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행동하고 일함으로써, 우리는 기후 재앙을 피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고, 모두가 깨끗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빌 게이츠
기후 솔루션 혁신
전 세계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모멘텀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전례 없는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 이미 많은 기업과 정부가 순배출량 제로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대부분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전략만 세울 뿐, 그에 수반되는 기술과 해결책은 미래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에 그치고 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현재 연간 약 51기가톤(1기가톤=10억톤)에 달한다.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정의한 P4 경로와 같이, 일부 예측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은 지구의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2/3까지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IPCC의 저에너지 수요 경로인 P1와 같이 혁신에 기반한 예측모델은, 새로운 기술에 의존하기 보다 급진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정책 혁신을 가정하며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확실한 것은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새로운 기술들과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새로운 시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세대의 혁신적 솔루션을 위한 모멘텀이 구축되고 있다.
이러한 전망에 낙관적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해결책을 통해 여러 기업 및 투자자, 그리고 정부가 중요한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존의 사고방식을 달리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업들을 오염물질의 배출원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는 존재로 봐야 하고, 증가하는 비용보다는 새로운 수익원에 집중해야 하며, 점진적인 개선을 기대하기보다 혁신적인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기업들은 기후 조치를 가속화하고, 파리 협정에 명시된 1.5℃ 목표 달성에 기여하면서도 충분히 비즈니스 상의 이익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정부들 역시 기후 솔루션의 혁신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자국의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그림 1 참조)
대기업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너럴 모터스는 2035년까지 휘발유와 디젤 차량의 생산을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포테스큐(FMG, Fortescue Metals Group)의 회장은 지난 2월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15년 내에 세계 에너지 업계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을 띄고 있을 것이다. 녹색 에너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에너지 오염을 멈추지 않는 국가들은 결국 뒤처지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후 혁신에 기여하는 동시에 성장을 꾀하는 이러한 움직임에 우리가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 챔피언 첫 세대가 보여주는 길
정부 정책과 공공 및 민간 부문의 이니셔티브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지난 2020년 9월 중국 주석은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연간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국가로서는 엄청난 도전이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BCG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탈탄소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제로 경제적으로 매력적이며, 사회적으로도 실행 가능한 방안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비록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2050년까지 약 13조 5천억 달러에서 15조 달러의 상당한 비용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녹색 기술에 대한 투자는 결국 50년 내에 국가 GDP에 약 2~3% 기여를 하는 유의미한 이득을 줄 것이다. 녹색 기술에 투자하는 것 자체만으로 2050년까지 중국 GDP의 2%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 탈탄소화는 경제 성장을 방해하기는커녕 오히려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녹색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배터리 저장 프로젝트에 대한 초기 지원을 제공했다. R&D에 대한 투자는 안정적인 멀티사이클 충전의 돌파구 마련과 초기 통합 배터리 구축을 가능하게 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비용은 90% 가까이 감소했으며, 2013년에는 한국의 배터리 생산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선도했다.
기후 변화와의 싸움은 이제 대세가 되었고, 기후 기술에 대한 기업과 VC 투자가 늘고 있다. 2020년에 미국 투자자들은 ESG 기준에 초점을 둔 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는 돈을 2배로 늘려 그 금액이 250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과 같은 영향력 있는 기업 협의체들은 지속 가능한 실천 방안을 수용하고, 투자와 혁신을 통해 길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020년 1월 보도된 블룸버그 뉴스 기사는 초기 형태의 기후 혁신으로 실질적인 부를 거머쥔 10명의 억만장자들을 조명했다.
가장 흥미로운 움직임은 앞선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1세대 ‘그린 챔피언’ 기업들은 거대 테크 기업인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과 비슷한 수준의 주주수익률(Shareholder Return)을 올리고 있다. 에넬(Enel) 그룹, 이베르드롤라(Iberdrola), 네스테(Neste), 넥스트에라 에너지(NextEra Energy), 오스테드(Ørsted)와 같은 기업들은 2017년 10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약 30%에 달하는 연간 총주주수익률(TSR)을 달성했다. 2세대 그린 챔피언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비욘드미트(Beyond Meat), 테슬라(Tesla)와 같은 기업의 수익률은 70%에서 80%에 육박한다. (그림 2 참조) 테슬라의 기업 가치만 보더라도 다른 어떤 자동차 제조사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자랑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또 다른 미래지향적인 기업들은 기후 솔루션 혁신이 곧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거나 우선순위가 높은 경제적,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제안을 개발하여 새로운 수익 흐름을 창출하는 방법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환경 및 사회에의 긍정적인 기여로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얼리무버(Early Mover)들은 네트워크 효과와 비용 절감을 위해 규모와 시장 지위를 이용하고 있고, 혁신기업들은 가치 사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재설계하면서 보다 탄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비용 증가 및 규제 제약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있다.
