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은 전통적인 컴퓨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지만, 그 시장 규모는 2030년이면 약 50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다.
큐비트(qubit)가 다가온다
우리는 지금 초기 이진법 컴퓨터가 개발될 무렵 기계 컴퓨터, 진공관, 반도체가 서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때와 유사한 단계에 있다.
상용화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
양자 컴퓨팅의 잠재력이 온전히 실현되기 까지는 십 년 이상 남았다 해도, 비즈니스 리더들은 앞으로 몇 년 동안의 추이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제약 및 화학기업들은 이미 신약개발 가속화와 분자 설계 개선을 목표로 그 가능성을 시험 중이다.
기업들은 양자도약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일단 기술적 타당성이 입증되면, 양자컴퓨팅은 S 자 도입곡선의 패턴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진들은 양자컴퓨터의 상용화가 다가오고 있음을 암시하는 주요 마일스톤들을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기업이라면 내부 역량을 개발하기 시작해야 한다.
양자 컴퓨팅 기술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점점 더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그 성장가능성은 무한한 듯 보이지만, 여전히 높은 장벽이 남아있다. 양자 컴퓨팅은 언제쯤 비즈니스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 BCG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 시기는 많은 이들의 당초 예상보다 빠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자 컴퓨팅은 현대생활의 필수품이 된 전통적인 이진법 기반 컴퓨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자인 리처드 페인만(Richard Feynman)의 말을 인용하자면, 양자컴퓨터는 양자물리학을 이용해 물리적 세계를 모방하기 때문에, 현재의 컴퓨터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이 능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양자컴퓨터를 사용해 물리 시스템을 모델링하는 것은 제약, 화학, 에너지 산업에서는 즉각적으로 응용될 수 있다. 양자수학을 이용한 알고리즘은 검색, 암호해독, 머신러닝과 같은 분야에서 데이터집약적 어플리케이션의 개발 속도를 어마어마하게 증폭시키면서 새로운 가치를 실현시킬 것이다. 미래에는, 전통 컴퓨터가 필요에 따라 그 사촌 뻘인 양자 컴퓨터를 불러내는 소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이용해 현재에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할 것이다.
양자컴퓨터를 사용해
물리 시스템을 모델링하는 것은
제약, 화학, 에너지 산업에서
즉각적으로 응용될 수 있다.
양자 컴퓨팅은 향후 25년동안 3세대에 걸쳐 발전해 성숙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초기세대 기계를 이용해 실제 비즈니스와 R&D을 훨씬 빨리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2030년 까지 양자 컴퓨터 시장은 50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가능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 기술의 주된 응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만큼의 ‘논리(logical)’ 큐비트(qubit)-양자 계산의 기초-가 생성될 수 있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양자 시뮬레이션에는 150개의 논리 큐비트가 필요한데, 각각의 큐비트는 10에서 수천 ‘물리적’ 큐비트 중 하나로 구성되며, 오류수정과 안정성이 수반되어야 한다.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교(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의 존 프리스킬(John Preskill)이 올해 초 지적한 바와 같이, 오늘날의 양자프로세서는 능력이 제한적이고 오류가능성이 높은, 잡음이 많은 물리 큐비트를 사용한다. 이는 한 단계 발전된 기술로 나아가는 주춧돌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머지 않은 미래에 양자알고리즘과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플랫폼을 제공해 장기적으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1 양자 프로세싱의 발전을 측정하는 보다 종합적인 지표도 필요하다. 한 예로 IBM의 ‘양자 볼륨(quantum volume)’은 시스템이 더욱 발전해서 다수의 논리 큐비트를 표시하기 전까지 양자 컴퓨터의 프로세싱 능력에 대한 좋은 평가기준이 된다.
현재 주요 기업들에서는 양자 컴퓨터와 관련한 노력이 한창이다. IBM은 최근 20큐비트 양자프로세서와 최대 49 큐비트를 다룰 수 있는 시뮬레이터를 공개했으며,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구글(Google)이 72큐비트 프로세서인 브리슬콘(Bristlecone) 칩을 발표해 이를 앞질렀다. 그 외에도 인텔(Intel),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MIT, 예일(Yale), 옥스포드(Oxford) 등 유수의 IT기업들과 연구기관들이 이 분야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는 기업의 경영진들이 어떻게 양자컴퓨팅과 그 응용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고자 한다. 예상되는 개발 시기, 실현가능성 높은 초기 어플리케이션들, 양자기술현황, 가능성 있는 도입 모델, 양자컴퓨팅의 도래를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이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해 살펴본다.
