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 중 경찰에 의해 미국 흑인이 사망한 사건 중 가장 최근에 있었던 5월 25일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대한 시위가 일어나면서, 많은 기업의 CEO들은 경찰폭력과 인종차별을 비난했다. CEO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지난 수백년 간 지속된 구조적 불리함, 시민권 침해, 부당한 폭력을 감안한다면, 민간 부문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단순한 말 그 이상이다. 기업과 투자자들은 어떻게 이번 기회를 조직 차원의 인종적 정의 실현 가속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투자자 그룹 중에서 지금까지 이러한 논의에서 유독 눈에 띄지 않았지만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그룹이 있다. 바로 PE들이다.
PE들은 개별적으로 보면 규모가 작지만 집단으로 보면 미국 GDP의 약 5%를 차지한다. 2018년에 PE들은 약 9백만 명의 인력을 고용했으며 경제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이다. 이들이 단체로 행동한다면 상당한 규모의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PE 산업이 가지고 있는 브랜딩 측면의 어려움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는 역사적으로 뿌리깊은 인종차별과 백인 특권이라는 복잡하게 얽힌 사회 정의 (social justice) 이슈에 대해 PE 업계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PE들의 전략은 고객사가 보유한 기업을 개선하기 위해 고객사 경영진과 협업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다양성을 보유한 경영진과 포용적 기업문화를 그 중심에 놓을 수는 없는 것일까?
변화는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투자를 실행 및 관리하는 GP(general partner) 레벨 그리고 투자 대상이 된 포트폴리오 기업 레벨 모두에서 시작할 수 있다. GP는 큰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또한, PE가 소유한 기업은 대체로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일반 상장사 처럼 복잡한 관료주의로 인한 부담도 적다. 정의, 평등, 인권 옹호에 대한 도덕적 의무 자체 만으로도 구조적이고 내재화된 폭력과 인종차별을 비판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하지만, PE는 이러한 불합리에 대응함으로써 보다 강력한 전략적 혜택을 단기에 얻을 수 있다.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경우 기업 평판에 리스크가 초래될 뿐 아니라 가치창출 기회 상실이라는 사업적 리스크가 따르게 된다. 다양성을 갖춘 고위 경영진 및 이사회를 보유한 기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주주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은 연구를 통해서도 밝혀졌다. 다양성을 갖춘 팀이 포용적 문화 속에서 운영될 때 혁신이 촉진되며, 사회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시기에 이러한 혁신은 특히 중요한 역량이다.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승자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새로운 사고와 행동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PE들은 유색인종 직원들이 온전하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일터에 올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고 직원 구성 비율이 전체 인구의 인종 구성비를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직장에서 무의식적인 편견이 그 실제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으며 이를 극복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만 이러한 편견에 대한 대응은 반드시 필요하다.
PE는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극복을 위해 GP레벨에서, 그리고 투자한 포트폴리오 기업 레벨에서 몇 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색인종 직원들이 이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 자신이 안전하고 자신의 의견이 경청되고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두가 현재 상황에 대해 스트레스와 우려를 느끼고 있지만, 유색인종 직원은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훨씬 큰 영향을 받거나 현재의 격변기를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고 있을 수 있다. 리더들은 이러한 직원들을 확인하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그들이 처한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리더 본인의 생각을 강요하려는 마음을 억눌러야 한다. 그리고, 직원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PE 리더들은 GP 내 다양성을 강화해야 한다. 즉, 다양성을 진정으로 대표하는 구성원으로 리더십팀, 딜팀, 운영팀을 구축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기업의 이사회 및 C레벨 임원을 구성할 때도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 협력사의 다양성 수준을 면밀히 검토하고 측정 지표를 수립하여 법률, 회계, 금융, 경영 자문사가 조직 내 다양성을 확보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다양성 이슈에 대해 단순히 책임감을 가지는 것 뿐만 아니라 타 PE와 경쟁하여 업계를 선도해야 한다. PE 업계는 치열한 경쟁에 익숙하므로 다양성 확보라는 당면과제 또한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GP 자선 프로그램 계획 시 다양성을 고려하고 소외되어 왔던 계층과 직원들이 직접적으로 관계를 구축하기를 바란다. 특히 PE는 딜 소싱 프로세스를 조정하여 흑인 소유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흑인 커뮤니티의 경제적 성공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 BCG 연구에서 보았듯이 기업의 윤리적 역량, 접근성, 포용성 등 총 사회적 영향(Total Societal Impact) 점수가 높아질수록 재무 성과도 향상된다.
그러나 리더십팀과 이사회를 구성할 때 다양성을 고려하고 딜 소싱 프로세스를 조정하는 것은 다양성 이슈 해결책의 일부일 뿐이다. 포용적인 기업문화가 없다면 다양성은 확보할 수 없다. 유색인종의 성공을 장려하는 진정으로 포용적인 문화에서 개인이 일할 수 없다면, 건전하고 공평한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하고자 하는 기업의 노력은 지속되어야만 한다.
PE들은 다양성과 포용을 단순히 따라잡아야 하는 과제가 아니라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고무적인 점은 PE 업계의 영향력은 몇배로 확산 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 내 비즈니스 확장 사례(엑시트 후 상장 포함)를 고려하면 PE의 파급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PE는 매우 중요하고 긴급한 문제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다양하고 공평하고 포용적인 세상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