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 글로벌 경제와 수백만 명의 삶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지 모르는 세계적 대유행을 겪고 있다. 많은 기업들에서 현재의 위기 관리가 유일한 관심사로, 이는 생존을 위해 유동성을 관리한다거나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거나,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에 대응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그러나 주주, 직원, 사회에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오랜 기간에 걸쳐 터득했다. 그리고 성장은 혁신을 필요로 한다. 지금 당장은 먼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경제는 회복할 것이고, 과거의 경기침체에서 경험했듯이 위기를 기민하게 헤쳐나가며 성장세가 회복될 때를 대비하는 기업들은 상당한 보상을 얻게 될 것이다.
모든 발명의 어머니
과거를 통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면, 1930년대의 대공황이 남긴 유산을 생각해 봐야 한다. 1929년 주식시장 붕괴 이후 몇 년은 고난의 시기이기도 했지만 열렬한 혁신의 시기이기도 했다. 해당 기간 동안 헬리콥터, 나일론, 레이더, 제트 엔진 뿐 아니라 캔맥주와 자외선 차단제 등 다양한 발명품이 탄생했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필요해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다.
최근의 대규모 경기침체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BCG의 2007년 가장 혁신적인 50대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혁신에 상당한 투자를 했으며, 경제가 회복함에 따라 시장 내 여타 기업을 크게 능가하여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연간 4% 증가한 총 주주 수익률을 기록했다(도표1 참조).
이미 자리를 잡은 대규모 조직에 좋은 소식이 있다면, 이들은 위기의 시기에 비교적 이점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점을 성과로 전환하려면 단기적으로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혁신 역량을 재확립해야 할 것이다.
위기 시에는 대기업이 이점을 가질 수도 있음
일반적 통념에 따르면 소규모 기업이 혁신을 이루기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세계적 대유행 이전에도 최근의 BCG연구에 따르면 소규모 기업의 혁신 성공률이 대기업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높지 않았다(도표 2 참조).
상황이 좋을 때 기업의 규모가 혁신의 방해 요소가 되지 않는다면, 위기의 시기에도 성과 부진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없다. 대기업들이 요즘과 같은 시기에 소규모 경쟁자보다 이점을 가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원이 더 많거나 다각화로 인해 리스크 프로파일 균형이 더 잘 잡혀 있어서 자체 현금흐름을 활용한 투자 여력이 더 큰 경우가 그 예이다. 또한 사업의 규모와 범위가 크기 때문에 불확실한 시장에서 입지 강화를 모색하는 소규모 기업들에게는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대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이러한 장점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세계적 대유행의 타격을 심각하게 받은 업계가 존재하며, 대기업이라고 해서 모든 기업이 위기를 통해 더 단단해 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위기가 새로운 전략적 행동을 취할 기회를 제공하는지 자문해 볼 가치가 있다.
가능하다면 수비와 공격을 실시하라
현재의 위기 이전에도 많은 조직들은 혁신에 대한 의지가 매우 불분명했다. 동사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 리더 65%가 혁신이 경영 우선순위 3위 안에 든다고 했지만 45%의 기업만이 이를 행동에 옮겼고 필요한 자원을 투입했다. 또한, 25%의 기업에서 혁신에 대한 계획만큼 실제 예산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낭비로 느껴졌을 수는 있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이다.
오늘날 귀사의 이점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6가지 행동을 긴급히 취할 것을 제안한다. 먼저 언급할 세가지 행동은 수비이며 나머지 세가지 행동은 공격에 속한다.
절감을 넘어서 차별화 하라. 포트폴리오에 대해 재고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업, 가치 제안 및 프로젝트를 현재 상황에 비추어 스트레스 테스트 하라. 그 후 파악된 기회에 맞게 투자 방향을 재설정 하라. 어떤 계획에 대한 경제성이 가장 확실하고 일관되며, 현재 운영 모델 하에서 실현될 수 있는 계획들은 무엇인가? 가능한 모든 경우에 단순하게 예산을 삭감할 것이 아니라 위기 이후 현실을 반영하여 가장 가능성 있는 시도를 가속하는 데 예산을 할당해야 한다. 그런 다음, 이들 포트폴리오 변화가 향후 성장 및 기존 성장 계획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여 자본시장에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BCG 연구에 따르면 포트폴리오가 변화하거나 성장한 기업들에서는 지난 위기 기간의 연구개발 지출이 주주 가치를 증대시킨 것으로 나타난다.
즉각적인 기업문화 변화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원격 근무로의 대대적인 전환으로 인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협업과 팀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디지털 도구를 도입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권한을 부여하며, 팀 간 연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기적인 전체 회의를 개최하면 서로 거리는 떨어져 있더라도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시급성과 목적의식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새로운 팀 규범을 통해 분권화된 의사결정과 자율성을 허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대 의사결정이 아닌 여러 결정 사항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동의 (default to yes)”한다는 논리를 도입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규범 중 일부는 기존에 확립된 작업방식으로 복귀한 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 많은 임원들이 지금 이 순간을 장기적인 문화 변화의 가장 큰 기회로 보고 있다.
