의 5% 미만을 기록한 운항관리사의 케이스를 매달 혹은 분기별 분석 요약에서 보여줄 수도 있다. 이 같은 개입은 소매 유통 산업에서도 에너지 소비 절감에 효과가 있음이 입증된 바 있다. 에너지 사용량이 평가된 청구서를 받은 가구는 비슷한 조건의 다른 가구들과 비교해 에너지 소비량이 2%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2] 조종사

 

게이트에서, 조종사는 비행기의 보조 엔진을 작동하는 대신 지상 전원에 연결함으로써 연료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단일 엔진을 활용해 지상을 활주하고 연료 낭비가 되는 가속이나 감속을 피해 스피드를 최적화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저전력 이륙과 연속 하강 착륙을 통해서도 연료 소비 절감이 가능하다. 최근 델타 항공(Delta Air Lines) 연료 위원회는 몇 가지 절차 개선을 시행했는데, 여기에는 연간 연료 소비량 1,100만 갤런 감소를 목표로 하는 행동 넛지가 포함되어 있다.

조종사들은 대개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만의 의식이나 기술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는 매우 바꾸기 어렵다. 영향력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든 습관적 관성 때문이든, 조종사들은 가장 효율적인 연료 사용 옵션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일 비행에서 한 명의 조종사가 행동하는 것은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지만, 전체로 보면 이 같은 작은 결정이 누적되어 큰 영향이 된다. 예를 들어, 단일 엔진 비행기 한 대가 줄일 수 있는 연료 소비량은 단 60파운드다. 하지만 항공사의 모든 비행기를 고려한다면, 이를 통해 절감할 수 있는 양은 상당하다. 따라서 목표는 조종사들이 이 같은 전체적인 영향의 잠재적 규모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인명을 보호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진 숙련된 전문가로서, 조종사들에게 넛지는 유용한 제안이기 보다 엄중한 명령처럼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환경적 변화로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적 넛지’ 보다는, 그들의 자부심과 변화의 주체로서 개인적 감각에 호소하는 ‘교육 및 사회적 넛지’가 실질적인 행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크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에 관심이 있는 조종사들이라면 연료 절감보다는 탄소 배출량 감소를 더 잘 수용할 것이다. 항공사는 연료 절감을 위한 지속적인 행동이 낳은 전체 연간 탄소 감축량 보고서를 제공해 조종사들에게 넛지를 적용할 수 있다. 혹은 일반적인 개인은 약속에 따라 행동한다는 ‘행동 이론’을 적용하여, 조종사들이 친환경적 결정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녹색 서약’에 서명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사회적 비교를 통한 넛지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공사는 조종사들의 연료 절감량을 동료와 비교한 보고서를 제공할 수 있다. 조종사들이 이 같은 넛지를 반기지 않을 것이라 예상할 수도 있지만, 존 리스트(John List)의 『전압효과: 좋은 아이디어를 위대하게 만드는 방법』에서 언급한 실험에 따르면, 조종사들의 79%는 이러한 이니셔티브를 원한다고 답했고, 단 6%만이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3] 승무원

 

기내에서 승객의 안전과 편안함을 책임지는 승무원은 궁극적으로는 가장 자주 비행기를 이용하는 사람이다. 개인 소지품과 비행기 운항 필수품을 포함해 승무원이 기내에 반입하는 물품의 양은 연료 소비에 의미 있는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유나이티드 항공(United Airlines)은 35파운드 중량의 종이문서 비행 매뉴얼을 아이패드(iPad) 전자문서로 교체하면서 연간 수십만 갤런의 연료를 절약했다.
승무원의 수하물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는 항공사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매우 가벼운 여행 가방, 재킷, 물병 등을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마찬가지로, 공항 휴게실에서 승무원들에게 맛있는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여 장기 여행에서 무거운 음식 가방을 챙기지 않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넛지는 윈-윈-윈(win-win-win)이나 마찬가지다. 연료 효율성도 높이고, 특전을 제공하면서 전반적으로 직원들의 비행 경험을 개선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4] 승객

 

승객은 비행에서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행위자일 수 있지만, 그들의 행동과 선택에서 작은 변화가 중요한 영향을 만들 수 있다. 맑은 날씨에 기내 창문 가리개를 내리는 것은 냉각을 위한 보조 엔진의 시동을 지연시키므로 연료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델타 항공처럼 비행기가 목적지에 다다르면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창문 가리개를 내려 달라고 부탁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항공사는 창문 가리개를 내렸을 때 완전히 드러나는 이미지나 만화 등을 만들어 승객의 행동을 게임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넛지는 비용도 적게 들 뿐더러 승객들에게 부담도 주지 않는 효율적인 방식이다. 실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Amsterdam Airport Schiphol)은 파리 모양의 그림을 소변기 바닥에 새겨 넣어 목표물을 명중하게끔 장치를 넣어 두었다. 이 간단한 장치를 통해 소변이 변기 옆으로 새는 양의 80%를 줄였으며, 청소 비용을 8%가량 줄일 수 있었다.

항공사들은 전통적으로 수하물 가격을 높이고 엄격한 무게 제한을 설정해 수하물 무게를 줄이려고 애써왔지만, 비재무적인 관점의 넛지는 승객들이 직접 자신의 결정이 어떻게 연료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진정한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체크인이나 예약을 할 때 항공사는 승객에게 수하물 1파운드당 탄소 배출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혹은 승객이 기내식 서비스를 선택하지 않았거나 가방 하나만 갖고 탑승했을 경우 추가 비행 포인트나 우선 탑승권을 제공할 수 있다.

 

 

6가지 제안

 

연료는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원자재지만, 연료의 사용은 행동 헤지와 의사 결정을 통해 효율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다. 다음과 같은 제안을 따른다면 저비용으로 고잠재력을 가진 넛지를 실행할 수 있다.

  • 연료 소비 사이클의 모든 과정과 연료 사용의 핵심 동인을 도식화한다.
  • 주요 행위자들이 만든 의미 있는 연료 절감 의사 결정을 분석한다.
  • 연료 절감 행동을 방해하는 잠재적인 행동 편향과 장벽을 구별한다.
  • 올바른 방향으로 행동과 결정을 이끌 수 있는 넛지를 고안하는 데 창의성을 발휘한다.
  • 개입의 영향력을 측정하고 결과에 기반해 다듬을 수 있도록 작은 실험을 수행한다.
  • 영향력과 효과를 계속해서 측정하면서, 소규모 시범 케이스로 성공적인 개입을 시작한다.

연료 경제는 재무 전문가들만 보고 있기에는 너무 중요한 문제다. 항공사는 이제 저비용으로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단순 행동 헤지를 통해 전통적인 연료 헤지 전략을 보완할 수 있다.

 

 

 

항공 산업에 지금 필요한 것은 '연료 비용 헤지'가 아닌 '행동 넛지 전략' 2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