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세계 거시경제 붕괴를 불러오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미국 및 여타 국가에서 심각한 실업으로 인해 대공황 이후 유례 없던 수준으로 실업률이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위기를 억제하기 위한 재정적 조치로 인해 적자 수준이 세계 2차대전 기간에 마지막으로 경험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두려움을 야기했고, 코로나19 위기가 불황 또는 부채위기로 진전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대공황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1미국이 대공황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2

 

그렇다고 비관적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일까? 코로나19가 주는 충격의 강도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생산량 감소의 정도와 속도는 전례가 없으며 무서울 정도이다. 또한, 국가 경제가 과거의 성장 궤도 또는 성장률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 코로나19 사태는 구조적인 거시경제적 여파를 남기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심각한 거시경제적 충격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이는 불황이나 부채위기 같은 구조적인 경제체제의 변동(structural regime break)과는 거리가 멀다.

물가 안정성은 지켜볼 필요가 있는 변수이다. 물가 안정성은 순조로운 거시경제 체제의 핵심이다. 불황이나 부채위기는 각각 극단적인 디플레이션 또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여 경제의 정상적인 기능이 붕괴되게 하는 특징이 있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안정화되어 왔으며, 이는 저금리 기조, 비즈니스 사이클 장기화,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물가 안정성이 약화되면 실물경제와 금융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을 얼마나 우려해야 하는 것일까?

구조적 체제 변동으로 가는 4가지 길

심각한 위기와 구조적 체제 변동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정책과 정치이다. 무능력 또는 정치적 의지부재로 인해 부적절한 정책대응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위기에 처한 경제의 악화 궤도를 막을 수 없다. 본고에서는 과거 사례를 이용하여 구조적 체제 변동까지의 4가지 경로를 기술했다.

1. 정책 오류

불황으로 향하는 첫 번째 경로는 정치인들과 정책입안자들이 개념적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 발생한다. 대공황이 전형적인 사례이다. 대공황은 엄청난 정책실패였으며 경제위기의 정도를 악화시켰을 뿐 아니라 그 기간과 여파도 강화했다. 아래와 같은 두 가지 개념적인 오해가 존재했다.

• 통화정책 오류와 금융시스템의 위기: 제한적 금융시스템 감독, 긴축 통화정책, 예금인출사태로 인해 1929년과1933년 사이에 수천 건의 은행 부도와 예금자의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 금융시스템 붕괴로 기업과 가계로의 신용 흐름이 약화되었다. 표면적으로 위기 대응을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913년 설립되었지만 연준은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때 통화정책 적용이 수월하리라 믿으며 방관했다. 현실에서는 연준이 개념적인 오류에 갇혀 있었다.
• 재정정책 오류와 긴축정책: 정치인들도 역시 경제의 출혈을 너무 오래 방치했다. 뉴딜정책이 불황을 예방하기는 너무 늦었고, 그 효과도 불황의 영향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37-38년에 긴축 재정정책이 재적용되면서 경제가 다시 붕괴했다. 결국 제 2차세계대전이 총수요를 진작하고 경제생산량을 불황 전 수준까지 되돌려놓으며 대공황을 결정적으로 종식시켰다.

이러한 정책실수의 결과로 20%를 훌쩍 뛰어넘는 심각한 디플레이션(물가 수준의 붕괴)이 초래되었다. 이는 실업률은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많은 자산의 명목가치는 급격히 하락하였으며 대부분의 부채부담이 급격히 증가함으로써 가계와 기업이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 정치적 의지

심각한 위기가 불황으로 발전하는 두 번째 경로는 경제 진단이 명확하고 그 해결책도 알려진 반면, 정치인들이 해결책 실행을 가로막을 때 발생한다. 이는 이해와 사고방식의 문제라기 보다는 의지의 문제이다.

관련 위험을 설명하기 위한 사례는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미국의회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면해서도 향후 방향에 대해 합의하지 못함으로써, 정치적 의지의 부재로 인해 미국경제가 2008년 디플레이션형 불황 직전까지 가는 위험한 사태가 발생했다.

