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드락: 교차로에서의 교통 체증을 의미하며, 정치·경제 등의 영역에서 교착·정체 현상을 뜻하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최근 모두의 관심사는 단연 ‘기후 변화’다. 극심한 홍수와 폭염, 최악의 결과를 낳은 심각한 가뭄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기후 변화 및 그 여파에 대한 ‘대비’의 측면에서는, 전 세계 국가와 도시, 기업의 리더들이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후 변화에 대한 대비는 왜 이렇게 정체되어 있을까? 그 이유는 아마 의사 결정권자들이 언제나 모든 정보를 가지고 가장 효율적인 결정을 내릴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기후 변화는 우리 인류가 이해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문제다.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며, 기후 변화에 적응 및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은 설명하기 까다롭다. 많은 CEO가 당장 재정적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 분야에 회사가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주주들에게 설득할지 난감해한다. CEO의 임무는 세상을 구하는 것이 아닌,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고 회사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 지도자들은 대체로 시급한 문제나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 혹은 경제 성장을 촉진할 프로젝트에 자원을 분배한다. 즉, 기후 위기가 당장의 현안에 비해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의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을 통한 데이터 분석이 바로 이 같은 기후 행동의 그리드락(gridlock)을 풀어낼 열쇠가 될 수 있다.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여 정부 기관에서 임박한 기후 재난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으며, 장기적인 기후 변화의 영향을 예측하고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데이터는 리더들이 행동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잠재 비용과 기후 변화에 대한 투자로 창출되는 사회 · 경제적 이익을 모두 이해하는 데 필요한 주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데이터는 우리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않을 때 치러야 할 비용은 물론, 기후 위기 적응을 목적으로 한 사업의 사회 · 경제적 이익을 보여준다.
물론 실천은 이론보다 더 어렵다. 하지만 기후 변화의 영향을 분석하는 데이터 및 수학적 모델은 이미 존재한다.
산불과 관련한 조기 경보 시스템을 예로 들어보자. 기후 및 강수 패턴을 분석한 뒤 이전 데이터와 비교한다면, 꽤 정확한 확률로 올해 특정 지역이 유난히 건조할 수 있다는 기후 예측을 할 수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나 호주 지역의 식생 패턴을 연구할 경우, 다른 지역의 과거 화재 기록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몇 주 이내 대규모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알아볼 수 있다. 이는 정부 기관이 마른 초목을 치우거나 화재 발생 시 지역 주민들을 신속히 대피시키는 등의 대응 방안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몇 시간이나 몇 주, 혹은 몇 달 뒤에 있을 대형 폭풍의 가능성 또한 논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BCG에서 현재 한 동아프리카 국가의 기관 협력을 통해 대형 폭풍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 중인데, 이 시스템으로 향후 6개월 이내 폭풍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은 국가나 도시, 지역 차원에서 복합적인 기후 변화로 인한 장기적인 사회 · 경제적 영향을 모델링하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가뭄을 예로 들어보자. 정확히 어느 지역에서 가뭄의 여파를 살펴볼 수 있을까? 가뭄으로 인한 2차, 3차 피해 결과는 무엇일까? 특정 지역사회에서 가뭄으로 인해 감소하는 농작물 수확량은 얼마나 될까?
과거의 데이터를 보면 모든 농장의 기존 밀 수확량을 가늠할 수 있다. 또 위성 이미지를 통해 농장들의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량의 데이터를 조정하고, 규칙 기반 모델링과 AI를 활용해 가뭄이 사람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할 수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가치 사슬을 타고 올라가면 가뭄이 작물 생산 가격과 소비자 가격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도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식에 또 다른 위험 요소를 적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해수면의 상승 정도와 해안 지역의 집중 호우 정도를 분석해 홍수의 영향을 500미터 수준의 세밀한 단위까지 계산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 세계 2,000개의 방파제 데이터를 활용하면, 다른 기후 솔루션의 사회 · 경제적 이익과 비교해 방파제를 각 지역에 하나씩 건설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지 추정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기후 위기에 더 효과적인 적응 및 회복 전략의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고, 필요한 자금도 모집할 수 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직접 과학적인 발명을 할 필요는 없다. 과학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가용 데이터를 다루는 체계적인 접근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정확히 짚어내고, 영향력을 정량적으로 지표화하고, 우선순위를 따지고, 무엇보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현재의 관습을 끊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가 기후 변화에 적응하고 회복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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