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북미의 은행 산업이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데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금리는 상승 중이지만, 물가 역시 상승 중이다.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지속됐던 강세장 이후 대부분의 주요 시장에서 불확실성과 의심이 낙관주의를 대체하고 있다.

 

현재 많은 금융기관들이 높은 금리 덕분에 수익성이 보장되던 예전의 좋은 시절로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지만 지금은 안주할 때가 아니다. NII(Net Interest Income: 순이자수익)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 효과는 영업비용 상승과 비관적인 리스크 전망으로 인해 상쇄되거나, 심지어 줄어들 수도 있다. 동시에, 지난 몇 년 동안 은행이 겪어왔던 여러 압박들은 규제 환경과 경쟁 심화로 인해 계속될 것이다.

향후 몇 년 동안, 이런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 금리 환경의 개선으로 얻은 이익을, 그동안 많은 기관들이 미뤄왔던 변혁을 위해 투자금으로 활용하는 은행이 승자가 될 것이다.

 

 

고통스러운 쇠락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은행업은 수익성이 매우 높은 산업이었다. 유럽과 북미의 자산 기준 15개 대형 은행 표본을 살펴보면, 약 15%의 세후 RoE(Return on Equity: 자기 자본수익률)를 꾸준히 기록했다. TSR(Total Shareholder Return: 총 주주수익률) 역시 시장 평균을 (특히, STOXX Europe 600과 S&P 500) 지속적으로 상회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2008년 유럽과 북미의 RoE는 잠깐 동안 약 -2%로 하락했고, 그 후 13년 동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2020년과 2021년에 평균 RoE는 유럽에서 5%, 북미에서 10%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어떤 유럽 은행도 STOXX Europe 600의 TSR에 근접하지도 못했다. (보기 1 참조) 북미 은행은 TSR 중간값이 S&P 500의 궤적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며 유럽 은행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나은 실적을 보이기는 했지만, 시장보다 나은 실적을 보이는 것은 최상위 사분위에 속한 기업들 뿐이다.

은행업의 오랜 침체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이는 유럽과 미국 은행의 일부만 살펴봐도 명확해진다. (보기 2 참조)

유럽과 미국은 모두 오랫동안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리를 경험했다. 이로 인해 NII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유럽 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의 장기 재융자 프로그램처럼 안정성을 지원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개입 조치는 완충 장치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조치들은 NII를 온전히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불리한 금리 환경이 저조한 은행 실적의 주요인으로 지적되는 경우가 많지만, 전체 그림은 그보다 더 복합적이다.

 

금리 인상, 침체된 은행 산업에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1

 

큰 영향을 미친 다른 요인 중 하나로 은행들이 높은 수준의 자본과 유동성을 유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규제의 변화로 생각할 수 있다. 이 규제는 금융 시스템의 회복탄력성을 개선했지만 은행의 수익성을 약화시켰다. 규제 강화는 또한 투자은행과 자본시장 활동 및 관련 수수료의 붕괴를 촉발했다.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은행의 파생 및 트레이딩 자산의 상대적 재무상태표 규모는 10~15%포인트 감소했다.

이런 압박에 직면한 은행들은 비용을 새로운 수익 수준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낮추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준법 및 규제 비용은 계속해서 상승했고 대부분의 은행들은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따라잡기 위해 상당한 투자를 디지털 역량 확보에 집중해야 했다. 보다 단호한 조치를 취했던 미국 은행에 비해 유럽에서는 비용 절감의 진전이 어려웠다. 두 시장 모두 치열한 경쟁 환경이었기에 은행이 고객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힘겨운 시기가 지난 후의 금리 상승이, 은행들이 새롭게 시작하기에 적절한 상승 효과를 제공할 수 있는지는 확인해봐야 할 것이다.

 

금리 인상, 침체된 은행 산업에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2

 

 

일시적 완화 조치(가능성 높음)

 

금리는 유럽에서 2022년 말 2.5%에 달했는데, 6월 이후 250bp의 상승을 보이며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유의미하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연방 기준금리 범위 가 4.25%~ 4.50%로 상승해 2022년 3월 이후 425bp 증가했다. 하지만 유럽과 북미 모두 머지않아 경기가 둔화될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여전히 인플레이션 급상승 주기에 갇혀 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실물 경제가 실제로 둔화되면 은행은 매우 복잡한 운영 환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금리는 단기적인 손익 완화 조치의 역할을 함. 은행의 NII는 2021년 말 데이터 기준 유럽과 북미에서 각각 평균 20%에서 40% 상승할 수 있다. (보기 3 참조) 간단히 말해,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은행 대출(과 관련 헤지)이 고금리 환경에서 저축 및 예금 계좌보다 더 빠르게 가격이 재조정(repricing)되기 때문이다.