2008년 말 경에는, 은행의 자본손실이 누적되고 있었다. 이는 신용경색으로 이어져 경제를 위태롭게 했다. 위기가 한참 진행 중일 때 기대인플레이션 급감이 보여주듯, 금융시스템이 흔들리면서 디플레이션형 불황이 실현될 위험이 존재했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은행의 자본재구성 (또는 구제)를 위한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패키지인 TARP를 하원이 부결시켰던 2008년 9월 29일이었다. 뒤이은 시장붕괴로 TARP를 반대하는 정치적인 대가가 커지게 되어, 며칠 후 10월 3일에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정치적인 의지가 마지막 순간에 모아져 효과적으로 구조적 체제변동을 막고 “U자형 충격”에 가해질 구조적 여파를 제어할 수 있었다. 몇 년 후 미국 경제는 성장률 을 회복했지만, 위기 이전의 성장궤도는 회복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이 U자형 충격의 정의이다.

3. 정책 의존성

심각한 위기상황에서 불황으로 넘어가는 세 번째 경로는 정책입안자들이 운영상의 실행 자율성, 권한, 또는 재원이 없는 경우에 나타난다. 이러한 상황은 통화 주권, 또는 중앙은행의 자율성이 없는 국가나 영토에서 발생한다. 다시 말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들 국가는 해당 통화가 안정적이어도 건전한 신용 흐름을 보장하기 위해 중앙은행을 활용할 수가 없다. 내부 불황 즉, 물가와 임금 디플레이션이 발생해야만 이들 국가에서 통화정책 의존성을 조율하고 해결할 수 있다.

정책 의존성의 가장 좋은 예가 글로벌 금융 위기 상황에서 그리스와 유럽중앙은행의 관계일 것이다. 금융에 접근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을 활용할 수 없었던 그리스는 심각한 디플레이션 압력을 동반한 불황에 진입해야 했다.

4. 정책 거부

네 번째 경로는 심각한 위기가 불황보다는 부채위기로 발전된다는 점에서 이전 세 가지 경로와는 다르다. 이 경우, 정책입안자들은 해야 할 일을 알고 정치적 의지도 가지고 있지만, 시장이 조치를 거부하기 때문에 실행을 위해 필요한 자원을 동원할 수가 없다. 이는 디플레이션이 아닌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세 가지 경로와 구분된다.

여러 시점의 아르헨티나의 상황,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 1980년대의 남미 외채 위기, 그리고 그보다도 과거의 예로 바이마르 공화국을 생각해 보자. 이들 경우 모두에서 정책 입안자들은 채권시장과 통화시장의 거부로 인해 지출을 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없었다.