큐비트가 다가온다
양자컴퓨팅이 실제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주요한 전제가 있다. 양자 시뮬레이션을 실행할 만큼 충분한 수의 큐비트를 갖춘 프로세서와 어플리케이션에 내재된 수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양자 알고리즘이다. 암호해독 및 머신러닝과 같은 분야에서는 이와 같은 알고리즘이 이미 몇 가지 존재한다. 프로세서는 현재 활발히 개발 중이며 점점 더 많은 고용량 프로세서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공개되고 있다.
시장기회가 얼마나 큰지 가늠하고 양자 컴퓨팅의 응용이 가능해지는 시기를 추측하기 위해, BCG는 전통적인 컴퓨팅 역량을 초과하는 로드를 필요로 하면서 양자 수학 솔루션이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기능들을 살펴봤다. 문제 해결에 요구되는 컴퓨팅 속도를 기준으로 양자 컴퓨터가 전통적인 컴퓨터보다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세 가지 유형으로 정의했다. (보기 1 참조.)
상당한 속도 우위. 전통적인 컴퓨터는 작업을 순차적으로 실행하기 때문에, 매우 크고 복잡한 문제의 해결에는 실용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큰 수를 소인수 분해하는 것에는 정해진 해결책이 없다. 컴퓨터는 그저 시행착오를 통해 추측을 해야 한다. 그리고 시도횟수는 그 수의 자릿수만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문제를 동시다발적으로 공략한다. 실제로, 모든 가능한 해결책을 동시에 고려해 맞지 않는 것들은 제외시킨다. 어떤 문제들의 경우, 양자프로세서의 문제해결시간은 차원의 수에 따라 기하급수적이라기보다는 선형적으로 증가하고, 이로 인해 어마어마한 속도의 우위가 발생한다. 큰 수의 소인수분해는 기하급수적 연산 문제이지만, 양자 접근법(과 쇼어(Shor)의 알고리즘으로 알려진 수학해법)을 통해 현실적으로 적절한 시간 내로 해결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모든 가능한 해결책을 동시에 고려하고,
맞지 않는 것들은 제외시킨다.
이렇듯 상당한 속도우위가 있는 어플리케이션이 머지 않은 미래에 시장기회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제약 및 화학 R&D분야로, 분자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분자간의 상호반응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이 시뮬레이션의 복잡성이 큰 수의 소인수분해와 유사하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리처드 페인만의 예상처럼, 양자 프로세서는 가능한 모든 상호반응을 동시에 고려해 분자의 최저 에너지 상태, 즉 분자가 어떻게 상호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우리는 양자 시뮬레이션과 관련, 제약분야에서 2030년까지 최대 2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예상하고 추가로 70억 달러가 화학, 재료공학, 기타 재료공학 집약 산업에서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기 1. 양자 컴퓨터는 일부 문제 해결에 있어 상당한 속도우위가 있다.
보통의 속도 우위. 머신러닝 어플리케이션에도 핵심인, 비정형 검색에 관련된 문제해결에 소요되는 시간 역시 문제의 크기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로버(Grover) 알고리즘과 같은 양자수학 해결법은 비정형 검색에 대해 보통의 속도 우위(문제 크기의 제곱근에 비례함)가 확실하다. 오늘날, 대규모검색과 머신러닝 문제는 엔비디아(Nvidia)등의 기업이 생산하는 거대한 평행의 특수 GPU를 통해 해결된다. 양자 컴퓨팅 기법이 GPU 기반 플랫폼을 대체하면서 검색과 머신러닝 어플리케이션 관련 시장이 2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시장가능성은 구글과 IBM이 검색 최적화 양자 컴퓨팅 플랫폼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불확실한 속도 우위. 현재의 전통적인 컴퓨팅 방법은 복잡한 운영이나 네트워크관련 문제들- 예를 들어 교통이나 물류에서 경로 최적화 등의 문제-을 적절히 해결하고 있다. 양자 컴퓨팅 방법은 문제가 일정 크기 이상일 경우에는 속도 우위가 있을 수 있지만 BCG가 인터뷰한 기업들은 현재의 컴퓨팅 방법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래에 양자 컴퓨팅이 상당한 가치를 새롭게 실현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 현재는 확실하지 않은 것이다.
큐비트는 언제 도래할 것인가?
