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유엔(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여정에 수십억 달러가 동원되었다. 그러나 향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수조 달러가 더 필요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 그 격차는 연간 3조 9,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단순히 자본을 동원하는 것 이상으로, 영향력이 크고 신속한 실행이 가능한 자본 투입 방식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개인 기부자나 자선사업가는 물론, 기관 투자자 및 기부/모금 기관, 다자개발은행(MDB)에 이르기까지 금융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창의적, 조직적 결단이 필요하다. 아래의 방법을 실천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지나친 단순화를 경계하면서, 금융 생태계는 다음 세 가지 주요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 첫째, 민간 자본을 유치 및 동원하기 위해 혼합 금융 모델의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투자 생태계 전반의 참여자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투자 가속화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해야 한다. 셋째, 국제 금융계는 수많은 개발도상국이 직면한 높은 수준의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혼합 금융의 확대
민간 부문은 SDGs를 진전시키기 위한 가장 큰 자본이다. 그러나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 프로젝트에 실재한 위험 요소는 연기금이나 국부펀드와 같은 기관 투자자의 자본 흐름을 방해한다. 다자개발은행(MDB, multilateral development bank) 및 기타 개발 금융기관(DFI, development finance institution)의 공공재원은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고 훨씬 더 큰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혼합 금융은 공공재원의 자본을 민간 자본과 함께 투자하는 방식으로 민간 부문의 투자를 촉진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공공재원은 위험성과 비용을 낮추고, 기회에 확신을 심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자선 자본 역시 위험을 흡수하고 비용을 낮추므로 민간 자본을 동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혼합 금융은 민간 부문의 투자를 촉진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 많은 촉매 자본이 필요하다. 이를 실현할 여러 방법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자선 단체가 선순위 투자자로 나서는 것이다. 국제금융공사(IFC)와 같은 개발 금융기관(DFI)은 더 많은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규모를 확대하고, 좋은 거래에 대한 정치적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 심지어 개인 및 기관 투자자에 신디케이트 론(syndicated loan)을 제공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나 국제투자보증기구(MIGA)가 정치적 위험 보험을 제공하고 규모를 키운다면, 신뢰 강화 및 민간 자본 동원 확대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관련 기관은 재무 모델은 물론 사고방식까지 완전히 바꿔야 한다. 이는 서비스 전달 모델(delivery model), 내부 인센티브 및 프로세스 개선을 모두 포함한다.
창의력이 열쇠다
검증된 투자 접근법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글로벌 투자 커뮤니티는 자본의 흐름을 가속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시도는 이미 시작되었다. 대표적으로 유엔 사무총장은 연간 5,000억 달러 규모의 ” SDGs 부양책”을 촉구한 바 있다. 해당 안건은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행하는 국제 준비금인 특별인출권(SDR)의 사용을 지지한다. 2021년 IMF는 약 6,500억 달러의 SDR을 발행했으며, 이 중 약 400억 달러가 개발도상국에 귀속되었다. 그러나 대부분 선진국의 준비금 계좌에 보유 중이다.
바로 이 준비금이 SDGs의 실현을 위해 다자개발은행(MDB)으로 전달될 수 있다. 현재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에서는 SDGs의 채널링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 대륙 개발 및 목표 달성을 위한 재정 및 자본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 대국들의 동시적인 결단과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
글로벌 투자 커뮤니티는 자본의 흐름을 가속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현지 통화 금융은 또 다른 창의력이 필요한 분야다. 각국이 현지 통화로 수입을 창출하고 있음에도, 달러 및 유로, 위안화로 대출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위험을 완화하고 현지 통화 대출을 지원하는 새로운 외환 메커니즘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발도상국의 부채 해결
수많은 개발도상국이 지속 불가능한 수준의 막대한 공공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자국 자본에 기반한 SDGs 투자 역량이 약화하는 것은 물론, 신규 부채나 양허성 차관(concessional loan)을 감당할 역량조차 축소되고 있다.
2020년, G20은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부채 국가들을 대상으로 채무 상환 유예 이니셔티브(DSSI, Debt Service Suspension Initiative) 혜택을 제공했다. 해당 조치는 여러 국가에 재정적 생명줄을 제공하면서 글로벌 집단행동의 중요한 모범이 됐다. 또한 G20은 DSSI에 이어 채무 구조조정을 위한 공동 프레임워크(CF, Common Framework for Debt Treatments)를 발표했다. 해당 공동 프레임워크는 공적 및 사적 채무자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부채 통합을 목적으로 재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전례 없는 기회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신흥시장은 SDGs 및 향후 기후 이니셔티브에 투자할 재정적 여력을 결코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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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Gs는 지속 가능하고 공평한 세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에너지와 창의력을 발휘해 꼭 필요한 자본을 확보해야만 한다. 북반구와 남반구에 자리한 모든 국가와 공공기관, 민간 기업의 파트너십이 더해진 글로벌 집단행동만이 이를 실현할 수 있다. 기존의 이윤 동기를 넘어, 이제는 지구를 위한 진정한 발전과 영향을 목표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