부채위기의 위험에 대해 논평가들은 부채 수준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부채위기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부채위기는 GDP 대비 부채 비율과 상관 없이 발생하거나,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기대인플레이션 안착, 리스크와 이자율의 음의 상관관계(리스크가 증가할 때 이자율 하락), 해당 통화에 대한 글로벌 수요뿐 아니라 명목이자율과 성장률 차이 등의 여타 요소들이 모두 GDP 대비 부채비율 이상으로 재정 조달을 할 수 있는 국가의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이 구조적 체제 변동을 겪을 가능성이 낮은 이유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가 불황이나 부채위기로 이어지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하와 관련하여 상기 언급된 4가지 경로를 살펴본다면, 쉽게 또는 자연스럽게 불황이나 부채위기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다.
• 정책 오류 —코로나19가 가져오는 정책적인 도전과제는 엄청나지만, 현재 관찰되는 내용은 대공황 때의 조치 부재와는 반대되는 것이다. 통화정책 측면에서 금융시스템(환매조건부채권 및 기업어음 시장)에서 나타난 최초 문제 징후들에 대해 상당 규모의 통화정책이 적시에 적용되었다. 재정정책의 경우에는, 실물경제(가계 및 기업)에 불어 닥치는 유동성과 자본 문제 대처를 위한 자금제공을 목표로 하는 2조 달러 규모의 CARES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특히 워싱턴의 기준으로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특정 정책 조치를 뛰어넘어, 정책 입안자들이 효과적인 방안을 찾을 때까지 문제에 대해 정책 혁신을 계속해서 시도해보려는 태도가 목격되고 있다. 1930년대와는 정반대의 분위기이다.
• 정치적 의지 —구조적 붕괴를 피하는 데 정치적인 계산이 방해가 될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정치적 비용이 높기 때문에 그 확률은 높지 않다. 분명히 두 가지 위험이 존재한다: 1) 분석, 신념 또는 신조의 차이로 인해 법 입안 기피, 2) 법안 통과를 저지해야 정치적인 이익이 더 크다는 일방의 판단으로 인한 법안 통과 실패. TARP의 실패가 두 가지 위험이 모두 실현 가능하고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상기시켜주지만, 위기는 일이 성사되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정치적 반대의 비용은 당파적인 선거가 치러지는 해라고 하더라도 상당히 높다.
• 정책 의존성 —정책 의존성의 경우는 미국이 통화주권을 보유하므로 적용되지 않는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인플레이션 수준이 낮고 통화가 안정적일 때 항상 재정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 정책 거부 —부채위기가 미국에서 발생할 확률은 낮아 보인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잘 안착되어 있다(또는 매우 낮은 수준의 기대인플레이션). 금리와 리스크 간 상관관계도 매우 안정적이어서, 리스크 오프(risk-off) 기간(투자자들의 리스크 수용도가 낮아지고 주식 등의 리스크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기간)에는 채권가격이 상승한다(수익률 하락). 전세계가 미국의 안전자산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또한, 자국 통화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미달러는 준비통화로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다. 또한 명목이자율이 일반적으로 명목 성장률보다 낮다(r – g < 0). 이들 요인은 모두 유리한 자금조달 환경을 구성한다. 코로나19가 이 모든 것을 해치고 여러 국가가 미국 국채 매입을 거부하는 위기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인가?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그 확률은 매우 낮다. 그리고 실현된다 하더라도 매우 장기적이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 체제가 변하는 데에는 수 년의 기간이 걸린다.

그렇다면 왜 구조적인 경제체제 변동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가?

적어도 일부는 코로나19의 충격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산량 하락의 정도와 속도가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구조적 여파(회복의 형태) 및 구조적 체제변동 위험 등 코로나19 충격의 여타 측면에 대한 리스크 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들은 이해할 만한 우려들이지만, 그로 인한 분석적 오류는 잘못된 기대치를 설정한다거나 부적절한 계획을 장려하는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이하와 같은 원칙을 따르면 리더들이 분석적 오류를 피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과거 사건의 암시적, 명시적 시사점에 주목하라. 미래를 예측할 때 과거의 비교대상을 고려하라. 또한 과거의 비교대상 데이터를 이용할 때에는 이들의 동인과 현재와의 관련성을 이해하라.
• 단편적 데이터와 그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결론에 주의하라. 언뜻 보기에 유사한 비교대상이 존재하는가? 데이터세트에서 기록적인 결과들은 항상 화재가 되고 특히 재무보고서나 경제 보고서에서 집중을 받지만, 전반적인 주변 상황들이 실제 중요성을 결정한다.
• 두려움이 사고를 지배하고 심각한 사건에서 추론하려 할 때에는 한 발 물러나서 생각하라. 한쪽 측면에서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모든 측면에서 최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시나리오가 암시하는 바를 이해하라: 불황으로 인한 경제체제 변동은 대규모 디플레이션을 의미한다. 반면, 부채위기로 인한 경제체제 변동은 통화가치 하락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의미한다. 이 필연적인 조건들이 일관성을 보이고, 사실과도 일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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