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다섯 아이의 엄마였던 31세의 가난한 미국 흑인 여성, 헨리에타 랙스(Henrietta Lacks)는 존스 홉킨스 병원(Johns Hopkins Hospital)에서 치료를 받다가 자궁경부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 후 그녀의 암세포, 일명 헬라(HeLa) 세포, 는 ‘불멸하는’ 특징을 지닌 것이 발견됐다.

정상적인 인간 세포는 배양관에서 오래 살 수 없지만, 존스홉킨스 대학의 세포 생물학자인 조지 가이(George Gey)는 이 세포가 실험실 배양에서 살아남아 성공적으로 증식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이 후 이 헬라 세포는 마이크로바이올로지컬 어소시에이츠(Microbiological Associates)의 대규모 증식 프로세스를 통해 상당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게 돼고 결국 이 세포는 전 세계(심지어 우주에서도)의 실험실에서 사용하게 됐다. 이 세포는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바이러스 연구, 백신 개발(특히 소아마비와 HIV), 게놈 연구, 암 연구 및 기타 과학 응용분야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헬라 세포는 조직이식, 조직 동결, 게놈 서열 분석 등의 기술 혁신을 이끈 동력이었다.

수년 동안, 랙스의 가족은 이 세포로 인해 가능했던 수많은 혁신에 대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헨리에타 본인에게 의료연구에 그녀의 조직표본이 사용되는 것에 대해 동의를 구하지도 않았었고, 그녀의 가족은 이와 관련된,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는 혁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이야기는 레베카 스클루트(Rebecca Skloot)의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The Immortal Life of Henrietta Lacks) 이라는 유명한 저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우리가 당연시 했던 ‘사전 동의’ 라는 개념의 중요성을 일깨워 줬다.

이 이야기와 현재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을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가 사용되는 방식은 놀랄 정도로 닮아 있다.

1.1.1 사물인터넷 데이터의 까다로운 문제

지난 십년 동안 사물인터넷 응용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데이터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됐다. 2018년 말 IDC는 2025년이면 전세계에 약 175제타바이트(1 제타바이타는 1조 기가바이트에 해당함) 의 데이터가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 데이터는 막대한 가치가 다운스트림 어플리케이션, 비즈니스 서비스 플랫폼, 산업간 생태계의 형태로 창출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헨리에타 랙스와 사물인터넷 데이터 세계 사이에는 네 가지의 명백한 유사성이 있다. 첫째, 헨리에타의 불멸의 세포처럼, 데이터는 상당한 인사이트와 가치를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 하지만, 데이터의 출처인 개인은 랙스 세포의 경우처럼 그 다운스트림 사용이 아직은 명백하지 않거나-심지어 알 수도 없기 때문에, 그 가치를 파악할 수가 없다. 둘째, 헬라 세포의 과학적, 상업적 잠재력을 인식하는 것이 생물학자와 상용연구소의 통찰력에 달려 있었던 것처럼 데이터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상용 상품이나 서비스로 바꾸기 위해 서드파티(third party)가 필요할 수 있다. 셋째, 새로운 응용이, 사물인터넷 세계에서는 데이터를, 헨리에타의 경우에는 세포를 기반으로 한, 이 원자재의 가치를 이끌어 낸 동인이다. 헬라 세포의 경우에는, 수천명의 과학자들이 그 잠재적 가치를 고영향 의학혁신을 통해 실현시켰다. 마찬가지로, 사물인터넷 데이터의 가치는 고가치 사용사례를 개발하는 회사에 의해 창출된다. 마지막으로, 데이터는 공짜로 복제될 수 있고 그 최종 사용을 모니터하고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마찬가지로, 헬라 세포도 일단 의료계에서 전반적으로 가용하게 된 후, 누구나 어떤 목적으로든 한계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이 세포를 배양 하고 복제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 데이터의 사용은, 헬라 세포의 사용처럼, 소유권, 공유, 동의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사물인터넷 데이터의 사용은, 헬라 세포의 사용처럼, 소유권, 공유, 동의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그 예로, 자동차 OEM업체와 텔레매틱스 데이터 애그리게이터(aggregator)업체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운전자들은 그들 차량에서 생성되는 데이터가 분석되고 서드파티와 공유하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 데이터 애그리게이터업체들(오토노모(Otonomo), 카루소(Caruso), 히어(HERE) 등)은 이 데이터를 수집, 정제, 분류해 다양한 응용을 위해 기업 고개들에게 판매한다. 자동차 관련 서비스, 맵핑 소프트웨어 제작, 자동차보험을 하는 기업들은 상품개발을 위해 이처럼 변형된 데이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누가 이 데이터의 소유권을 갖고 그 사용으로 인한 이익을 얻을 권리가 있는가?

