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는 역설을 경험 중이다. 반도체 칩 기능의 지속적인 발전 덕분에 가전제품에서 중장비에 이르는 모든 종류의 기기와 장비에서 전기화와 에너지 효율성 개선이 이루어져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전 세계적 노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에 반도체 제조 자체가 상당한 탄소 배출을 일으켜 무려 미국 가구 전체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절반 정도가 이 업계에서 배출된다.

반도체 업계, 탈탄소화로 가는 길 1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 상황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효율적 기기에 동력을 공급하는 반도체 수요 증가를 충족하기 위해 생산이 확대되면서 반도체 칩 제조업체의 온실가스 발자국은 앞으로 몇 년 동안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직과 메모리 칩은 DAO(디스크리트, 아날로그, 광전자) 칩의 경우처럼 더 많은 양이 필요할 것이다. 동시에 혁신적인 첨단 노드, 특히 논리 및 메모리 부문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생산 복잡성이 가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고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공정 가스와 원자재를 더 많이 사용한다. (보기 1 참조)

이런 추세가 진행되면서 반도체 기업들은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에서 명시한 대로 지구 온도 상승을 1.5°C로 제한하기 위한 탈탄소화 압력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런 압력의 대부분은 두 가지에서 기인할 것이다. 첫째, 기술 기업, 기기 제조업체, 자동차 업체, 그 외 다양한 부문의 반도체 고객들은 야심 찬 배출 감소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자사 고객들에 의해 자극받은 경우가 많음) 공급업체들에 이 노력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자동차 OEM의 공급업체 계약 중 30%는 이미 이산화탄소 발자국 제한을 포함하고 있다. 이 비중은 2030년이면 최대 8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EU의 기업 지속 가능성 공시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규제안 등 규제 가드레일은 완화 계획 수립의 첫 번째 단계로 공급망 전체 배출 기록에 대해 투명성과 정확도를 개선하는 것을 의무화한다.

반도체 업계, 탈탄소화로 가는 길 2

이런 압박에 직면해 환경 실적을 개선하고자 반도체 기업들은 Scope 1과 Scope 2 배출, 즉 자체 운영과 운영 중 소비되는 에너지로 인해 직접 발생하는 배출량을 측정하고 배출량 최소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도체 업체들은 탄소 저감 노력을 가속화하기 위해 업스트림 Scope 3 활동의 배출량 역시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는 주로 공급업체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포함한다. 다시 말해 원자재, 제조, 물류 등 공급업체 생산과 관련된 활동들을 말한다. (보기 2 참조) 업스트림 Scope 3은 현재 반도체 업체 탄소 배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반도체의 수명 기간 동안 고객의 실제 사용으로 인한 Scope 3 다운스트림 배출은 제외함)

이미 여러 신규 생산 공장 계획이 발표되고 기존 팹의 활동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총배출량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이 원천을 공급업체 차원에서 해결할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새로운 계약에 합의하고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협상이 필요할 것이다. 업스트림 공급망의 배출원은 무수히 많은 기업과 소재, 그리고 제조 문화가 다른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다. 이 거대한 네트워크를 탈탄소화하기 위해서는 공급업체 관리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수적이다. 반도체 업체들은 탈탄소화 전략을 모니터링하고 공유하면서 공급업체와 훨씬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또한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Scope 3 배출 감소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치사슬을 재고해야 한다.

 

 

공급망 배출에 대한 데이터 기반 접근 방식

이처럼 새롭고 급진적으로 공급업체와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반도체 제조업체들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많은 제조업체는 공급업체의 실제 배출량의 기준선을 설정하는 것조차 어렵다. 이는 공급업체가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되는 새롭게 등장한 고순도 원자재의 탄소 배출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BCG는 이 투명성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원자재 소비와 소재별 탄소 배출 계수에 대한 종합 데이터베이스를 정리했다. (보기 3 참조) 이를 기준으로 업계 전반의 업스트림 Scope 3 배출량을 계산했다. (최종 제품의 수명 주기 사용 및 수명이 다한 제품의 폐기 처분이나 재활용을 포함하는 다운스트림 Scope 3 배출은 측정 및 저감 접근 방식이 매우 상이하므로 본 보고서에서 다루지 않음)