기술적인 과제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양자 알고리즘을 이용해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충분한 규모의 양자 연산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논리 큐비트의 수(전통적인 프로세서로 치면 대략 비트와 메모리의 수에 해당하는)와 오류수정(상세한 내용은 이하 참조)을 실행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물리 큐비트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현재 기계식 컴퓨터, 진공관, 반도체가 모두 컴퓨팅 기계의 물리적 플랫폼이 되고자 경쟁했던 이진법 컴퓨터의 초기개발단계와 같은 시점에 있다. 오늘날 서로 경쟁 중인 양자 컴퓨팅 기술로는 초전도체, 포획이온(trapped ion), 반도체 플랫폼 등이 있다. 각각의 시장 개발율을 예측하기 위해 우리는 서로 다른 크기의 양자컴퓨터가 각각의 플랫폼을 사용할 경우 언제 가용하게 될 지를 계산했다. 각 기술의 시작점을 고려하고, 기본 하드웨어의 확장성을 감안해, 모든 기술 플랫폼 전문가들이 합리적인 가정이라고 여기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물리 큐비트의 수가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함)을 적용해 계산했다. 또한 모든 양자기술에 대해 현재까지 구현된 물리 큐비트의 수와 여러 개의 물리 큐비트에서 하나의 논리 큐비트를 만들어내기 위한 오류수정에 필요한 역량을 모두 계산했다.
이 가정과 현재의 출발점을 기초로, 우리는 양자 컴퓨터 시장이 3세대에 걸쳐 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제 1 세대는 2018년부터 2028년의 기간으로, 엔지니어들은 복잡성이 낮은 시뮬레이션 등의 어플리케이션을 위해 설계된 비범용(nonuniversal)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게 된다. 이 컴퓨터 개발은 대부분 향후 몇 년 간 일어날 것이고 제 2세대가 도래할 때까지 사용될 것이다.
제 2세대(2028-2039년)는 양자 컴퓨터가 50 논리 큐비트까지 확장되고 전통적인 컴퓨터에 대해 ‘양자 컴퓨터가 우위’를 점하는, 즉 특정 어플리케이션에서 어떤 알고리즘을 더 빨리 실행할 수 있는 시기이다. 양자컴퓨터의 2 세대에서는 분자 시뮬레이션, R&D,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문제에 집중할 것이다. 이 기간에는, 사용가능한 어플리케이션이 시장에 나와 상당한 가치가 창출될 것이다. 동시에, 양자 정보 프로세싱이 하나의 분야로서 발전해 기업들은 양자 시뮬레이션 기법에 더욱 익숙해 질 것이다.
제 3세대(2031-2042년)에서는, 양자 컴퓨터가 첨단 시뮬레이션 방법을 상당한 규모로 실행할 수 있고, 전통적인 방법에 비해 시뮬레이션, 검색, 최적화에서의 상용화에 대해 상당한 우위를 보이게 될 것이다. 무어의 법칙의 확장성, 그리고 일부 어플리케이션에 대해 양자 연산이 이진법 연산을 앞서게 되는 기준점이 있기 때문에, 2세대와 3세대는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있다. 일반적인 궤적을 따른다면, 양자 컴퓨팅은 10년정도 꾸준히 발전하고 약 2030년 이후부터 급속하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어플리케이션은 예상보다 빨리 실현될 수 있다
양자컴퓨터가 본격적으로 활용되려면 10년이상 기다려야겠지만, 비즈니스 리더들은 양자컴퓨터의 1세대 기간 동안의 발전사항을, 특히 향후 몇 년간의 추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화학산업 등의 분야의 기업들에서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분자 모델링 및 전문적인 최적화 등 일부 제한된 영역에서 양자 컴퓨터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실험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기업들은 양자 컴퓨팅 기법과 툴을 직접 사용하면서 익숙해 질 것이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개발자들이 자연스럽게 양자 프로세싱 기법에 노출되는 양자컴퓨터 커뮤니티, 양자 컴퓨터 시뮬레이터, 사용하기 편한 툴 등을 개발 중이다. 양자 알고리즘, 프로그래밍 언어, 클라우드 서비스형 양자 프로세서가 가용해 짐에 따라, 개발자들은 점차 이를 소프트웨어 솔루션에 반영할 것이다. 또한, 전통적인 접근법과 양자 컴퓨팅 접근법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컴퓨팅 시스템이 나타날 것이다. 이 같은 학습 시기는 인식을 제고하고 경험을 풍부하게 하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며 일단 일부 분야에서 양자컴퓨터의 우위가 이루어지면, 양자컴퓨팅이 빠르게 도입될 수 있을 것이다.
