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내용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기업들은 다양한 옵션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며 각 옵션은 향후 경쟁우위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우선 기업들은 고객들의 탐색 욕구를 적극 수용하고, 고객을 가치 창출 과정의 파트너로 대하며, 혁신과 실행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방식을 통해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존 기업들은 이를 교훈으로 삼아 다음을 추진해야 한다.
- 고객들의 요구를 추측하지 말고 고객과 함께 창조(co-create)하라.
- 고객들의 탐색 여정을 촉진하고, 형성하며, 수익화하라.
- 일상의 비즈니스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혁신 프로세스에 반영하라.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가 95회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에서 거둔 성공은 새로운 스토리텔링 패러다임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은 운명이나 신의 손에 따라 움직이는 체스판의 말이 아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무수히 많은 버전의 자신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주인공은 버전마다 예기치 못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스킬이 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현실의 전례 없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생각할 때, 관객과 평론가들이 이 스토리에 빠져든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기업들도 이처럼 새로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물리적 자산에 기반한 사업 규모와 같은 전통적인 경쟁우위의 원천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미래에 어떤 상황에 직면해도 성공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옵션은 투자 수익률이 낮아 보이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직관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아이디어의 탐색에는 비용이 많이 드는데 특히 자본비용이 증가한다. 옵션이 실제 제품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수익률도 낮다. 심지어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해도 이 제품을 출시하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이것은 현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낡은 개념이다. 옵션의 경제성은 크게 개선될 수 있으며 많은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들은 이를 위해 어떤 전략이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다. 다음의 접근 방식들은 대부분의 기업에서 구현될 수 있다.
접근방식 #1: 고객과 공동 창조
전통적으로 상품과 서비스 설계는 시장조사를 기반으로 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추측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 과정으로 인해 개발 과정은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 역시 컸다. 하지만 현재는 디지털 기술로 인해 고객과의 공동 창조(co-creation)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훨씬 더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가장 간단하게 실행하는 방법은 맞춤 가능한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인도치노(Indochino)는 전통적인 맞춤 정장 비즈니스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변화시켰다. 온라인 매장을 통해 사용자들이 자신의 치수에 맞는 재단과 원단을 선택해 정장과 셔츠를 디자인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들은 다양한 제품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인도치노는 팔리지 않을 디자인에 미리 투자할 필요가 없다. 옵션에 대한 이런 접근방식을 통해 효율성이 높아진다.
기업은 공동 창조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플랫폼 사용자에게 원하는 제품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기도 한다. 온라인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가 중점을 두는 부분은 사용자들의 개발 용이성을 극대화해 사용자들이 스스로 꿈을 창작물로 실현하고 다른 사람들의 창작물에 영감을 주거나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결과 게임과 여러 다른 경험에 대한 아이디어가 확산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구현이 더 정교해져 보다 몰입감 있는 엔터테인먼트와 폭넓은 선택이 가능해진다. 이 선순환을 통해 로블록스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달성하게 됐다. 로블록스에 따르면 2020년 16세 미만 미국 아동의 절반 이상이 이 플랫폼에서 게임을 플레이해 본 경험이 있다. 2023년 1사분기에 로블록스는 전년 동기 대비 22% 성장해 일일 사용자 수가 6,600만 명을 기록했으며 이는 로블록스의 성공이 팬데믹 기간 선택할 수 있는 대체 엔터테인먼트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예측을 보기 좋게 뒤집은 것이다.
이런 플랫폼 접근방식은 강력하지만, 고객은 미리 지정된 샌드박스 내에서만 공동 창조를 할 수 있으므로 옵션을 생성할 수 있는 잠재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 모델을 훨씬 더 확장한 형태가 누구나 코드를 찾아보고, 수정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원칙을 기반으로 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클라우드 기반 모니터링 및 분석기술 플랫폼 제공업체인 데이터도그(Datadog)는 사용자 커뮤니티의 기여를 환영한다. 이들의 기여는 핵심 제품에 통합돼 모든 고객으로 서비스 기능이 확대된다. 또한 이 모델은 데이터도그에게 고객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유형을 알려주는데, 이는 회사의 자체 개발 노력에 영감이 된다.