기후 솔루션 혁신 캔버스
기후 솔루션 혁신에 있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다양하지만, 단순히 한두 가지에 머무르지 않기를 권고한다. 기존 모델과 시장을 개선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기술 솔루션을 확장하면서 더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할 수도 있다. (그림3 참조) 하지만 모든 경우에 있어 기업은 스스로를 오염물질의 배출원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사회가 필요로 하는, 문제의 잠재적 솔루션 제공자로 자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또한 혁신을 위해서 반드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것을 깨닫아야 한다. 물론 새로운 기회 창출과 기후 영향의 측면에서 기술 혁신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모든 기업이 기술 분야에서 활약할 필요는 없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 특히 디지털화를 통해 기존에 존재하는 기술을 배치하고 확장하는 것에도 엄청난 가능성이 남아있다.
물론 새로운 기회 창출과 기후 영향의 측면에서 기술 혁신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모든 기업이 기술 분야에서 활약할 필요는 없다.
각 분야에 존재하는 기회를 알아보고, 실제 선두 기업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재설계
기후변화는 이미 많은 기업들에 빠르게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성공적인 혁신이 가능한 기업들은 기존의 저탄소 솔루션을 더 빠르고 나은 부분으로 신속하게 배치해 다른 기업들보다 뛰어난 성과와 장기적인 가치를 확보할 것이다. 고객 및 투자자들은 실행 가능한 솔루션을 보여주는 기업들을 수용한다.
예를 들어, 네스테는 고객들이 온실 가스(GHG)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지방(fats)을 화석 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분자로 변형하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네스테는 베이스 오일, 플라스틱 등의 화학 물질을 위한 것뿐 아니라, 육상, 항공, 해상운송을 위한 재생 가능한 연료를 개발해왔다. 핀란드의 국영 석유회사였던 네스테(여전히 지분의 35%가 핀란드 정부 소유)는 2000년대 초 세계 최고의 재생 디젤 생산업체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서 석유와 가스를 재생 연료로 전환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네스테는 2010년부터 100% 재생 가능한 디젤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후 3개의 글로벌 생산시설로 사업을 확대했다. 현재는 신재생 디젤 및 전기차 충전을 제공하는 핀란드 최초의 저 배기가스 충전소를 포함해 4개국에 1,000개의 주유·충전소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네스테 엔지니어링 솔루션(Neste Engineering Solutions)을 통해 고객들에게 GHG 배출 감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네스테는 2019년에만 고객들의 GHG 배출량을 960만 톤이나 감축했는데, 이는 1년 내내 도로를 달리는 350만 대의 승용차를 없애는 것과 맞먹는 수치다. 네스테는 2차 성장 포인트로 재생 가능 및 순환 솔루션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스테의 전체 매출은 2019년에만 6% 증가해 158억 유로를 달성했고, 재생 에너지 분야의 매출은 24% 증가했다. 매출의 25% 이상이 “청정(Clean)”으로 간주되어, 네스테는 투자자 등으로부터 높은 ESG 등급을 받기도 했다.