외부의 파트너를 긴밀히 활용하여 역량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현재 많은 소규모 공급업체들, 혁신 파트너, 그리고 프리랜서 공급자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들 상당수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역량을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기적인 상호 이익에 대해 확인하거나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조치들을 고려하라. 우수 엔지니어링 프리랜서 인력 등 필수 인력에게 계약 연장 등 도움을 제공하라. 경제적 여력이 있다면, 중대 역량을 강화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신규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특정인력 고용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데이터 과학/분석 또는 제품 관리 분야에서 우수 인력을 찾지 않는 기업 임원은 만나본 적이 없다. 지금이야 말로 뛰어난 인력들로 오랜 기술 격차를 해소할 때이다. 가능하다면, 작지만 강력한 팀을 합류시키기 위해 매력적인 인재영입 목적의 인수 기회를 시장에서 탐색하는 등, 대담한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업 모델 혁신을 통해 회복력을 확보하라. 소매점이나 식당들이 시급하게 새로운 배송/배달 방안을 고안하고 제안해야 하는 것처럼 필요성에 의해서든, 아니면 단순히 새로운 고객 니즈에 대한 통찰력에 기반한 것이든 간에, 우리는 생태계 내에서 소규모 자산으로도 디지털을 우선시하여 활동하는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대규모 자산을 보유하고 수직적 통합을 이룬 대기업보다 더 빠르게 현재의 위기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기업의 리더는 이미 새로운 사업모델을 활용하고 있는 사업을 인수함으로써, 특히 해당 사업이 저평가 되었을 때 인수함으로써 사업모델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규 스트리밍 서비스인 Disney+는 기술 업체 뱀텍(BAMTech)과 스트리밍 플랫폼인 훌루(Hulu) 인수를 통해 영입한 인력과 역량을 활용한다.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라. 코로나19 이후 세상이 어떻게 변할 지에 대해 예측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문제가 아니다. 사실 아무도 아직은 알 수 없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약”이라고 묻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만약 과거에 귀사의 신규 분야 진입을 방해했던 규제 또는 비용 제약이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영구히 사라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예를 들어, 자체적인 적응력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규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공급망의 중요 부분을 재배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만약 고객이 귀사가 새로운 제품 또는 사업모델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니즈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교육과 보건 서비스 부문은 지금까지 기존의 사업모델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미래에는 사람들이 좀더 원격으로 이들 서비스를 활용하고자 할 것인가? 그렇다면, 그로 인한 영향은 무엇이며, 어떠한 신규 기회가 발생할 것인가? 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적용할 수 있는 기술 또는 지적재산권을 귀사가 보유하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완전히 새로운 부문에 진출한다든지, 이들 부문의 기업들과 제휴를 맺는 것을 의미할 수 있으며, 귀사가 외부 생태계를 구축, 조율, 확장시키는 능력이 있는지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독일의 1차 자동차 공급업체 보쉬(Bosch)는 최근 영국에 본사를 둔 의료기술 기업 랜독스(Randox)와 제휴하여 불과 6주만에 코로나19 신속 진단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혁신 체계를 재구상하라. 위기는 귀사의 장기적 성공을 위한 혁신 방식을 재구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동사의 경험에 따르면 최고 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혁신을 하나의 체계로 간주한다. 즉, 팀들이 발명하고 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고안하고,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체계로서, 해당 체계는 운영 시스템에 반영되어 팀이 일상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효과적인 전략을 통해 지침을 제공하며, 가장 유망한 시도에 자원을 제공한다.
BCG의 연구에 따르면 혁신을 제대로 추진하는 경우 상당한 이점이 뒤따른다. 1,200개가 넘는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과 뒤처진 기업들을 관찰한 결과 혁신 성과는 결국 다섯 가지 요소를 제대로 실행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강력한 정량적 증거를 발견했다. 다섯 가지 요소란 대담함 및 구체적 혁신 목표, 일원화 된 의사결정 체계, 프로세스 및 규칙,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며 가장 중요한 업무에 배치하는 역량, 대담한 목표를 실현하는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프로젝트 포트폴리오에 대한 엄격한 접근법, 그리고 기민하게 일하며 적절한 도구의 지원을 받는 다기능 팀을 말한다(도표 3 참조).
5점 척도로 혁신 성숙도를 평가하는 동사의 벤치마킹 데이터베이스는 기업의 5가지 요소가 한 단계 개선될 때 혁신 성과(지난 3년간 출시되거나 구축된 제품, 서비스, 사업모델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율)가 3.4%p 증가함을 보여준다. 혁신에 뒤쳐졌던 기업들이 이들 요소를 개선하여 강력한 선두주자가 되는 경우, 성과 증대가 20%p까지 실현될 수 있다.
현재의 상태를 재고해 보아야 할 순간이 있다면 바로 지금이다. 기업들이 우수한 수준의 혁신을 실현하기 위해 현명한 조치를 지금 취한다면, 현재의 위기를 헤쳐나가 종국적으로는 그 과실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모든 위기는 다른 성격을 띠지만, 가장 강력한 혁신 기업이 위기 이후 상황이 개선되었을 때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입지를 가지게 된다. 미래의 혁신 리더는 바로 지금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