공동 창조가 디지털 도구를 통해 개선될 수 있다고 해서 이것이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기업들 역시 고객의 창의력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고 잠재적 사용 사례를 확대할 수 있다. 프로그래머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획기적으로 설계한 인텔(Intel)이 좋은 예이다. 이 제품이 도입되기 전에는 칩은 구체적인 목적에 따라 맞춤 설계됐기 때문에 인텔이 새로운 고객과 일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됐다. 4004 범용 프로그래머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도입으로 인텔은 사용자들에게 각각의 어플리케이션에 맞게 칩을 맞춤화할 수 있는(칩에 맞게 어플리케이션을 맞춤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제공했고, 인텔 제품의 사용 사례가 크게 확대됐다. 이는 컴퓨터, 전화기, 자동차, 세탁기와 같은 제품에서 지금처럼 칩이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만든 중요한 발전이었다.
접근방식 #2: 고객 탐색 여정 촉진, 형성, 수익화
회사의 옵션 개발 효율과 효과를 개선하는 또 다른 접근법은 고객의 탐색 여정을 활용하는 것이다.
첫째, 회사는 고객들이 무엇을 탐색하고 있는지 관찰함으로써 충족되지 않은 니즈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데 이를 통해 혁신이 촉발될 수 있다. 스포티파이(Spotify)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가치 제안이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미 알고 있는 노래에 접근할 수 있는 기능만이 아니라 그들이 좋아할 만한 새로운 아티스트와 앨범을 찾는 능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스포티파이 카탈로그를 검색한 수백만 명의 사용자들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곡을 예측해 새로운 음악을 추천하는 개인 맞춤형 플레이리스트 ‘디스커버 위클리(Discover Weekly)’를 개발했다. 스포티파이는 이런 고객 접근방식을 활용하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알고리즘의 힘에 따라 결정되는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었다.
둘째, 기업들은 고객들의 탐색 과정을 만들어 나가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부분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함께 착용하면 좋은 제품’ 또는 ‘다른 구매자가 좋아한 제품’과 같은 추천 기능을 제공해 고객들에게 더 많은 제품을 노출하며 탐색 과정을 형성한다. 그 결과 각 옵션의 잠재적 수익률이 상승한다. 아마존(Amazon)은 이런 접근방식으로 유명하다. 한 추산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의 약 절반이 개인 맞춤형 추천 엔진을 통해 고객들에게 처음 소개됐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고객들의 탐색 여정을 이용해 직접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핀터레스트(Pinterest)는 이를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 플랫폼은 패션, 휴가, 행사기획, 요리와 같은 카테고리에서 영감(일명 핀(pin))을 얻고자 하는 모든 사람이 선택하는 도구로, 효과적인 알고리즘을 이용해 관련 콘텐츠와 제품 등을 제안한다. 이 디지털 탐색 플랫폼은 두 가지 방식으로 탐색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한다. 간접적으로는 탐색 중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개인 맞춤형 광고 판매를 통해, 직접적으로는 이 탐색 플랫폼을, 핀을 쇼핑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로 변화시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비디지털 기업들도 핀터레스트처럼 고객들의 탐색 니즈를 혁신 프로세스의 영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노드스트롬(Nordstrom)처럼 백화점 매장을 통해 의류를 판매했던 패션 브랜드 빈스(Vince)는 현재 의류 대여 구독 서비스를 실험 중이다. 월정액을 지급하면 고객들은 사전 선별된 목록 중에서 한 세트의 의상을 받아 원하는 기간 동안 착용하고, 다음 세트로 교환할 수 있으며 원할 경우 구매할 수 있는 옵션도 제공된다. 이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은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더 자주 다양한 옷을 입을 수 있고, 빈스는 새로운 매출원을 창출하면서 고객들의 선호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다.
접근방식 #3: 혁신과 일상적인 비즈니스 간의 경계 허물기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 외에도 옵션의 경제성을 개선하려면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전환되는 프로세스를 바꿔야 한다. 혁신과 일상적인 비즈니스 사이에 흔히 존재하는 경계를 없애야 한다. 이 경계는 조직 전체의 정보의 흐름을 방해하고 아이디어가 제품 출시로 이어지는 시간을 지연시킨다.
가장 간단히 시작할 방법은 일상적인 운영을 통해 학습한 내용을 혁신에 다시 반영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및 생산성 소프트웨어인 슬랙(Slack)은 제품 개발과 사용 사이의 촘촘한 피드백 루프 덕분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본래 슬랙의 모태였던 도구는 글리치(Glitch)라는 비디오 게임의 개발자 팀이 팀 내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한 사이드 프로젝트로 만들어졌다. 이 도구의 사용자이자 개발자로서, 이 팀은 어떤 기능이 가장 효과적이고 어떻게 하면 이 도구를 더욱 개선할 수 있을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글리치가 실패한 후, 이 회사는 슬랙을 통해 다른 팀의 생산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치 있는 무언가를 구축했음을 깨달았다. 슬랙은 팀의 협업 니즈를 매우 훌륭하게 충족한 덕분에 즉각적인 성공을 거두게 됐다.