전혀 다른 산업의 예를 들어보자면, 노르웨이 작물 영양 회사인 야라(Yara)는 생산량과 품질을 최적화하는 동시에 폐기물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위성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농부를 지원하고 있다. 1905년 설립된 야라는 유럽에 기근이 덮쳤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무기 질소 비료를 생산했고, 오늘날에는 농작물 영양제와 솔루션, 각종 지식들을 대중에 제공하고 있다. 야라의 CEO이자 회장인 스베인 토레 홀스더(Svein Tore Holsethe)는 “야라의 비즈니스 모델은 사회적 과제들을 해결하여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야라는 자산을 소유하고 비료를 생산하던 회사에서 농부와 식품 회사 모두를 위한 완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발전했다. 우리는 규모를 키우는 기업에서 가치를 키우는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결단력 있고 의식 있는 행동이자 미래지향적인 발전이며, 이를 통해 더 향상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엄격한 규제 및 정당하게 커진 대중 참여에도 응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야라의 디지털 농업 포트폴리오는 농부들이 수확량과 품질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환경에 끼치는 해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앳팜(AtFARM)과 같은 전문 시장 솔루션은 농부들이 위성사진을 통해 작물 생장을 모니터링하고 자신들의 밭에 맞는 비료 추천을 받으며 연중 내내 계절에 맞는 조정을 할 수 있게 해준다. N-테스터(N-Tester)와 같은 기기는 실시간으로 농부들이 작물의 질소 필요량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휴대용 정밀 농기구이다. 야라 워터 솔루션(Yara Water Solution)은 농작 감지 기술을 사용해 효율적으로 영양소와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또한 야라는 소규모 농부들을 위해 날씨 예보 애플리케이션과 동종업계 동료 및 전문가에게 연결시켜주는 네트워킹 애플리케이션을 담은 솔루션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야라의 디지털 솔루션 투자는 100년 이상 축적해온 농업 지식을 활용해 농부들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야라는 5억명 이상의 소규모 농부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확장성과 접근성을 가진 솔루션뿐만 아니라 기업형 농부를 위한 강력한 플랫폼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에도 초점을 두고 있다.
네스테와 야라의 예에서, 기후에 기반한 비즈니스 재설계에 관한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기후 행동은 기업의 전략, 목표, 그리고 문화에 깊이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서약서에 서명하는 것을 넘어 일반적인 사업과 마찬가지로 계획을 수립하고, 기후 변화 조치를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며, 핵심성과지표(KPI)와 관련된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 행동은 기업의 전략, 목표, 그리고 문화에 깊이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둘째,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 조치를 통해 자사에 대한 외부 평가 인식을 바꿀 수 있다. 경영진은 저탄소 사업이 장기적으로 가지는 잠재 가치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주주가치 스토리/시나리오를 개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은 혁신 지향적인 인재, 파트너십 및 연합에 대한 열린 접근 등 성공에 필요한 알맞은 역량을 갖춰야 한다.
재부팅
종종 새로운 기술이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데 있어 기존의 제약 조건들이 방해 요소가 되곤 한다. 이러한 방해 요소를 무너뜨리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혁신 솔루션이 필요하다. 배터리 전력, 풍력 발전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주요 기술들은 이미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상태지만,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의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주요 기술들은 이미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상태지만,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의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2011년, 전직 테슬라 직원 두 명과 애틀랜타에 있는 조지아기술대학교의 한 교수는, 나노기술을 통해 개발한 물질이 리튬 이온 충전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획기적인 수준으로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작고, 가볍고, 오래 지속되는 전자 장치를 개발할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전기 자동차 개발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고, 장거리 운전이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의 전기차가 시장에 대량으로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기업 실라 나노테크놀로지스(Sila Nanotechologies)는 리튬이온배터리에 쓰이는 흑연을 대체할 실리콘 음극재(Anode)를 개발했다. 새롭게 개발된 실리콘 음극재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20% 향상시켰는데, 이는 각 배터리 팩이 필요로 하는 셀의 양과 비용이 20%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라의 제품들은 기존 상용 배터리 제조 공정에 투입될 수 있다. 제조 파트너들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공장 생산 장비만으로도 기존보다 고성능 셀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장비를 다시 갖출 필요가 없다. 새롭게 개발된 배터리 기술은 EV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전력 저장 및 전송, 전력화 비행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으며, 이 모두가 전 세계의 재생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받은 투자까지 감안하면 실라의 기업 가치는 33억 달러이다. 실라는 BMW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다임러(Daimler)는 실라의 파트너이자 투자자이다.