양자컴퓨터가 본격적으로 활용되려면
10년이상 기다려야겠지만, 비즈니스 리더들은
향후 몇 년간의 추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양자 컴퓨터가 상당한 속도 우위를 보이는 문제 중 하나는 특정 상호반응과 화학 프로세스를 이해하기 위한 대분자의 모델링이다. 양자 프로세서를 이용해 양자(디지털이 아닌) 쌍둥이, 즉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내고 아원자 수준의 양자 프로세스를 모델링하는 것이다. 제약 및 화학 기업들은 이미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줄이면서 신약개발과 분자설계를 가속화하는 양자 시뮬레이션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업계의 경영진들은 이런 방법으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신약개발율을 5%에서 10% 상승시키고 개발 시간을 15%에서 20% 단축시킬 수 있다고 예측한다. 또한 분자설계개선을 통해 신약허가율을 1.5에서 2배 정도 상승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기 2 참조.) 한 주요 제약 회사의 R&D부분 부사장은 ‘원자수준에서는, 현재 고성능 컴퓨터도 대부분의 시뮬레이션을 취급하지 못한다. 양자컴퓨터는 신약개발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미국 제약 부분만 하더라도, 복잡한 원자프로세스의 양자 시뮬레이션이 현재 가능하다면, 기업의 10%가 기꺼이 그 능력에 대해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으며, 이는 양자 컴퓨팅의 시장 기회가 15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의미이다. 현재, 전세계 고성능컴퓨터 시장 규모는 100억 달러에 달한다.
또 다른 상용화 가능성이 있다. 양자컴퓨팅을 활용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검색 및 머신 러닝 알고리즘의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을 통한 수백억 개의 디바이스로 인해 가용 데이터의 양이 최고 수준이 되는 상황에서, 데이터의 가치 실현을 위해 이는 점점 더 중요하게 될 것이다.
어떤 유형의 문제들에 있어서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거나 가능한 해결책들을 동시에 테스트할 필요도 있다. 수 천 개의 섬들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각각의 섬을 한 번만 건너는 경로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가능한 해결방법의 수는 섬의 수에 따라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주어진 경로가 섬을 한 번만 방문해야 한다는 제한조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간단하다. 만약 이 가상의 섬 수수께끼에서 가능한 해결방법이 100만개라면, 이진법 컴퓨터는 평균 50만 번의 시도를 통해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로버 알고리즘을 실행하는 양자 프로세서는 1000번만 시도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500배나 빠른 것이다.
이진법 컴퓨터는 정답을 찾기 위해
평균 50만 번의 시도를 해야 하지만,
양자 프로세서는 1000번의 시도로 충분할 것이다.
보기 2. 제약 R&D의 복잡한 분자개발은 약 150억에서 300억 달러의 시장기회가 될 수 있다.
이는 머신 러닝의 기반이 되는 검색 알고리즘과 거대 다중 신경망이 직면한 것과 같은 문제들이다. 물체탐지와 파악-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앞에 갑자기 나타난 물체가 바람으로 부푼 비닐봉지인지 유모차인지를 판단하는 것-등의 작업을 하기 위해서, 이 신경망은 거대한 데이터세트, 시행착오,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으로 얻은 수많은 결과물을 분석해 훈련되어야 한다.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이 거대한 데이터 세트 및 이에 병행하는 저가 GPU와의 결합을 통해 실제로 구현되면, 양자컴퓨터는 신경망의 훈련을 가속화 하고 취급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을 증가시킬 수 있다.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머신러닝에 이용할 수 있는 양자 알고리즘을 밝혀 내기 위해 노력하면서 이 어플리케이션은 현재 활발히 연구 중인 분야이다. 알고리즘이 더 많이 발견된다면, 전통적인 컴퓨터에 비해 양자 컴퓨터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장점으로 인해 2030년까지 200억 달러에 달하는 고성능 머신러닝 컴퓨팅 시장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의 기술
양자 컴퓨터의 능력은 이것이 우리모두가 익숙한 이진법의 불 연산(Boolean logic) 기반의 컴퓨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술이라는 점에서 온다.