또 다른 전략은 고객들을 상대로 아이디어를 조기에 자주 시험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 자주 그리고 조기에 출시하는 것은 이미 표준이 됐다. 새로운 기능이나 비주얼 개선 등과 관련된 메이저 버전 업그레이드 외에도, 시험용으로 기능을 추가하거나 버그를 수정하기 위한 마이너 업그레이드가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이제는 많은 경우 소프트웨어가 베타 버전으로 출시되며, 이후 사용자들이 테스트한 후 개발자들이 수정해야 하는 이슈들을 파악한다.
이런 반복적 접근방식의 핵심은 포커스 그룹이나 테스트 시장 등을 이용해 실행과 병행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행의 일부분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검색의 요소를 실행에 통합하는 것은 실험의 형태를 띨 수 있다. 넷플릭스(Netflix), 부킹닷컴(Booking.com)을 포함한 여러 플랫폼은 웹페이지에 대한 A/B 테스트라는 새로운 방식을 이용해 어떤 것이 가장 높은 수준의 참여도로 연결되는지 파악했다. 이는 이제 온라인 플랫폼 개발의 표준 관행이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엣시(Etsy) 등의 플랫폼들은 이런 실험이 가능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정교화해 모든 부서가 로고 색상 변경이나 환영 문구 변경, 제품 사진 사이즈 조정 등 새로운 기능을 자율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다. 엣시는 개별 테스트 외에도 개별 업그레이드가 다양한 부서에서 이루어져 서로 다른 성공 지표를 극대화할 수 있으므로 변경 사항이 이익에 미치는 종합적인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실험을 지속해서 실행하고 있다.
탐색과 실행 프로세스를 보다 긴밀하게 통합하는 또 다른 방법은 ‘시민 혁신’ 접근법을 따르는 것이다. 새로운 솔루션을 찾기 위한 탐색은 연구개발 부서만의 고유한 영역이 아니라 모든 직원의 책임이다. 구글(Google)은 오랫동안 ‘20% 규칙’을 통해 모든 직원이 업무시간의 상당 부분을 열정적인 프로젝트에 쏟을 수 있도록 해 왔다. 지메일(Gmail)과 구글뉴스(Google News) 등 인기 있는 구글 제품의 대다수는 이 시간을 활용해 스스로 사용하고 싶은 서비스를 구축한 직원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디지털 기업이 아닌 기존 기업들도 실행과 탐색을 더 밀접하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오프라인 소매업체가 진열대 위에 상품의 최적 위치를 결정하기 위해 정교한 실험을 실행 중이다. 일부 매장에 대체 레이아웃을 시범 적용해 보고 매출 결과를 기준선과 비교한다. 어떤 경우에는 구체적인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실험이 진행된다. 크로거(Kroger)는 식물성 육류 제품을 기존 육류와 가까이 둘지, 별도 섹션에 둘지 결정하기 위한 실험을 시행하기도 했다.
또 어떤 기존 기업들은 설계와 판매 프로세스 간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 무료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페이즈 에너지(Enphase Energy)는 태양광 마이크로인버터 개발 및 제조업체로 패널 설치업체가 인페이즈의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 옵션들을 검색하도록 함으로써 판매 프로세스를 간소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인페이즈는 과거의 판매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필요에 따라 최적의 제품을 선택할 때 단계별로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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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불확실성의 세계 속에서 기업들이 대비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더 이상 제한이 없다. 앞으로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미래의 상황은 거의 무한에 가까우므로 이 모든 상황에서 성공할 수 있는 옵션을 개발해야만 한다.
많은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들이 스마트한 전략을 이용해 옵션을 빠르게, 그리고 저렴한 비용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 똑같은 전략이 기존 기업에도 적용된다. 기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옵션 확대에 있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앞서 기술한 세 가지 접근법이다. 즉 고객을 제작 과정의 파트너로 보고, 고객들이 니즈를 충족하는 것만큼이나 옵션을 탐색하는 것에 관심이 많음을 인식하며, 혁신과 실행 노력 사이의 전통적인 분리는 임의적이고 극복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과 기존 기업들 모두가 옵션 확대를 위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이 전략들을 통합해 더 큰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총체적 접근법을 도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