풍력발전 에너지의 큰 제약 중 하나는 발전소 건설이 안정적인 공기 흐름과 적은 주민 수를 가진 장소로 제한된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한 매력적인 솔루션으로 해상풍력발전이 있었지만, 바람이 더 강하고 꾸준하게 부는 해상에서 풍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최근까지 굉장히 높은 비용이 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에퀴노르(Equinor)가 부유식 해상풍력 터빈 기술을 개발하면서, 고정된 계류장치가 불필요해졌다. 바람의 강도 및 방향, 풍속에 따라 모션 컨트롤러와 센서가 터빈 블레이드를 조절하여 시설이 전복되는 것을 방지해준다. 세계 최초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소인 에퀴노르의 하이윈드 스코틀랜드(Hywind Scotland)는 현재 2만 가구의 영국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유럽에서 최대 1,2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해석
고객들의 변화하는 요구, 특히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는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를 재해석해야 한다. 모빌리티 산업의 예를 살펴보자. 코로나19 팬데믹이 강타하기 전, 많은 소비자들이 이미 자동차 소유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카셰어링이나 렌터카 등 여러 가지 대안을 고려하면서, 자율주행차와 로봇택시가 다니는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애플, 구글과 같은 거대 테크 기업들은 이미 자율주행 기술을 시범적으로 선보이고 있고, GM, 폭스바겐 등 주요 자동차 OEM 업체들은 자율주행 자동차 제조와 모빌리티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이제는 유니콘이 된 블라블라카(BlaBlaCar), 그랩(Grab), 리프트(Lyft), 우버(Uber)와 같은 업스타트(Upstart) 기업들은 이미 모빌리티 분야에 있어 얼리무버들이었다.
또 다른 유니콘 기업인 디디추싱(DiDi Chuxing)은 중국에서 모빌리티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데 앞장서 왔다. 2012년 택시 호출 서비스로 출범한 디디추싱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스마트시티 교통, 그리고 자율주행 기술 등으로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대했다. 현재 아태지역, 중남미, 러시아 등지에서 약 5억5000만명 이상이 디디추싱을 이용하고 있으며, 연간 100억 건이 넘는 이동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2020년 10월 첫째 주에만 디디추싱의 핵심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한 하루 이동량이 6천만 건을 넘어섰다. 다양한 모빌리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발돋움함으로써, 디디추싱은 더 많은 활성 사용자(Active User)를 끌어들여 이용률을 높이고, 이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여 다시 더 많은 드라이버와 차량을 플랫폼에 유치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들은 대기 시간과 비용의 감소로 더 나은 서비스 이용 경험을 얻는다.
디디추싱은 택시 호출, 개인 차량 호출, 개인 간 차량 탑승 공유 서비스, 버스, 자전거, 전기 자전거, 지정 운전, 자동차 솔루션, 배달 및 물류,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범위의 앱 기반 교통 및 현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디추싱의 이러한 생태계 구축 기반의 접근 방식은 사용자에게 빠르게 선택받을 수 있고 (예를 들어, 디디 미니프로그램은 위챗 플랫폼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혁신을 촉진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 스마트시티와 더불어 자율주행과 커넥티드(Connected) 전기차를 확산시키기 위한 토대도 마련하고 있다. 2019년에만 디디 차이나 플랫폼에서 운행된 전기차는 100만 대 가까이로, 중국 전체 전기차 주행거리의 5분의 1을 차지했다. 이는 연간 509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디디는 카풀·자전거·EV 서비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총 130만 톤 줄였다. 2020년 11월에는 BYD와 손잡고 D1을 공개했는데, 이는 탑승 호출을 위해 맞춤 제작된 첫 전기 자동차이다. 가장 최근에 받은 펀딩까지 감안했을 때 디디추싱의 기업 평가액은 576억 달러이다.
새로운 모델은 다른 분야에서도 비즈니스 및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디고 애그리컬처(Indigo Agriculture)는 농업인들에게 농장 내 배출물이나 전 세계 농작물 생산성에 대한 분석, 위성 사진, 데이터 사이언스뿐만 아니라 농학자의 데이터 기반 조언, 특허 받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종자 처리법 등 보다 유익한 농사법을 장려하는 혁신적인 서비스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인디고는 탄소격리(carbon sequestration)를 높이고 배출량을 줄이는 재생 농업 방법을 장려하기 위해, 농업인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탄소 오프셋(Carbon Offset) 시장을 시작했다. 농업인이 상쇄한 탄소 양만큼, 탄소배출권이 필요한 기업에서 이를 매입할 수 있다. 인디고는 데이터 수집, 탄소 격리, 그리고 모범 사례를 수치화하기 위해 여러 기업 및 NGO, 과학자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2019년 6월에 론칭한 인디고 카본(Indigo Carbon) 프로그램은 농부들이 토양 건강과 탄소배출량을 고려한 재생 농업 사례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검증된 농업 탄소 크레딧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상쇄하려는 구매자와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 인디고 카본은 지속 가능한 가치관을 가진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기후 발자국을 나타내고 ESG 전략을 다양화할 수 있도록 특별한 방안을 제공한다. 