근본적인 차이점이 세 가지 있다. 첫 번째로 비트와 관련된 차이점이다. 이진법 컴퓨터는 이진법 비트를 사용한다. 모든 것은 1과 0 혹은 흔히 온(on) 이나 오프(off)로 이루어진다. 두 가지 상태만 가능한 전등 스위치를 생각하면 된다. 반면, 양자는 1과 0, 혹은 온과 오프상태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즉, 이 새로운 스위치는 이론적으로 무한한 수의 설정이 가능한 조명이 된다. 큐비트는 흑백의 확실성이 아니라 가능성에 대한 것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것인 동시에 상당한 문젯거리이기도 하다. (보다 상세한 내용은 이후에 설명한다.)
두 번째 차이점은 이진법 컴퓨터는 모든 1과 0을 분리해서 취급한다는 점이다. 계산을 위해 그렇게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를 의도적으로 얽히게 한다. 한 큐비트를 조정하면, 동시에 그와 얽힌 다른 모든 큐비트들을 조정하는 셈이다. 하나의 조명을 수정하면 그 방에 있는, 그리고 그 집에 있는, 다른 모든 조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양자 컴퓨터는 뛰어난 연산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세 번째 차이점은 양자컴퓨터가 작동하는 방식에 있다. 이진법 컴퓨터가 수 계산을 순차적으로 무수히 여러 번 수행하는 반면에, 양자 컴퓨터는 가능한 모든 결과를 동시에 계산하고 생산적인 개입을 통해, 즉 모든 오답을 ‘취소’함으로써, 가능한 정답을 도출한다. 수많은 섬들을 연결하는 다리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양자컴퓨터는 모든 가능한 경로를 동시에 고려해 확률적으로 ‘올바른’ 경로에 도달한다.
실용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보면, 양자컴퓨터에는 현실적인 제한요소가 있다. 양자 회로는 거의 0도에 가까운 저온에서 최적으로 기능한다. 양자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작은 외부의 영향도 오류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극저온에서 고립되어 있어야만 한다. 큐비트의 안정성 혹은 일관성과 오류수정은 중요한 이슈이다-실제로 머신이 유용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만큼 충분히 커지면, 물리 큐비트(통제와 수정에 필요한) 대비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큐비트의 비율은 자그마치 3000 대 1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양자 컴퓨터는 상당한 주변 인프라를 필요로 하며, 요즘의 노트북 컴퓨터나 스마트보다는 거대한 기후조절 데이터 센터(즉 훨씬 더 추운!)에 있었던 구식 메인프레임 컴퓨터와 더 유사하다.
… 그리고 내일
현재의 양자 컴퓨터는 이제 겨우 초기 발명단계에 있다. 마치 1950년 대 초반의 전통적인 컴퓨터와 다를 바 없다. 당시에 벨 연구소(Bell Labs)의 윌리엄 쇼클리(Willian Shockley)는 실리콘 기반의 고체상태 트랜지스터를 발명해 초기 컴퓨터의 전력을 공급하던 진공 관을 대체했고, 그 이후 기술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정밀하고 강력한 프로세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그 노력은 오늘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양자 기술중,
포획이온과 초전도체는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일부 양자 컴퓨팅 기술은 필요한 큐비트의 문턱에 거의 도달하고 있다. 그 중 두 기술은 상용화를 목전에 둘 정도로 충분히 발전했다. 포획이온과 초전도체가 그것이다. 포획이온은 최상급의 큐비트(내재 오류율이 가장 낮은)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재 핵심 어플리케이션의 출시속도와 자본비용 모두의 측면에서 초전도체보다 우위에 있다. 2017년 말, 포획이온 머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14개 큐비트를 얽히게 만드는데 성공해, 지정된 작업을 99.9%의 논리적 성공률로 완수했다. 초전도체의 경우 이에 비견할 만한 수치는 9 큐비트와 99.4%였다. 이 두 기술이 각각 무어의 법칙에 따라 시나리오대로 발전한다면(오류수정의 개선이 없다면), 포획이온이 주요 양자 시뮬레이션 어플리케이션에 필요한 150 논리 큐비트 기준점에 먼저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시기는 2040년 이후가 될 것이다.
즉, 오류수정에 대한 필요성이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이며, 규모와 비용에 엄청난 영향이 있다. 오류수정이 상당히 감소하면 포획이온이 규모와 비용 절감의 핵심 기준점에 더 빨리, 빠르면 2028년에서 2030년 정도에, 도달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리 큐비트 대 논리 큐비트의 비율을 1대 1로 하는 것을 목표로 양자컴퓨터 기술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가용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지는 못했다. 단기적으로는, 포획이온이 시장에 먼저 등장하기에 좋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초기단계 기술이 갖고 있는 리스크들이 많이 존재한다.
