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혹은 그보다 더 오랜 기간 식품 산업은 농지나 해양에서 최초 생산된 시점부터 최종적으로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식품의 이력을 추적하고자 노력해 왔다. 이러한 노력은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영국 및 프랑스는 식품 공급망 내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에 대해 해당 기업에 책임을 묻는 법을 채택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까지 포함되는데, 독일 역시 2023년에 관련 법을 발효할 예정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이 발표한 새 규제안은 식품 가치사슬의 참여자들이 식품을 통해 질병이 전파되거나 식품 리콜 조사가 진행될 경우, 요청에 따라 엔드 투 엔드(end-to-end, E2E) 전자기록물을 24시간 내 즉시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BCG에서 추정한 바에 따르면, 해당 규제는 미국 내 식품 소비량의 약 20~30%를 차지하는 식품 유형에 적용될 예정이다. 초기 추정치에 의하면 이 규제로 2만 개 이상의 농장, 1만 개 이상의 제조업체, 약 2만 개의 유통업체, 35만 개 이상의 소매 및 외식업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규제안은 식품 규제 영역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식품 기업이 직접 생산, 유통, 판매 식품의 이력추적에 책임을 지게 하려는 전 세계적인 움직임은 광범위한 영역에서 식품 관리 시스템 및 식량 안보를 위한 유익한 해결책을 고안할 기회를 제공한다. 식품 공급망에서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E2E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식품 산업 참여자들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중요한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공보건을 개선할 수 있고,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품의 1/3, 약 16억 톤이 버려지고 있다. 식품 기업은 새롭게 등장한 보건 및 지속 가능성 목표에 부응하여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는 음식을 판매함으로써 수익과 평판, 소비자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반면, 식품 산업은 이윤이 낮은 편이므로 생산성을 놓칠 경우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식품이력추적에 필요한 요건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전 세계 식품 공급망에 무려 7천억 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수도 있다. 이러한 리스크는 소규모 생산자, 저소득층 소비자 등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계층과 나아가 사회 전체에 큰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식품 산업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해야만 한다. 이 이니셔티브는 소수의 대기업이 이끌 수도, 광범위한 영역의 업계 참여자로 구성된 연합이 이끌 수도, 혹은 시스템상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그룹이 함께 주도해 나갈 수도 있다. 어떤 접근법이 되었든 간에, 식품 산업은 규제당국과 긴밀히 협력하여 가치사슬 내 모든 참여자의 리스크는 줄이고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규제를 조율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FDA 규제 조항은 FDA가 최종 규제안을 발표하고 2년 뒤, 즉 2021년 말 또는 2022년부터 효력이 생긴다. 따라서 미국 또는 미국의 행보를 따를 가능성이 큰 다른 국가에서 식품 산업이 건설적으로 움직일 시간적 여유는 아직 남아있다.

 

 

식품이력추적을 둘러싼 쟁점

 

공급망을 혁신적으로 바꿀 준비가 되었다면 FDA 규제안 적용의 결과로 다양한 가치를 추가로 창출하고 사회적 이익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보기 참조) 해당 규제는 아래와 같은 여러 영역에서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재고 투명성 및 수급 계획 강화
  • 탄소 배출 감축, 음식물 쓰레기 감량 등 기후 및 지속 가능성 목표를 향한 진전 가속화
  • 공급망 전반에 걸쳐 공급업체 다양성 확대 및 노동 관행 공정성 강화
  • 공급망의 환경적,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끌어낼 수 있는 소비자 능력과 시장의 힘 강화

‘식품이력추적’ 관리 제도, 이제는 제대로 준비하고 시행할 때 1

반면, 규제안에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식품 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아래와 같다.

  • 일용소비재(fast-moving consumer goods, FMCG) 기업, 유통업체, 소매업체가 고립되어 솔루션 효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 더 지속 가능한 관행을 따르는 소규모 생산자 및 제조업체는 변화를 효과적으로 실행하지 못할 수 있으며, 공급업체 기반으로 이목이 쏠리면서 잠재적으로 제품 다양성 감소와 투입비용(input price)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 규제가 발효되면서, 제품 가용성 및 가격 안정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 업계 참여자들은 다양한 이력추적관리 시스템에서 데이터나 개인정보, 호환성 등과 관련한 더 큰 시스템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올바른 접근법부터 파악하자

 

미국은 매년 약 4천 8백만 명의 사람들이 병에 걸리고, 10만 명 이상이 병원에 입원하며, 약 3천여 명이 식품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다. 새 FDA 규제안은 발병 원인이 되는 과일 및 채소, 치즈, 땅콩 등 견과류, 버터, 대부분의 생선류와 해산물, 껍질째 판매되는 달걀 등 광범위한 식품군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규제는 잠재적인 위해식품을 신속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기업에 새로운 기록 및 보관 프로토콜을 제시하고 책임을 부여한다. 식품을 최초로 수령하는 (농장을 제외한) ‘1차 도매상(first receiver)’은 반드시 해당 식품과 관련한 주요 데이터를 수집해 전달해야 한다. 공급망의 종착지인 일반 식료품점은 서로 다른 품목 수천 개의 출처를 파악해야 하는 책임을 진다. (제약 산업에는 이미 유사한 이력추적 규제가 있다.)