농업인들이 인류와 지구 모두에 유익한 농업 방법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주요 GHG 등기소인 기후준비행동(Climate Action Reserve, CAR), 베라(Verra)를 포함해 농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옥토퍼스 에너지(Octopus Energy)는 ‘크라켄(Kraken)’이라는 최첨단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들이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에너지 기술 혁신 기업이다. 이 플랫폼은 생산량이 높은 기간에 기업이 고객들에게 재생 에너지 사용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여, 재생 에너지 공급이 적을 때에 높은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게끔 한다. 옥토퍼스는 빠르게 성장하여 현재 영국 내에서만 190만 가구와 2만 5천여 곳의 기업에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호주, 독일, 일본, 그리고 미국에서도 운영 중에 있고, 2025년까지 여러 국가에 걸쳐 1억 명 이상의 고객을 보유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참고로 2016년 이후 연간 400% 이상의 고객 증가율을 기록했다). 옥토퍼스의 성공 요인은 단지 새로운 기술만을 활용한 플랫폼이 아닌, 고객 중심적 접근 방식으로 업계 최고의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한 것에 있다. 더불어 옥토퍼스는 기후 솔루션 생태계 발전을 위해 경쟁사 또한 자사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파차마(Pachama)는 ‘산림의 자연적 강점을 이용해 기후 변화에 대응한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아르헨티나 출신의 두 기술자로부터 시작되었다. 파차마는 두 가지 주요 혁신을 활용한다. 하나는 위성 데이터와 AI, 그리고 자동화를 활용하여 산림의 탄소 저장량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측정해 탄소 시장을 현대화하는 것이다. 파타마의 AI와 원격 감지 플랫폼은 삼림에서 감지된 탄소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B2B 및 B2C 고객들이 자신들의 탄소배출권 투자가 갖는 영향력을 측정할 수 있게 한다. 다른 하나는 중개인의 역할을 줄인 시장 플랫폼으로, 이 플랫폼은 지역 토지 소유자들이 산림 복구를 위해 노력한 결과에 대해 인증을 획득하고, 대가를 지불받는 과정을 수월하게 해준다. 파차마는 삼림지대에서 포착된 배출물과 탄소에 대한 정보를 담은 위성 사진 및 센서에 모든 고객이 접근할 수 있도록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발명
딥테크(Deep-tech)에 기반을 둔 혁신은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금전적인 부분을 훨씬 넘어 일상생활에까지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혁신은 에너지, 교통, 농업부터 건강, 교육, 오락까지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딥테크 기반 혁신은 기존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모델과 시장을 창출할 수 있지만, 이러한 혁신에 동참하고자 한다면 외부의 변화에 휘둘리기 전에 스스로 파괴적인 혁신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혁신에 동참하고자 한다면 외부의 변화에 휘둘리기 전에 스스로 파괴적인 혁신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선두 기업들은 무엇을 하는가
다음의 세 가지 예를 살펴보자.
징코 바이오웍스(Ginkgo Bioworks)와 립스 바이 바이엘(Leaps by Bayer)의 합작으로 2017년 설립된 농업기술기업 조인 바이오(Joyn Bio)는 질소를 시작으로 농업이 남기는 환경 발자국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질소는 농작물의 건강한 생장에 필수적이지만, 대부분의 식물은 자연적 형태로 존재하는 대기 중의 질소를 얻지 못한다. 이에 농업 업계는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질소 비료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러한 질소 비료의 생산과 사용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를 차지할 만큼 토양과 물, 공기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조인은 합성생물학을 활용해 옥수수, 밀, 쌀과 같은 곡물이 대기 중 질소를 고정시켜 사용 가능한 영양분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미생물을 배양한다. 또한 수확량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합성비료 사용량을 30~50%까지 줄일 수 있을 만큼 효과적으로 질소를 고정시킬 수 있는 미생물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조인의 미생물 배양 플랫폼은 해충 방제, 질병 관리, 그리고 잠재적으로 탄소 격리까지 다양한 지속 가능한 농업 분야에 응용될 것이다. 이러한 혁신은 징코 바이오웍스의 유전암호 데이터베이스와 제조 역량, 바이엘의 전문 지식과 특허 받은 미생물 균주(Microbial-strain) 라이브러리를 독점 활용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증가하는 육류 및 축산 농가에 대한 수요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15%, 지구에 남아있는 사용 가능한 땅과 물의 25%를 차지한다. 멤피스 미트(Memphis Meats)는 동물 대신 세포에서 고기를 배양해 맛있고 건강한 육류 제품을 생산한다. 이는 구조적으로 복잡한 동물성 고기를 항생제 첨가 없이 직접 1:1로 대체하여 더 건강하고 안전한 음식을 제공할 수 있게 한다. 동물 사육과 도살의 필요가 없어지면서 전통적인 육류 생산 방식보다 훨씬 더 적은 자원을 투입하고, 더 적은 양의 물, 토지, 에너지를 사용해도 충분한 생산을 할 수 있게 된다. 멤피스 미트는 가장 최근에 받은 펀딩으로 향후 12개월동안 파일럿 공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들의 세포 배양 기술은 기존의 육류 생산 방식에 비해 토지와 물의 사용을 90%나 줄일 수 있지만, 이 같은 방식을 상업화하기 위해서는 기업, 유통업체, 규제 기관, 소비자 등 육류유통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R&D의 다른 분야들과 딥테크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특성이 결합해야 한다.
