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랫동안, 핵융합은 에너지의 최전선으로 여겨져 왔다. 핵융합을 이용하면 태양과 별에 동력을 공급하는 것과 똑같은 과정으로 저렴하고 광범위하게 접근 가능한 전력을 무제한으로 얻을 수 있다. 방사성 폐기물도 없고, 기후에 악영향을 미치는 배출물도 없으며, 원자로가 통제를 벗어나 폭발할 위험도 없다. 실제로 핵융합 원자로는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 위치해도 충분할 정도로 안전하다.

하지만 가벼운 원자핵을 결합해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 상업적으로 실현 가능한 핵융합은 여전히 희망 사항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년은 지나야 할 것으로 전망되었는데, 문제는 그런 상태가 5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수년간 관심을 받았던 열의에 가득 찬 과장된 주장들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융합 발전이 빠르게 가속되고 있으며 원자로가 머지않은 미래에 국가 전력망에 전력을 공급하기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여러 징후가 보인다. 이제 핵융합이 최고경영진의 관심을 끌 때이다. 위험 선호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쩌면 직접 참여해야 할 때일 수도 있다.

물론 회의론을 제기할 만한 근거도 넘쳐난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다양한 발전들로 인해 핵융합 에너지가 현실로 성큼 다가왔음을 보여 주는 강력한 신호들도 있다. 실용적 핵융합 원자로를 위한 과학 및 관련 기술에 중대한 획기적 발전이 있었다. 지난 5년간 민간 (및 준 민간) 투자자들은 핵융합에 약 55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거세지는 탈탄소화 압력으로 인해 전 세계 정부들은 국제 연구 컨소시엄과 프로토타입 원자로에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고 있다. 최근 COP28 기후 컨퍼런스에서 20개국은 2050년까지 원자력 에너지 생산량을 세 배 확대할 것을 약속했으며 이 중 핵융합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열정적인 젊은 과학자들과 관련 전공 석박사들이 최근 이 분야에 더욱 많이 뛰어들고 있다.

핵융합 에너지는 더 이상 아득한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1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핵융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자로를 상용 생산화하기 위한 세부적이고 원대한 꿈을 품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증가함에 따라 핵융합 기술이 국립 연구소에서 민간 부문으로 이전되고 있다. 스타트업들은 핵융합 에너지가 환경 및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그로 인한 수익을 기대하는 진지한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인상적인 기술적 진전

 

핵융합의 과학적 원리는 수십 년 동안 이미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획기적인 순간, 즉 핵융합로가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지속해서 생성하는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눈에 보이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발전은 2022년 12월 로렌스 리버보어 국립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 NIF(National Ignition Facility: 국립 점화 시설)의 물리학자들이 ‘핵융합 점화’에 성공해 제어된 반응 실험에서 반응 유발에 사용한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성한 것이었다. 그 이후, 여러 다른 연구소들이 이 결과를 독립적으로 확인했다.

이제 우리는 물리법칙이 실제로 작동함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 물리법칙이 경제적으로 산업 수준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가’이다. 반응을 더 잘 제어하고, 더 높은 주파수에서 에너지 버스트를 생성하고, 지속성을 개선하는 것이 핵심 과제이다. 이외에도 연구자들이 실험을 조정할 때마다 에너지 출력이 크게 달라지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 모든 이슈의 해결 여부는 아직은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모두 과학적 발전의 과정이다. NIF를 비롯한 여러 연구기관은 핵융합 반응의 정확한 조건과 필수요소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질문들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확도가 훨씬 더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레이저, 강력한 초전도 자석 등 핵융합 프로젝트에 중요한 다른 기술들에서도 획기적 발전이 있었다.

 

“레이저, 강력한 초전도 자석 등 핵융합 프로젝트에 중요한 다른 기술들에서도 획기적 발전이 있었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스타트업

 

최근까지만 해도, 대중의 관심은 주로 35개국의 지원을 받는 남프랑스의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국제핵융합실험로)과 같은 수십억 달러의 대규모 국제 연구 프로젝트에 집중돼 있었다. 이밖에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러시아, 인도, 중국, 대한민국, 일본에 기반을 두고 있거나 건설 중인 다른 프로젝트들도 있다. 이런 시설들은 기술 문제 해결을 위한 실험을 목적으로 하며 계획 및 구축에만 10에서 20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제 ITER처럼 20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프로그램이 아닌 수억 달러 정도의 적당한 자본으로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 스타트업들은 비교적 규모가 작지만, 자금력이 탄탄하고 사업 추진 속도도 더 빠르다. 일부는 3에서 6년 내로 수십 메가와트의 핵융합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실증로(demonstration reactors)를 구축 중이거나 적어도 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주요 기술 투자자들, 국부펀드 및 다양한 산업 기업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정부 지원 프로젝트 등 핵융합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자기장 가둠과 관성 가둠의 2가지 유형의 설계를 추진 중이다. 자기장 가둠 원자로의 가장 일반적인 설계 방식은 1950년대 러시아에서 도입된 토카막이라는 개념이다. 토카막은 초고온의 전기 충전된 플라즈마를 압축된 도넛 모양 혹은 실린더형 컨테이너에 가두는 방식이다. 매우 강력한 자기장이 수소 핵을 밀어내 충돌하면서 에너지를 생성하게 된다.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Commonwealth Fusion Systems)은 빌 게이츠의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 싱가포르의 테마섹(Temasek), 노르웨이 에너지기업 에퀴노르(Equinor) 등의 투자자들을 통해 약 20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한 MIT의 스핀오프 기업으로 2025년까지 50에서 140메가와트의 전력 생산을 목표로 하는 중간 규모 토카막 원자로 건설에 착수했다. 또한, 옥스포드 인근에 본사를 둔 토카막 에너지(Tokamak Energy)는 ‘핵융합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는 가장 작고 가장 비용 효율적인 솔루션’인 소형의 구형 토카막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스타트업인 캐나다의 제너럴 퓨전(General Fusion)은 약 10년 내로 상업용 전력 생산을 목표로 실증용 토카막을 구축하고 있다.

또 다른 기술인 관성 가둠은 강력한 레이저 펄스를 이용해 수소 펠릿을 타격, 핵융합 에너지를 생성한다. 원자로 내부의 플라즈마는 자기장이 아니라 자체 관성에 의해 가둬진다. 이는 NIF가 성공적으로 입증한 접근방식이다. 산업 규모의 에너지를 일관되게 생성하려면 매우 높은 주파수에서 레이저 펄스를 복제하고 계속해서 펠릿을 대체해야 한다. 독일 스타트업인 마블 퓨전(Marvel Fusion)은 콜로라도 주립대학과 협력해 2026년 완성을 목표로 관성 핵융합 연구 원자로를 건설 중이다.

또 다른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Helion Energy)는 자기장 가둠과 관성 가둠을 결합한 기술을 사용하는 6개의 프로토타입을 보유하고 있다. 헬리온 에너지는 미국 철강업체인 뉴코어(Nucor)와 협력해 2030년까지 시운전을 목표로 500메가와트 원자로를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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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단계에서, 이 혁신적인 접근법들 중 어느 것이 최선인지 혹은 어떤 것이 정해진 일정 내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 분야, 나아가 이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경쟁하는 기술들에 계속해서 주목해야 한다. 어떤 기업이라도 핵융합 발전의 실현 가능성과 경제성을 입증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경이로운 일이 될 것이다. 앞으로 3~5년은 매우 흥미로운 기간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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