반도체 업계, 탈탄소화로 가는 길 3

구매한 제품 및 서비스는 단연 제일 큰 Scope 3 업스트림 배출원으로 총량의 약 60%를 차지한다. 주로 가공 전 웨이퍼, 공정 가스, 금속이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

  • 실리콘은 화합물 반도체보다 더 많은 양이 사용되기 때문에 웨이퍼 제조 관련 배출은 대부분 실리콘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질화갈륨과 탄화규소와 같은 화합물 반도체가 1킬로그램이 생산될 때 똑같은 양의 실리콘보다 일반적으로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화합물 반도체의 녹는점이 더 높아서 가공 전 웨이퍼 생산에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 공정 가스 생산 및 운송 과정에서 배출되는 가스는 주로 질소와 아르곤이지만 매우 강력한 온실가스인 PFC(과불화탄소)도 있다. 생산 및 운송에서 PFC가 1% 미만으로 누출돼도 이미 기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금속과 관련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가스 배출이 많은 생산 공정(채굴 및 필요 순도에 도달하기 위한 여러 단계의 재용해 과정 등)과 이러한 고밀도 물질의 운송으로 인한 결과물이다. 칩 제조에 사용되는 금속 소비량을 인쇄 회로 기판 제조 등의 다른 전자 부문에서 사용되는 금속 소비량과 분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이 카테고리의 배출량 추정치는 실제 반도체 기여분보다 과대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칩 제조업체의 막대한 물 소비, 특히 초순수 소비량은 Scope 3 업스트림 배출량의 약 4%를 차지한다. 게다가 특히 가뭄이 심할 때나 물이 부족한 지역에 물 부족을 초래할 수 있어 환경과 지역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산, 포토레지스트, 용매와 같은 다른 화학물질은 공정 가스에 비해 더 적은 양이 더 효율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Scope 3 업스트림 배출량이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개별 반도체 제조업체 관점에서 보면 파운드리와 OSAT(반도체 외주 조립 테스트) 업체와 같은 제조 서비스 제공 업체와 관련된 배출은 업스트림 Scope 3 배출에 최대 20%에서 40%를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파운드리와 OSAT 역시 반도체 기업이고 여기서 제시된 업계 배출량 기준선은 전체 업계 원자재 소비량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파운드리와 OSAT를 별도의 Scope 3 업스트림 카테고리로 분류하지는 않으며, 관련 원자재 소비량은 전체 기준선에 포함된다.

설비 제조업체 보고서에 따르면 자본재 카테고리에서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제조 도구 및 설비는 Scope 3 업스트림 배출의 20%에서 30% 정도 기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배출량은 거의 전적으로 설비 제조업체의 자체 공급망에 의해 발생한다. 팹과 클린룸 건설 프로젝트로 인한 배출은 최대 50년인 긴 수명 주기로 인해 전체 탄소 영향이 낮으므로 이 분석에 포함되지 않는다.

나머지 Scope 3 카테고리는 연료 및 에너지 관련 배출과 업스트림 운송을 유의미한 추가 기여분으로 지적한 기업 보고서를 사용해 추산했다.

 

 

로직 문제

 

어느 종류의 반도체가 생산 단계에서 환경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면, 로직 및 메모리 칩이 눈에 띈다. (보기 4 참조) 이 칩을 최첨단 노드 크기로(5나노미터 이하) 생산하기 위한 공정 단계의 수는 성숙 노드 단계의 세 배에 달한다. 한 단계가 추가될 때마다 더 많은 포토리소그래피, 공정 가스, 에너지가 사용돼 전체 Scope 1, 2, 3 업스트림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증가한다. 그뿐만 아니라 첨단 노드 제조에는 수많은 최첨단 웨이퍼 팹 장비가 필요해 환경 발자국이 훨씬 더 확대된다.