- 크고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한다. 대부분의 딥테크 벤처기업은 UN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중 적어도 한 가지에 기여하고 있다.
- 결합된 여러 기술들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딥테크 벤처기업은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고, 2/3는 하나 이상의 첨단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제품을 개발한다. 딥테크 벤처 기업의 3/4 이상이 물리적인 제품을 만들고 있다.
- 서로 연결된 심층 생태계의 중심에 서 있다. 전 세계 약 1,500개의 대학과 연구소가 딥테크에 몰두하고 있으며 딥테크 벤처기업들이 2018년에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의 종류만 1,500개가 된다.
새로운 솔루션에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가장 큰 도전은 문제 상황을 재해석하고 재조립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혁신 시스템(실험실이나 인큐베이터와 같이 내·외부 모두)은 기존의 솔루션을 실행하는 것에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초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많은 기업이 과학 혁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스스로의 역량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현 시점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매출의 2% 미만만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생태계가 움직여야 한다
혁신적 기후 솔루션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수천 명의 참여자들이 광범위하고 깊은 생태계에서 움직이며 기후변화에 대처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의 가장 큰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유전자 편집 기술, 나노 기술,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과 같은 첨단 기술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데 필수적이다. (그림 4 참조) 이 생태계는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자, 정부, 대학, 연구기관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각자의 역할이 매우 뚜렷하고 중요하다. 생태계는 결국 협업을 이뤄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각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하면 생태계에 최선의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이로 인해 어떻게 수익을 얻을지 고민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다. 다음은 기업, 투자자 및 정부의 우선순위를 간략하게 설명한 것이다.
기업
기업들은 단지 한 가지 혁신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한 번에 여러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고, 그래야 하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분면으로 나누어진 기후 혁신 캔버스에서 여러 기회를 탐색해야 한다. (그림 5 참조) 거시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새로운 기술들과 비즈니스 모델은 1.5℃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러한 모델과 기술은 보장된 것이 아니며 하루아침에 기존 모델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각각의 기업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영역을 확장하며 경쟁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실패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아래에서 설명하는 3개의 관점을 적용하여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 세계적 요구. 기후와 관련된 심각한 위협들과 이러한 위협이 고객의 요구와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들이 어떻게 경제 환경을 바꾸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비즈니스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는가?
- 회사 자체의 힘과 역량.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전문성은 무엇일까? 주변 생태계와 파트너십들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기업적 문화와 필수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비전과 기후 미션을 가지고 있는가?
-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회사의 잠재력. 경제/기후적 요소 모두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판도를 뒤집을 능력이 있는 것인가?
기업들을 향한 세 가지 질문
- 자사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어떤 식으로 경쟁 환경을 바꾸고 비즈니스 생태계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가?
- 자사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후 미션과 비전을 개발하였는가?
