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감축법, 탄소가격제도를 통해 보는 글로벌 기후 위기 해결 방안

 

수년간의 논의를 거친 대형 제조기업들은 2023년에는 진지하게 운영 및 공급사슬의 탈탄소화 실현에 승부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의 몇 가지 큰 사건들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 넷제로화 노력에 박차가 가해졌다. EU는 일부 수입품 대상 탄소가격제 확대 등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목표로 하는 전면적인 기후 관련 규제 패키지를 최종 결정했다. 미국은 북미 지역의 녹색 투자에 대해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움직임의 주요 원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40년간 가장 큰 에너지 공급 및 가격의 위기가 배경이 되었다.

이에 따라 적어도 유럽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한 모멘텀이 둔화하리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이 무려 열 배나 상승하면서, 유럽 전역에서는 시민과 산업이 인상된 요금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가격 보조금 프로그램들이 시행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기후 규제 강화를 통해 에너지 비용을 더 올리기에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의견은 극소수였다.

러시아산 석유 및 가스의 공급이 거의 전면 차단되면서 새로운 역학관계가 초래되었는데, 이는 바로 에너지 보안에 대한 우려이다. 사람들은 단기적으로 다른 지역의 가스를 구입해야 하고, 국제적 가격이 어떻든 지불해야 하며, 산업의 완전한 붕괴를 막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중기적으로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에너지 자원 다변화와 탈탄소화를 실행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정치적 측면 전반에서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에너지 보안 개선 및 기후 대책 실행이 동시에 이루어질 것이다.

 

중기적으로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에너지 자원 다변화와 탈탄소화를 실행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정치적 측면 전반에서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에너지 보안 개선 및 기후 대책 실행이 동시에 이루어질 것이다.

 

최초의 큰 정책 변화는 “탄소 국경세”로 잘 알려진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이다. 올해부터 철강, 시멘트, 비료 등 특정 탄소 집약적 원료의 수입국들은 반드시 이산화탄소 발자국에 대해 문서화하여 보고해야 한다. 향후에는 현재 유럽 제조기업들이 그러하듯이 제품에 연계된 배출가스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할 것이며, 이 제도는 더 많은 제품을 대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12월, EU는 더 나아가 2030년까지 탄소 배출 55% 감축을 목표로 하는 개혁 패키지, “Fit for 55”를 최종 결정했다. 여기에는 운송 및 난방에 대한 새로운 탄소 가격,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 및 에너지 효율적 건물에 대한 요건, 새로운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개발을 위한 인센티브가 포함된다. 또한, EU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탄소 비용을 인상하기 위해 탄소가격제도를 개혁했다.

이러한 규제상의 변화는 에너지 집약적 산업 및 비EU 국가 정부들의 행동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CBAM 관련 전망 때문에 터키와 인도는 철강 등의 상품 수출에 대한 경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탄소가격제의 도입을 고려하게 되었다. 국내 탄소 가격 상승에 직면한 EU 제조기업들은 신기술 및 공정에 대한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승인하기 시작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초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은 프랑스의 현대적 저탄소 제철 공정 전환을 위한 17억 유로 상당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스웨덴의 H2 Green Steel 등 새로운 녹색 철강 기업들은 시장 진출을 위해 파이낸싱을 늘리고 있다. 또한, 비료 및 시멘트 등 탈탄소화가 어려운 다양한 산업 부문의 기업들도 이산화탄소 발자국 감축을 위해 탄소 포집 및 저장 등의 기술을 고려하고 있다.

최근의 정책적 개입 조치들은 바로 이러한 점에서 변화를 창출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변화는 2~3년 후에 탄소 분리 기술 상용화를 가능케 할 넉넉한 보조금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는 산업으로 발생된 이산화탄소의 구입에 대해 최대 85달러, 그리고 대기 중 탄소 추출에 대해 톤당 180달러의 세액 공제가 포함되며, 이에 따라 많은 투자가 촉진되고 있다. 엑손모빌(ExxonMobil), 셰브론(Chevron), 옥시덴탈 페트롤리엄(Occidental Petroleum) 등의 대형 에너지 기업들은 탄소 포집 및 저장을 새롭게 주목할 매출 흐름으로 보고 있다. 탄소 포집 및 저장에는 석유 및 가스 산업에서 사용되는 것과 매우 유사한 기술적 스킬이 필요하다. 또한, 지질학적으로 미국은 유휴 유정과 같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장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개입 조치들은 판도를 바꾸고 있다. 탄소 가격이 상승하고 보조금이 증가함에 따라, 한때는 최소화되어야 할 규제 부담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이제는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남들보다 앞서나가고, 규제를 예상하여 현명하게 투자하며, 공급업체 및 고객과 강력한 관계를 개발하는 기업들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물론, 그 누구보다도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지구일 것이다. 2050년까지 선진 경제국들의 탄소 배출 넷제로화가 실현될 수 있다면 말이다.

 

 

 

녹색 산업혁명, 지금 우리는 어디까지 왔을까? ― 인플레이션 감축법, 탄소가격제도 1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