일단 기술적 타당성이 확립되면, 다른 첨단 기술과 마찬가지로 S 자 도입곡선이 예상된다. 각각의 어플리케이션 별로 양자 프로세싱이 주는 우위와 문제해결을 담당하는 알고리즘의 성숙도에 따라 도입양상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양자 컴퓨터가 서비스형 플랫폼 모드에서 작동할 수 있음을 생각할 때, 상당한 속도 우위가 있는 어플리케이션들이 빠르게 도입될 것으로 보이며, 머신러닝 어플리케이션에서 GPU 도입 속도와 유사하게5년 내에 약 70%의 보급률을 보일 것이다. 보통의 속도 우위가 있는 어플리케이션들은 최대 15년이 걸려 50% 도입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개발이 비슷한 도입속도를 보였다.) 알고리즘과 발전가능성이 아직은 확실하지 않은 어플리케이션들은 확실히 더 느리게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며, 15년 후에도 양자 컴퓨터는 이진법 프로세싱을 최대 25% 정도의 사례에서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양자 컴퓨터 시장이 상당한 규모일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그 시기는 중요한 기술적 마일스톤에 도달해 실질적으로 비즈니스에 적용가능한 컴퓨팅 역량이 발휘되는 것이 언제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다. ‘기본(base-case)’ 시나리오(오류수정은 개선되지 않은 채 무어 법칙의 속도 따라 큐비트가 개발될 경우)의 경우에는, 양자 어플리케이션 시장의 규모는 2035년에 약 20억 달러에 달할 것이고 그 이후 도입에 속도가 붙으면서, 2050년까지 2600억 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다. ‘긍정적인(upside)’ 시나리오의 경우에는, 오류수정의 필요가 대폭 줄어들면서, 시장 개발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이루어질 것이다. 2035년에 약 6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해, 2050년에는 2950억 달러로 상승할 것이다. (현재 글로벌 상용 및 소비자 컴퓨터 마켓의 규모가 8000억달러인 것과 비교해) (보기 3 및 ‘양자 스택과 그 비즈니스 모델’ 참조.)
보기 3. 시장성장 속도는 주요 기술 마일스톤(milestone)에 따라 다름
기업들은 양자 도약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양자 컴퓨터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신의 회사가 복잡한 현실세계 기능과 상호작용을 현실적으로 적절한 시간 내에 시뮬레이션 해보는 능력을 통해 연구개발을 앞당길 수 있는 데이터 집약분야이거나 그런 산업에 속해 있다면, 이 첨단기술을 이용하고 싶을 것이다. 이미, BASF, VW, 에어버스(Airbus) 및 여러 기업들이 양자 컴퓨터 역량개발에 투자를 진행중이다. 양자 알고리즘의 이해를 증진하고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제공하는 양자 컴퓨팅 플랫폼과 툴의 사용을 체험하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출범하는 것은 바람직한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QxBranch, QC Ware, 1Qbit등 최근 부상중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및 컨설팅 기업들은 다양한 산업에서 양자 어플리케이션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들은 양자 어플리케이션 관련 학계 연구의 지원을 고려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IBM은 MIT와 협업해 AI 및 양자 컴퓨터 관련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
제약 및 기타 기업들은
양자 프로세서를 이용한 분자 시뮬레이션을
실험하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재료공학 혁신에 의존하는 제약 및 기타 기업들은 양자 프로세서를 이용한 분자 시뮬레이션을 실험하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IBM은 지금까지 가장 큰 분자인 베릴륨 수소화물(Beryllium hybrid), BeH2를 양자컴퓨터를 통해 확장가능한 방식으로 정확히 모델링했다.) 또한 연구개발부서가 양자 컴퓨터의 획기적인 발전에 뒤쳐지지 않도록 독려해야 한다. 검색, 신경망, 최적화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기업들은 데이터 과학자들에게 양자 알고리즘과 접근법을 학습하고 어떻게 하면 양자 프로세서를 이용해 역량을 대폭 강화시킬 수 있을지 연구하게 해야 한다. AI와 머신 러닝 등 다른 첨단 기술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양자 컴퓨터를 조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태세를 갖춘 기업들은 상당한 우위를 누리게 될 것이다.