- 자사는 경제적 영향과 기후적 영향을 모두 주도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사실 모든 기업에 있어 중요하지만, 우리 시대의 과제는 기업이 나서서 위기를 성공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션 이노베이션(Mission Innovation, 전 세계 25개 국가 장관급 다자협의체)의 청정에너지 혁신 계획(Net-Zero Compatible Innovation Initiative)과 같은 기존 프레임워크들은 선두에 있는 기업들에 가이드를 제공해준다. 이 부름에 응답하는 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상당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할 것이고 투자자와 고객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
전 업종에 걸쳐 기후기술에 대한 VC의 투자가 평균 투자율보다 5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후 투자는 2013년 4억 1800만 달러에서 2019년 163억 달러로 급증했다. 우리는 이미 기후 투자에 있어 일반적인 기후 기술,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술, 특정 분야에 집중된 기술, 딥테크 등 다양한 투자에 접근하고 있는 펀드가 75개 이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모든 금액은 사모펀드와 VC의 2019년 총 투자 가능 금액 1조 4천억 달러의 일부였을 뿐이다. 즉, 투자계의 여러 부문들이 아직까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는 뜻이다. VC 펀드와 펀드 출자자들은 안전지대를 확장해 대부분의 기후 혁신 벤처 기업들이 그렇듯 문제 중심의 접근 방식을 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래그십 벤처(Flagship Pioneering)의 경우, 기존에 존재하던 기술을 기반으로 가설 중심의 혁신 과정을 적용해 제품을 상상하거나 가치 사슬을 재해석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100개 이상의 과학 벤처 사업의 출범과 육성에 도움을 주어 총 34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창출했다.
또한 딥테크 투자자들은 기대치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꼭 수익적인 면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펀드 수명을 연장해 R&D의 위험을 제거하고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 관련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기술과 업계 부문에 걸쳐 투자를 분산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20억 달러 이상을 모금한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는 20년의 투자 시간 지평(Time Horizon)을 가지고 있으며 빌 게이츠를 포함한 제프 베이조스, 마이클 블룸버그, 리처드 브랜슨, 비노드 호슬라, 잭 마, 사비에 니엘, 마사요시 등 업계에 저명한 파트너들이 후원하고 있다. 회사 포트폴리오의 약 90%는 기후변화나 지속가능성 목표에 맞춘 딥테크 벤처로 구성되며, 직원 중 약 50%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투자와 더불어 적극적인 지원과 도움을 제공하는 펀드들도 늘고 있다. 2020년, 아마존은 지속 가능한 기술을 지향하는 벤처캐피털 프로그램인 기후 서약 펀드(Climate Pledge Fund)를 공개했다. 해당 회사는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0억 달러 규모의 기후 혁신 기금을 조성했으며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를 달성할 것이라 밝혔다. 연간 약 15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SOSV 투자(SOSV Investments)는 1000명의 글로벌 멘토들과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기술 전문지식을 갖춘 전 세계 2000명 이상의 창업자 커뮤니티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가진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accelerator program)’을 가지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실험실과 메이커 공간(maker spaces)에 접근권을 주고 SOSV는 스타트업들에게 분야별 기업 제휴를 제공하고 추후에는 같은 분야에 초점을 맞춘 벤처 기업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사모펀드 투자회사들은 기후 테크 벤처기업들이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투자자와 투자기업에 강조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EQT 파트너스(EQT Partners)는 스스로를 ‘모든 투자 의사결정을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의 달성에 맞춰 지원하고, 투자대상기업(Portfolio company)의 발전을 이러한 목표에 맞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소유권 행사를 하기로 결정’한 ‘목적 중심의 글로벌 투자 조직’이라고 설명한다. 사모펀드 매니저들은 기존 시장을 뒤흔들고 가치 풀을 새롭게 변화 및 창조할 수 있는 벤처 기업들을 통해 포트폴리오 상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사내 전문지식 및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미국 최대 펀드 매니저인 블랙록(BlackRock)의 CEO 래리 핑크(Larry Fink)는 2021년 “기후변화가 기업의 장기적인 전망에서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고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ESG 목표의 관점으로 기후 문제에 접근하고 있어, 리스크를 가장 먼저 보고 기업이 과연 장기적이고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수행할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한다. 반면 기후 솔루션의 관점은 가장 먼저 기회, 즉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사회에 기업이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기여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춘다. 금융계는 실제 결과와 투자자들이 신기술과 모델로 전환하는 데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더 집중해야 한다.
금융계는 실제 결과와 투자자들이 신기술과 모델로 전환하는 데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더 집중해야 한다.