반도체 업계, 탈탄소화로 가는 길 4

 

 

탈탄소화로 가는 길

 

배출원의 복잡성으로 인해 공급망을 탈탄소화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변혁이 필수이다. 투명성이 여전히 가장 큰 과제이기는 하지만 이는 여전히 변혁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지속 가능성은 조달 결정의 핵심 요인이 될 수밖에 없고, 공급업체 관계에서 배출 감소를 위한 긴밀한 협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반도체 업계, 탈탄소화로 가는 길 5

반도체 기업들은 이산화탄소 저감 노력 정도와 개별 조달 카테고리의 중요도에 따라 다양한 수단 중 선택을 통해 Scope 3 업스트림 배출 감소를 위한 총체적인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보기 5 참조) 이 수단들은 크게 네 가지 그룹으로 구분된다.

 

[1] 조달 카테고리 혁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고 탈탄소화 경로가 까다로운 중요 소재의 경우 혁신적 솔루션에 투자해야 한다. 이러한 투자는 경쟁 우위 확보에 핵심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 기업이 웨이퍼 팹 장비 제조업체와 협력해 직접 자기조립 리소그래피 등 첨단 리소그래피 기계를 개발하고 구현함으로써 공정 효율성을 개선하고, 자원 소비를 줄이며, 제조에 필요한 공정 단계의 수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파운드리와 협력해 플라즈마 도핑이나 단층 도핑 등 반도체 성능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면서도 화학물질의 사용과 공정 단계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도핑(불순물 추가) 방식을 설계할 수도 있다.

 

[2] 선택적 참여

탈탄소화 경로가 까다롭지만, 업무상 중대하지 않은 카테고리의 경우(집적회로의 절연에 사용되는 유전체 등), 다른 반도체 제조업체와 협력해 수요, 공급업체, 배출을 관리하는 것이 적절한 접근법이다. 이런 식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중복 개발 노력은 제한되고 우선순위가 낮은 고탄소 업스트림 Scope 3 물질의 탄소 배출 문제가 해결되고 줄어든다. 예를 들어 반도체 제조업체는 플라즈마 에칭과 챔버 클리닝 프로세스에 사용되는 불소화 가스(삼불화질소와 육불화황 등)의 저탄소 대체재 개발 및 도입을 위해 구성된 업계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다.

 

[3] 시중 공급업체 활용

탈탄소화 경로는 간단하지만 업무상 중대하지 않은 카테고리(기본금속 및 용매 등)의 경우에는 저배출 대체 물질을 사용하고 가능한 경우 탈탄소화를 우선시하는 공급업체를 선택하는 것에 주력한다. 반도체 제조업체는 인터커넥트 및 배선에 저탄소 알루미늄이나 구리 사용의 목표를 설정한 후 생산 공정에 이 원자재와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진심인 공급업체를 찾을 수 있다. 혹은 기존에 사용하던 화학물질과 용매보다 사용이 안전한 바이오 기반 세척제를 개발하는 공급업체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4] 공급량 확보

탈탄소화 경로가 상대적으로 쉬운 고영향 카테고리에서는 전략적 파트너십과 장기 계약에 집중한다. 반도체 업체는 공급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해 금속, 화학물질, 포장재, 심지어 중요 화합물(탄화규소 등)의 재활용과 재사용 등 순환형 경제 전략을 공동으로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공급망에서 폐기물과 관련 배출을 줄이면서 충분한 공급을 확보할 수 있다.

 

 

대책 실행

 

반도체 업체들이 취할 수 있는 다른 대책들도 있다. 결과 도출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탄소 배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반도체 가치사슬 참여 업체들과 함께 공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업스트림 Scope 3 배출과 저감 곡선을 계산하고 추적하는 기준을 개발할 수 있다. 또 화학물질 공급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화학물질의 친환경 대체재가 비용 효율적으로 생산되고 기존의 생산 접근 방식과 동일한 수준의 성능을 보이는지 조사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급업체 관계를 설계 및 제조 공정의 여러 가지 단계 전반의 활동과 참여를 아우르는 장기적인 파트너십으로 전환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AI와 같은 새로운 획기적 기술로 인해 탄소 배출을 모니터하고, 예측하고, 감소하는데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기업들은 통제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여러 이슈를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의 탈탄소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반도체 산업의 전적에 비추어 볼 때 이 난제의 열쇠가 업스트림에 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공급망의 탄소 배출을 더 이상 남의 문제로 볼 수 없다. 이제 선도 기업들은 행동에 나서 자체 친환경 공급을 확보하고, 고객, 주주, 공급업체들에 자신을 강력히 차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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