양자 스택(stack)과 그 비즈니스 모델
우리는 양자 컴퓨터 시장이 기술 스택의 다양한 레이어에 걸쳐 고르게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전통적인 컴퓨터가 경험한 것처럼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가치 전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양자 컴퓨팅 기술 스택에는 다양한 레이어가 존재할 것이다
하드웨어 레이어에는 서로 경쟁관계가 될 수 있는 기술들(포획이온과 초전도체처럼)을 사용하는 부품과 큐비트 배열이 포함될 것이다. 중간 레이어에는 컴파일러, 핵심 기능인 양자 오류수정, 그리고 안정적인 컴퓨팅과 양자 컴퓨팅 결과물 추론을 위한 투입-산출 정보 프로세싱 시스템이 포함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 층에는 양자 프로세싱 기능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와 API가 포함된다. 우리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예를 들어, 화학 프로세스 모델링 등)이 특정 컴퓨팅 로드를 처리하는 특수 보조프로세서와 유사한 방식으로 양자 컴퓨터 서비스를 사용하는, 양자 컴퓨터와 전통적인 컴퓨터 솔루션을 혼합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통적인 컴퓨터에서는, 프로세싱 역량이 증가함에 따라 하드웨어에서 모듈형 부품 그리고 소프트웨어로 가치가 이동했고, 메모리 등 중요부품의 비용은 곤두박질했다. 우리는 양자 컴퓨팅은 모듈화에 그만큼 취약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는데 그 이유는 컴퓨터 어플리케이션의 폭이 다양하지 않고, 하드웨어가 저온 및 별도 보관되어야 하는 필요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인프라 모델과 양자 알고리즘에 특화된 API를 통해 양자 컴퓨팅 기술을 접하게 될 것이다.
양자 컴퓨터 관련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것이며, 각 모델은 양자 기술스택의 서로 다른 레이어들의 조합으로 이루어 질 것이다. 그 중 주요 모델들은 다음과 같다.
• 서비스형 통합 하드웨어. 시스템 제조업체들이 컴퓨팅 기술을 서비스형 인프라를 통해 제공하며 이는 API와 양자 컴퓨팅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통해 이루어진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현재 이 모델을 추진 중이다.
• 하드웨어 유닛 판매 및 서비스. 제조업체들이 완전 통합 시스템을 주요 최종사용자들(정부 기관 및 대형 제약회사 등)에게, 아마도 진행중일 매니지드 서비스(managed service)와 함께, 판매한다. 디웨이브(DWave)가 이 모델을 추진 중이다.
• 하드웨어와 무관한 소프트웨어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최종사용자들(예를 들어, 제약 및 재료공학 기업 등)을 위해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사용자들은 서비스형 하드웨어 제공업체들을 통해 하드웨어에 접근한다.
• 고가치 부품 및 서비스. 제조업체들이 양자컴퓨터의 물리적 환경과 통제를 가능하게 하고, 다중 큐비트 기술을 지원할 수 있는 주요 부품들을 제공한다.
주의사항이 한 가지 있다. 양자 컴퓨터는 암호해독 및 암호화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암호화 기법이 큰 수의 소인수분해에 종종 의존하기 때문에, 양자 컴퓨터가 이 수들을 현실적으로 적절한 시간 내에 인수분해하는 능력은 잠재적으로(장기적으로) 메시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에 위협이 될 소지가 있다. 필요한 논리 큐비트의 수(1000개 이상)를 생각하면 양자 암호해독 컴퓨터가 대략 2040년은 지나야 상용화 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기업들은 새롭게 등장하는 양자기술이 뚫을 수 없는 암호기법을 예의 주시하고 특히 주요 어플리케이션에 대해 소인수분해 방법의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미 중국과 미국 등의 국가들은 통신 보안을 위한 양자 연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최초로 양자통신 전용 위성을 발사했다.
양자 컴퓨팅은 빠르게 연구실을 벗어나 현실세계에 응용되고 있다. 기업들에게는 다음 10년 간 상당한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졌다. 기업의 경영진들은 이제 양자 컴퓨터가 우위에 서고 있음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고, 이 기회를 이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이라면 양자 프로세서가 선사하는 낯설지만 멋진 컴퓨팅 능력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내부 역량을 키워야 할 때이다.
참조
1. 2018년 1월 27일, John Preskill, ‘Quantum Computing in the NISQ era and beyo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