각국 정부
전 세계의 정부들은 기후 솔루션 혁신을 지원하는 데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정도의 차이는 각국마다 다양했고 접근 방식 또한 달랐다. 탄소 가격 책정은 중요하지만, 그 영향력이 최대치로 발휘되려면, 탄소 가격은 적절한 수준으로 책정되어야 하고 균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은행은 최근 톤당 100달러의 가격을 예상하고 있으라 전했다). 동시에 저탄소 배출의 세계로 가는 여정은 개별 비즈니스가 아닌 통합된 시스템을 필요로 하고 있다. 탄소 가격만으로는 현재 배기가스 수준의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 1.5℃ 공존 가능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들은 탄소 집약적인 제품, 기술, 그리고 관행에 압박을 주는 정책을 펼치고, 기존 시스템에 구속되지 않을 잠재력을 가진 혁신을 활성화하고, 인센티브화하며, 스케일을 키울 수 있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강력한 정부의 방향 설정과 과학기술 혁신에 대한 지원이 기술 중심의 R&D 센터들의 개발을 이끌었다. 그 중 하나인 쑤저우 나노폴리스(Suzhou Nanopolis)에서는 2017년, 수많은 주요 국제 벤처캐피털 투자자들을 포함해 200개 이상의 민간 투자 회사들과 300개 이상의 나노 기업들을 유치했다.
유럽에서는 EU와 국가 정부 모두, 기후 솔루션 혁신에 기여하는 첨단 기술 R&D를 후원하고 있다. EU의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프로그램은 기본 연구에 260억 유로, 응용 연구에 530억 유로, 그리고 2021년부터 2027년까지 혁신과 창업을 지원하는데 140억 유로를 들이고 있다. JEDI(유럽 공동 혁신 이니셔티브)의 목적은 유럽을 획기적인 기술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오르게 하는 것이다. 독일 정부는 2030년까지 5기가와트의 규모를 가진 산업발전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국가 수소 전략에 동의했다. 독일은 수소 기술 증진을 위해 70억 유로를 지원할 계획이며 파트너 국가에 대규모 수소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데 추가적으로 2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의 새 행정부는 이미 기후변화 움직임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는 의사를 내보였다.
이러한 이니셔티브와 더불어, 전 세계 대부분의 정부는 기후 혁신을 유도 및 장려하고, 1.5℃ 저에너지 세상에 부합하는 가치 사슬과 모델에 맞춰 국가 경제를 재배치하는 정책 프레임워크를 확립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정부는 기후 혁신을 유도 및 장려하고, 1.5℃ 저에너지 세상에 부합하는 가치 사슬과 모델에 맞춰 국가 경제를 재배치하는 정책 프레임워크를 확립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할 수 있다.
팬데믹이 가리키는 방향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전세계의 반응을 통해, 우리는 기업, 투자자, 그리고 정부가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때 얼마나 빠르고 강력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림 6 참조) 지금은 이 상황이 새로운 기본값이 되었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12개월이 채 안 되는 시간에 여러 개의 백신을 발견 및 개발, 테스트, 출시까지 하는 것뿐만 아니라, 디지털 협업 툴을 통해 업무 방식이 영원히 바뀔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과 첨단 기술의 힘을 활용하고, 기업 정신, 스마트 정책, 투자, 거기에 생태계 전체의 협력적이 더해지면 이러한 형태의 급진적 발전도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냈다.
기후 솔루션 혁신도 그만큼 시급한 문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경제 모델 구축과 개별 기업들에 이익을 안길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과 투자자, 그리고 정부는 기후 변화 행동과 고려사항을 걸림돌로 여겼다. 기후 혁신을 달성하는 것은 성장을 제한하고 비용을 증가시켜 경쟁업체에 뒤처지게 할 것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기후 혁신을 장기적인 성공과 이점을 구축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바라봐야 한다는 증거가 나왔다. 영국은행의 전 총재였던 마크 카니(Mark Carney)의 말처럼 기후변화는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상업적 기회’이니 말이다.
BCG 기후 및 지속 가능성 센터
BCG는 공공, 민간 및 사회 분야 고객들과 협력하여 저탄소 세상을 위한 전략, 운영 및 이해 관계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 일은 모든 산업 및 역량을 다뤄온 BCG의 폭넓은 컨설팅 경력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는 BCG의 확장성이 있기에 가능하다.
BCG 디지털 벤처스(BCGDV)
BCGDV는 BCG의 기업 혁신 및 디지털 비즈니스 전문 조직이다. BCGDV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들과 함께 업계를 변화시킬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명, 출시, 확장하고 투자한다. 다양하고 폭넓은 분야의 기업가, 경영인 및 투자자로 구성된 BCGDV의 크로스펑셔널 팀은 12개월 내로 빠르게 아이디어 단계에서 시장까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2014년에 설립된 BCGDV는 전 세계에 12개의 혁신 센터와 위성 오피스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