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산업에서 다른 산업으로, IT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그리고 점점 더 회사 전체적으로 애자일(agile)이 조금씩 퍼져 나가고 있다. 혹은 적어도 퍼져 나가려는 노력 중에 있다. 많은 기업들이 애자일한 업무방식으로의 전환을 시도하지만 결국 이름만 애자일인 어떤 것이 되거나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점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절름발이 혼합 조직이 되는 일이 다반사이다.
애자일에 관심을 갖는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대기업들이 진정으로 애자일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놀랄 만한 것이 될 수 있다. 생산성은 3배 증가할 수 있다. 정량적 설문조사를 통해 평가한 직원 참여도 역시 급격히 상승했다. 새로운 상품 기능들이 몇 분기나 몇 년이 아니라 몇 주 혹은 몇 달 내로 출시될 수 있다. 혁신률은 상승하고 불량 및 재작업 건수는 감소한다.
애자일 노력이 실패하는 것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애자일은 어렵다- 정말로 어렵다. 제대로만 한다면, 이 전환은 내부 프로세스에서 직원들의 하루 일과, 조직 구성원들이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구조, 보고체계, 보상, 경력 경로를 모두 재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존 조직들은 현상을 유지하고 싶어하며 변화를 두려워한다. 따라서 탄력을 받기 전에 변혁을 끝내 버리려고 한다.
많은 경영진들이 이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애자일 변혁에 착수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어떤 산업에서 한 기업이 제대로 애자일하게 되면, 다른 기업들도 애자일이 제대로 실행됐을 때 이룰 수 있는 강력한 영향력을 알게 되어 자연스럽게 똑 같은 일을 하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성공적인 애자일 변혁을 해 낸 선두주자들이 수 년에 걸쳐 애자일 여정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사실을 간과하곤 한다. 최고 경영진은 변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굳건했으며 추진 과정에서 기꺼이 실험하고 수많은 실패를 통해 배우고자 했다. 후발주자들이 계획과 실행에 이와 같은 강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들은 다음의 세 가지 함정 중 하나에 빠질 것이다.
이름만 애자일
가장 흔한 것은 이름만 애자일이 되는 함정이다. 즉, 기업이 애자일이라고 명명한 조직 변화를 수행하지만 다기능 팀을 구성하고, 시도와 실패를 통한 접근방식을 제도화하는 등 애자일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업무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규모가 크고 복잡한 기업에서 일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서열구조에 덜 의존해야 하고 서열구조를 평등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많은 기업들에게, 이는 대대적인 조직 및 문화적 변화를 요하는 일로 그 실행은 쉽지 않다. 이를 제대로 해내는 기업은 적절한 경계를 설정하고 그 경계 안에서 권한을 부여 받은 직원들이 서로간의 협력을 통해 훌륭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계속해서 늘 하던 방식으로-천천히-결정을 내린다.
이중 구조
이름만 애자일인 함정에서 약간 변형된 것이 이중 구조의 덫이다. 보통 두 가지 방식으로 발현된다. 하나는 한 조직이 애자일한 업무방식을 중심으로 재구성되지만, 고위 경영진들은 계속해서 수년간 해오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다. 또 다른 경우는 기업이 일부 기능은 애자일하게 전환하고 다른 기능들은 계속해서 과거의 방식으로 운영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둘 중 어느 경우에서도, 그 전환이 성공적이라면 그 조직, 혹은 조직의 일부분이 훨씬 신속하고 기민하게 움직이게 된다. 하지만, 상품 혁신이나 더 신속한 내부 프로세스 등 애자일 팀워크의 결과가 전통적인 프로세스와 충돌하고, 경영진이 고의적으로 승인을 지연한다면, 그 혜택은 사라진다. 그 결과는 단거리 육상선수가 벽에 부딪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고통스럽고 상처도 피할 수 없다.
미봉책
미봉책의 함정에 빠지는 기업들은 부분적으로는 애자일을 잘 실행한 기업이다. 다기능 조직재구성에는 성공적했고, 다기능 팀들이 스크럼(scrum)과 스프린트(sprint)로 업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경력 경로 재편과 인센티브 프로그램 등의 중요한 조직 실행요인들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한다. 직원들은 새로운 업무방식을 받아들이지만 이 새로운 방식이 개인으로서의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 초반의 열정은 사라진다. 조직적인 변화는 선형적인 것이 아니며, 기업들은 혜택을 얻기 위해서 임계질량에 도달해야 한다. 프로세스, 의사결정,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신속히 추진하기는커녕, 다른 함정들처럼 미봉책의 경우에도 조직은 이전보다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골프선수라면 함정에 빠지는 것은 쉽지만 빠져 나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벙커를 피하는 핵심은 철저한 계획과 더 철저한 실행이다. 그것이 애자일의 함정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