FDA 규정에 따르면 현재는 식품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갔는지만 파악하면 된다. 이런 단순한 기록은 스프레드시트나 서류상으로만 저장되어 있으므로 식품을 통해 질병이 전파될 경우 출처를 완전히 파악하는 데 몇 주나 걸릴 수 있다.

FDA가 신속히 발병 원인을 파악하고, 안전한 먹거리 판매의 방해 요소를 줄이려면 어떤 E2E 이력추적관리 방식을 활용해야 할까? 먼저 취할 수 있는 접근법은 대형 소매업체나 유통업체, FMCG 기업, 혹은 이들 내 소규모 그룹에서 업계의 다른 참여자를 위한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국적 기업들은 실행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자본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결과주의적 접근 방식은 기업의 자체 비즈니스 모델에 유리하게 편향될 가능성이 크고, 일률적인 솔루션이 지니는 전형적인 약점을 보일 수 있으며, 사업 규모가 더 작은 생산자들이 소외될 수 있다.

또 다른 접근법으로는 광범위한 업계 참여자 연합에서 GS1(국제표준 관리기관, 바코드 표준 개발)이나 FMI(식품산업협회)와 같은 표준화 기구, 혹은 기타 중립 단체와 협력하여 더 공정하고 광범위한 솔루션을 구축하는 방식이 있다. 모든 E2E 이니셔티브는 지속 가능한 공급망 구축을 주요 비즈니스 목표로 삼아야 한다.

 

기술을 적극 활용하라

 

위의 두 접근법 모두 분산 원장(distributed ledger) 혹은 블록체인 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월마트(Walmart)와 IBM은 협력을 통해 식품이 공급망을 따라 이동할 때 추적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이력추적에 드는 시간이 수일에서 수 초로 단축된다.

세계자연기금(World Wildlife Fund, WWF)은 BCG 디지털 벤처(BCG Digital Ventures) 및 사회자본 투자자들과 협력하여 기업 및 소비자가 직접 제품의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생산에 관해 검증할 수 있는 플랫폼 ‘오픈SC(OpenSC)’를 구축했다. 오픈SC는 사물인터넷(IoT) 센서, 머신러닝, 블록체인과 같은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여 기업이 주장하는 제품의 지속 가능성 가치를 검증한다. 그 후 공급망을 따라 식품 이력을 추적하고, 기업 및 소비자를 위해 기록 내용을 공유한다.

마루하니치로(Maruha Nichiro) 계열 오스트럴 피셔리스(Austral Fisheries)는 세계 최대의 해양수산 대기업으로, 오픈SC 플랫폼 초창기 가입 기업 중 하나였다. 남극 연안을 항해하는 어부들은 칠레산 농어라고도 알려진 메로(Patagonian toothfish)를 포획하는 대로 태그를 붙인다. 오픈SC의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태그 정보, 선박의 지리적 위치, 기타 데이터 소스를 자동 분석한 후 지속 가능한 지역에서만 어업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한다. 선박이 해안으로 돌아온 뒤에는 가공된 생선 포장에 붙은 QR코드가 태그를 대체한다. 이러한 방식 덕분에 유통업체는 물론이고 레스토랑이나 상점을 방문한 소비자도 생선이 포획되어 판매되기까지 모든 이력을 알 수 있다. 전 세계에서 포획되는 메로 가운데 최대 15%가 오픈SC 플랫폼을 통해 검증 및 추적되고 있다.

 

모두의 참여가 가장 중요한 솔루션이다

 

블록체인과 같은 데이터 공유 기술이 유용한 툴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식품이력추적의 최종 솔루션은 아니다. 모든 솔루션의 효율성은 업계 구성원의 참여 의사에 달려있다. 대형농장이나 대형 유통업체, 대규모 소매업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식품 업계는 여전히 파편화되어 있다. 수많은 제품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여러 중간유통업체를 거친다. 대규모 생산자나 유통업체, 소매업체 가운데 하나 혹은 여러 곳이 솔루션 적용을 주도할 경우 공급망의 다양성을 위해 반드시 소규모 업체들을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FDA 규제안이 점차 현실화함에 따라, 식품 산업 참여자들은 다음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 협업: 식품 산업 참여자들은 광범위한 업계 구성원들의 협업을 장려해야 한다.
  • 디지털 지원: 식품 및 농산물 이력추적은 비효율적이고 서류 중심적이었던 기존의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시한다.
  • 유연성 및 상호운용성: 범용 단일 솔루션을 적용할 경우 다양한 업계 참여자와 공급망의 복잡성을 수용할 만한 유연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 미래 지향적 태도: 새로운 규제안은 몇 달에 걸쳐 계속 발전해 갈 것이 분명하다.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도 필드의 목소리에 따라 거듭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외 다른 국가에서도 각기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규제를 채택할 것이다. 모든 산업 솔루션은 발생 가능한 모든 잠재적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 공급업체 다양성 및 형평성: 소규모 생산자 및 제조업체는 새 규제안을 따라가기에 가장 벅차할 수 있다. 새로운 식품이력추적 과정은 정보 접근을 보장하고 다른 혜택을 주며 전략적으로 중요한 공급업체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공할 수 있다.

 

 

식품이력추적은 곧 현실이 될 것이다. 문제는 식품 기업과 유통업체, 소매업체가 이를 단순히 부담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전략적인 기회로 여길지에 달려있다. 솔루션이 하향식이든 상향식이든, 식품 산업은 가치를 창출하고 공공보건을 지킬 공정한 플랫폼을 구축할 기회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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