연결된 기기를 통해 생성되는 데이터가 확산되고 솔루션과 생태계가 성숙함에 따라, 데이터 소유권과 공유에 대한 문제들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소비자들과 OEM 간, 또 OEM과 산업제휴사들간 데이터 권리에 대한 논란이 대두되고 있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 누가 차량관련 데이터를 소유하는가?
  • 누가 그 데이터와 그 사용법을 통제하는가?
  • 누가 데이터를 통해 재정적 수익을 얻는가?
  • 데이터 공유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한가?
  • 데이터 소유권과 다운스트림 사용에 대한 공공정책의 입장은 어떠한가?

헨리에타 랙스 세포의 이야기는 B2B 기업에게 세 가지 주요한 교훈을 제시한다.

1.1.2 개인정보보호 및 동의가 중요하다

사물인터넷 센서는 매우 구체적인 용도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도 있지만, 일단 ‘시장’에 나오면, 그 정보는 본래 의도와는 다른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조설비 데이터를 통해 공장가동률(그리고 산출물 및 경제적 가치)과 작업자 효율 및 휴식시간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B2C 데이터 공유에 대한 동의서는 종종 난해한 법률용어로 쓰여져 있어서 데이터가 어떻게 응용될 지에 대한 진정한 투명성을 제공하지 못한다. 기업이 대규모 B2B 사물인터넷 솔루션을 구매하는 것은 보통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사용자 동의내용을 검토하는 것보다는 더욱 철저한 검사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데이터 사용에 관한 권리를 협상하는 능력은 기업들마다 천차만별이다.

1.1.3 대부분의 가치는 응용에서 창출된다.

데이터의 가치가 실현됐을 떄 기업은 그 가치를 어떻게 확보하는가? 가치창출의 성격이나 본질을 실제 혁신이 일어나기 전에 예측하는 것이 어려울 때 기업은 어떻게 협상해야 하는가?

데이터의 가치가 실현됐을 때 기업은 그 가치를 어떻게 확보하는가?

헬라세포가 랙스 가족에게 고지나 동의 없이 사용된 방식은 특히 헨리에타의 인종, 계급, 성별로 인해 더욱 심각한 도덕적 문제였다고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논의의 편의상 1951년 존스홉킨스와 헨리에타 랙스 간에 투명하고 공정한 합의가 이루어졌었다고 가정해 보자. 헨리에타의 의료진이 그녀의 세포가 앞으로 어떻게 사용될 지에 대해 알 수 있었을까? 그리 만약 합의내용에 따라 그녀의 세포주를 활용할 수 있는 연구의 형태나 주체에 제한이 있었다면, 그 제한으로 인해 미래의 혁신이 제한됐을까?

1.1.4 혁신은 데이터가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소유권 논쟁이 없어야 가능하다

헬라 세포가 광범위하게 가용했기 때문에, 전세계 대학과 연구소가 그 고유의 성질을 연구해 의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여러 치료법들을 개발할 수 있었다. 헬라 세포는 귀중한 도구였고, 그 사용은 법적으로 제한되지 않았다.

소유권 논쟁은 사물인터넷 데이터를 통한 잠재적 혁신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중요한 우려를 제기한다.

  • 기업들은 데이터 공유에 대한 법적 혹은 지적재산권 우려 때문에 사물인터넷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할 수도 있다. 데이터 소유자들이 더욱 개방적이고 협력적이 되도록 장려하기 위해 어떤 법 체계가 필요한가? (일부) 데이터는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규정되어야 하는가?
  • 기업들은 어떻게 사물인터넷 데이터를 통해 최대의 가치를 창출하면서 헬라 세포의 경우에 제기된 가치 공유에 대한 합당한 우려를 해결할 수 있을까? 조지 가이의 실험실, 마이크로바이올로지컬 어소시에이츠 및 수없이 많은 연구자들이 헬라 세포를 연구해 모두 함께 실질적인 가치창출에 기여했다. 기업들이 어떻게 보상 체계를 설계해야 다운스트림 혁신을 가능하게 하면서 가치를 확보하고 데이터 공유를 촉진할 수 있는가?
  • 데이터 소유는 통제력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시티는 데이터 플랫폼에 투자함으로써 혁신을 도모하고 하나의 데이터 제공업체에 록인(lock-in)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다. 기업들은 데이터를 이용해 어떻게 서드파티를 유치하고 벤더 록인을 막을 수 있을까?

사물인터넷 데이터의 공유는 아직 초창기에 있다. 그 경제적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비즈니스와 혁신의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새로운 기술들과, 아마도, 데이터 소유와 사용에 대한 새로운 지배구조 체계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장치가 마련되어야만, 우리는 헨리에타 랙스의 세포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것과 같은 혁신을 달성할 수 있고 동시에 데이터 출처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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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데이터, 그리고 헨리에타 랙스(Henrietta Lacks) 이야기의 교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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