2022년 4분기 수익보고서를 보면 이런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수익은 단기 (6~12개월)에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 고객들이 무이자 계좌에서 정기 예금으로 바꾸는 등 고객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로 인해 은행은 점점 더 금리 상승으로 인한 혜택을 은행의 계좌 보유 고객들에게 넘겨야 할 것이고, 상품 포트폴리오 내에서 커지는 변동성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이런 효과는 디지털 도입 증가로 투명성이 개선돼 고객들이 계좌 혹은 심지어 거래 은행을 바꾸는 것이 더 간단해짐에 따라 이전 주기 보다 더 빠르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높은 대출 금리는 대출 수요를 줄여 예대 마진 이익의 일부를 상쇄할 것이다. 이런 영향은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 미국 등 몇몇 모기지 시장에서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어두운 거시 전망은 금리 상승으로 얻은 대부분의 이익을 쉽게 상쇄할 수 있다.

 

금리 인상, 침체된 은행 산업에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3

 

인플레이션과 어두운 거시 전망은 손익에 압박이 됨. 물가 상승으로 인해 임금 및 기타 운영비(예: IT, 데이터 및 기타 타사 공급업체 비용 등)가 증가하면서, 은행은 인플레이션이 비용 기반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할 것이다. 호황이었던 2021년과 험난했던 2022년을 지난 후, 약세장의 전망이 수수료 수입을 감소시킬 수 있다. 경기침체 가능 성은 은행의 리스크 전망에 영향을 미쳐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높이고, 기관들은 대손 충당금을 추가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이런 압력은 금리 상승으로 누린 중단기적 완화 효과를 쉽게 상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행이 기대한 상승 효과를 얻었다고 가정했을 때(유럽에서 평균 20%, 북 미에서 평균 40%의 NII증가), 인플레이션과 시장 환경에 약간의 악재만 있어도 이 상승분을 제거해버릴 수 있다. 영업비용이 5~10%(현재 물가상승률과 비슷한 수준) 정도로 약간 상승하고, 수수료 수입이 5~10% 감소하며 (시장 활동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복귀), 대손충당금이 2020년 수준의 50%에서 100%로 증가(충당금 적립 규모가 낮은 재무상태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잠재적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하기만 하면 된다.

 

 

은행이 지금 해야 할 일

 

완화 대책의 효과가 단기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은행은 지금 가용한 모든 여유자금을 이용하여 실적 개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난 십 년 동안 성공적으로 운명을 바꾼 다른 은행들의 사례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던 14개 은행들을 살펴보면 이 중 대다수는 결국 사모펀드에 인수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년에서 10년 동안, 이 은행들은 평균 RoE를 -14%에서 약 12%로 성장시켜 2008년 금융 위기 이전에는 일반적이었던 수익률 범위 내에 안착할 수 있었다. (보기 4 참조)
이 은행들은 수익성 회복을 위해 어떤 대책을 취했는가?

이들이 가장 먼저 취한 가장 확실한 대책은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모든 은행들이 비용 대비 성능을 배가시키고, 지출을 면밀히 검토하고, 간소화하고, 가능한 한 낭비를 줄이며,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단을 모색했다. 또한 자본, 유동성, 투자금, 정규직 직원 등 부족한 자원을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하고, 명확한 수익성 기준에 따라 자원을 할당하고 수익 창출을 체계적으로 개선하며 이익을 최적화하는 등 철저한 규율을 따랐다. 경영진은 현재의 실적에 안주하지 않았다. RoE 궤적을 개선하기 위해 어렵 지만 필수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까다로운 결정(투자 철회 등)을 내리고, 끊임없이 실 적을 개선하고 관리하며, 고착화된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고, 실현 가능성과 그 영향 사 이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타협하지 않았다.

 

금리 인상, 침체된 은행 산업에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4

 

완화 대책의 효과가 단기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은행은 지금 가용한 모든 여유자금을 이용하여 실적 개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으로, 은행들은 과거에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던 기관들의 개선 사례를 교훈삼아 다음의 대책을 참고할 수 있다.

  • 계속 운영하고 확장시킬 분야, 철수할 분야 결정. 은행은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잔인할 만큼 솔직해야 하며 성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비즈니스와 시장, 경쟁 및 역량 장벽이 너무 높은 비즈니스와 시장에 대해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주력으로 선택한 분야에서, 은행은 임계치에 빠르게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이를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비유기적 옵션 역시 고려해야 한다.
  • 우선순위에 따라 자원 할당 방향 재조정. 자본, 유동성, 투자금, 운영 자원은 은행의 새로운 전략적 우선순위에 맞게 재배치되어야 하며, 모든 투자 이니셔티브는 수익성에 대한 높은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 비즈니스와 시장의 수익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 은행은 교차 판매와 기존 및 잠재 고객과의 거래 기회를 극대화하고 판매 및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에 집중해 파이프 라인이 양질의 리드(lead)로 가득 차게 만들어야 한다.
  • 린(lean) 운영모델 정의 및 철저한 비용 통제 실행. 비용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은 필수이다. 은행은 선택된 전략적 우선순위의 관점에서 모든 행동을 검토하고 꼭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줄이는데 집중해야한다.

은행은 금융 위기 이후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왔다. 하지만 이제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고금리의 순풍은 일시적으로 숨통을 트이게 해 줄 것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저조한 실적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 기회가 제공하는 잠깐의 쉴 틈을 이용해 경로를 전환하고 핵심 변혁을 가속화해야 할 것이다.

 

 

 

금리 인상, 침체된 은행 산업에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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