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언제 빠져나오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긴 싸움을 예감해서일까. “그저 버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기업의 경우 매출 하락을 방어하며 공격적인 인수·합병도 동시에 고려해야 할 때가 왔다. 바로 직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떠올랐다. BCG의 연간 보고서 `50대 혁신기업`에 따르면 2007년 혁신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겁내지 않고 혁신이라는 항목에 많은 투자를 단행했다. 경기가 회복하면서 5년래 경쟁자를 저만치 따돌렸고, 연간 4% 증가한 총주주수익률을 기록했다.

갑자기 이들에게서 `올라운드 플레이어(all-round player)`의 모습이 겹쳐졌다. 활동 폭이 넓어 공격수인지 수비수인지 구분이 모호해 어느 포지션에 있어도 능수능란한 축구선수. 강인한 체력과 기술로 무장해 구단의 러브콜 1순위를 받는 이들이다. 위기에도 급진적 성장을 이룬 기업은 수비에도 공격에도 모두 능수능란했다. 이들 기업의 고난 극복 비결을 수비와 공격에 대입해봤다.

위기를 방어하고 경기 흐름을 우리 팀에 유리하게 바꾸는 게 수비의 목적이라면, 절감을 넘은 차별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예산을 삭감할 것이 아니라 위기 후 현실을 반영해 가장 가능성 있는 시도에 예산을 할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포트폴리오 변화는 그 첫 단추다. 여력이 있다면 특정 인력 고용도 고려할 만하다.

필자는 데이터 과학·분석 또는 제품 관리 분야에서 우수 인력을 찾지 않는 임원은 만나본 적이 없다. 지금이야말로 뛰어난 인력으로 오랜 기술 격차를 해소할 때가 아닐까. 아울러 원격근무를 비롯해 유연한 근무 형태가 도입됐다면 이번 기회에 조직 문화를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아보는 것도 좋다.

경기 흐름이 팀으로 넘어왔다면 골문을 향해 질주할 때다. 기존 사업모델을 바꿔 보자. 못 바꾸면 이미 새로운 사업모델을 활용할 사업자를 인수할 정도로 배짱을 부려야 한다. 위기 상황에는 잠재력 있는 사업자가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Disney+)는 기술 업체 뱀텍(BAMTech)과 스트리밍 플랫폼인 훌루(Hulu) 인수를 통해 영입한 인력과 역량을 활용해 급성장 중이다. 이래야 뜻밖의 득점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위기 속에서 대담하게 변신하는 것은 장기적 성장의 초석이기 때문이다.

1930년대 대공황은 고난이었으나 한편으론 열렬한 혁신의 시기이기도 했다. 헬리콥터, 제트엔진, 캔맥주, 자외선 차단제, 나일론 등 셀 수 없는 발명품이 탄생했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코로나19도 언젠간 과거가 될 일이며 교훈을 남길 것이다. 올라운드 플레이어 기업에 대해 역사는 그를 승리자로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