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 Industry Review]

 

가상화폐는 요즘 경영자들에게 ‘목의 가시 같은’ 껄끄러운 존재다.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고 산업, 사회, 결정적으로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을 못 하겠다. ‘모르니 눈감고 싶다. 근데 그러면 안 될 것 같다.’ 이게 요즘 많은 경영자들이 가상화폐로 대변되는 디파이(DeFi·Decentralized Finance)를 대하는 자세다.

디파이는 중앙집중화된 금융시스템(은행 또는 은행 간 송금시스템, 카드사와 가맹점 간 결제시스템 등)을 거치지 않는 금융이다. 매우 광범위하고 다소 개념적이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가상세계가 형성되고, 디지털 자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디파이의 실제 활용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다.

블록체인 개념에 기반한 분산 원장 기술(DLT·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활용한 금융거래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플랫폼 분석 업체인 디파이 라마에 따르면 TVL(Total Value Locked·총예치자산) 기준 디파이 생태계 안에 있는 디지털 자산 가치는 200조원에 달한다. DLT는 분산된 컴퓨팅 파워를 활용해 거래를 처리하고, 거래 기록도 한 곳에 집중되지 않아 누군가 임의로 변경할 수 없는 구조로 거래의 안전성과 보완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처음엔 급등하는 DLT 기반 가상화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에 대한 투기성 투자만 화제가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연결하는 ‘명확한 사업적 가치’가 확보된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수없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가 이적한 파리 생제르맹(PSG)이 디지털 자산인 PSG 토큰을 발행하며 팬들이 이를 구매할 수 있게 한 것이 좋은 사례다. PSG 토큰을 산 축구팬 겸 투자가는 PSG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구단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 구단은 이들에게 시즌 티켓을 산 고객과 비슷한 수준의 VIP 대우를 해준다. PSG는 가상자산을 발행·판매해 자금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효율적인 팬 참여를 유도하며 구단 운영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구단 운영에 참여하게 되므로 온·오프라인 결합형 엔터테인먼트 경험이 가능하다. 또 토큰 가격이 오르면 투자 수익도 얻을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의 많은 기업들은 이 같은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디파이 방식의 새로운 금융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물론 이런 움직임이 주류는 아니다. 소수의 마니아와 얼리어답터, 일부 투기 세력이 이런 디파이 생태계에 적극 참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방식에 급속도로 익숙해진 것처럼, 디지털과 현실이 연결되는 세상으로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의 시파이(CeFi·Centralized Finance), 즉 실물 법정 화폐의 중앙집중화된 시스템과 디파이 간 연결·융합은 머지않아 필수불가결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파이와 디파이는 기반 기술이 완전히 다르다. 이론적으로는 중간에 이를 넘나들 수 있는 거래소나 환전소만 있으면 양쪽이 각각 독자적으로 존재하면서 양립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고객 경험이 거듭되고 확대되면, 사람들은 매번 거래소나 환전소를 거치는 것보다 더 연결된 하나의 경험, 즉 실물 자산과 디지털 자산을 한꺼번에 관리·보관·거래하기를 원하게 될 것이다. 또 디지털 자산 비중이 높아질수록 시파이 체계에서 이미 발전돼 왔던 이중·삼중의 자산 보호 장치와 규제, 소비자 보호 같은 개념이 디파이에도 적용돼 보다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산을 거래하고 관리하길 원하는 수요가 나타날 것이다. 이런 변화 과정을 보면 기존 금융 패러다임에서 신뢰를 쌓아온 기존 금융기관도 얼마든지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디파이는 기존 금융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의 시스템이다. 이 같은 변화에서 기회를 잡으려면 미리 기술을 준비하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과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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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작성자

자산 200조원 탈중앙 금융 '디파이'…기회 무궁무진한 '부의 신대륙'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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