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왜 중요한가요
코로나19로 인해 전례없는 위기 상황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전의 위기들에 비해 더 극적이고 충격적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산업의 판도와 경쟁구도, 기업들의 위상을 격렬히 뒤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M&A는 경쟁구도 재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 입니다. 지금은 기업이 기존 사업을 지키고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시기지만, 동시에 과감한 움직임을 준비할 때이기도 합니다.
코로나 19가 가져온 위기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인 우버(Uber)가 전체 글로벌 직원의 약 14%에 해당하는 3,700명을 해고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airbnb)도 직원의 약 25%에 해당하는 1,90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가 위기에 직면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 뿐 아니라 글로벌 IT 기업들마저 인력 감축, 비용 절감의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기업들은 비용 억제, 투자 철회 등 생존을 위한 즉각적이고 단기적인 대응을 합니다. 앞서 살펴보았던 우버나 에어비앤비 외에도 수많은 기업들이 감원이나 임금 삭감 등의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위기야말로 경쟁우위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 특히 인수합병(M&A)을 시행할 흔치 않은 기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기에 이뤄진 성공적 인수합병
미국의 선도적인 시계 제조사였던 월섬(Waltham)은 1920년대에서 1940년대까지 대공황을 전후로 수차례의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광고, 혁신, 영업 및 유통 관련 투자를 삭감하는 등 엄격한 비용 관리 전략을 추구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같은 시계 제조사였던 부로바(Bulova)는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업계 최초로 백만 달러 단위의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고, 세계 최초의 TV 시계 광고도 시작했습니다. 특히 다수의 국내외 경쟁사를 인수하며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을 찾아나섰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부로바는 실적 기준 상위 10대 주식으로 부상하였으며 이후 주식 가치는 24배나 상승했습니다. 반면 월섬은 파산하고 말았죠.
이는 단순히 한두 기업의 사례가 아닙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40년간 이뤄진 5만 1,000건의 인수합병 거래를 분석한 결과, 경기 침체기에 이루어진 M&A가 호황기에 이뤄진 거래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수 1년 후 인수기업의 상대적총주주수익률(Relative Total Shareholder Return; RTSR)을 비교해보면, 경기 침체기에 성사된 거래의 경우 경기 호황기에 성사된 거래에 비해 7% 포인트 더 높게 나타납니다. 인수 2년 후의 수치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9% 포인트 이상으로 상승합니다.
2008년 S&P 500에 포함된 194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옵니다. 2007년에서 2009년까지의 경기 침체기동안 M&A 지출을 6배 이상 증가시킨 기업들의 총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 Return; TSR)은 14.4%로, 동기 S&P 중간값인 11.8%를 상회합니다. 경제 위기에 오히려 인수합병의 기회를 포착하고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들이 시장을 능가하는 성과를 달성했다는 겁니다.
위기의 시기에 매력적인 인수합병 대상을 찾는 법
경기침체는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지만 모든 기업에 똑같은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주가가 폭락하는 회사가 있는가하면 큰 흔들림 없이 주가 방어에 성공하는 기업들도 존재합니다. 때문에 기업 간의 주가 격차가 크게 벌어집니다. 이때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평가를 받은 기업들은 그들의 평가가치를 인수자금을 조달해줄 일종의 ‘화폐’로 쓸 수 있습니다. 이를 활용해 적극적인 M&A에 나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매력적인 인수합병 대상은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요. 세 가지 관점에서 그 기준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기회 관점, 기초체력(펀더멘털) 관점, 자본시장 투자자 관점입니다.
먼저 기회의 관점에서,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주가가 얼마나 하락했는지와 함께 최근 3년 간의 운영 성과를 살펴봅니다. 최근 3년간의 실적이 높은 기업이었으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면, 일시적으로 주가가 저렴하다는 뜻이므로 오히려 좋은 M&A 타겟이 됩니다. 위기가 지나가면 금방 회복할 확률이 높은데, 구매 시기에는 싼 가격으로 인수합병이 가능하니까요.
기초체력(펀더멘털)의 관점에서는 위기 전 최근 3년간의 자본수익률과 부채비율을 비교해봅니다. 실적은 나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이 높거나 유동성의 부족으로 인해 이번 위기에 강한 타격을 받은 기업이 있다면 운 나쁘게 재투자 시점 등에 위기를 맞았다는 말이 됩니다. 이 또한 위기가 지나가면 반등할 확률이 높으므로 인수합병의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 관점에서는 위기 이전 3년간의 총주주수익률(TSR)을 위기 이후 주가와 비교합니다. 위기 이전에 투자자들이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생각했던 기업이라 할지라도 위기 중에 주가가 크게 하락한다면 해당 기업은 경쟁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이 역시 위기로 인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투자자들이 느꼈던 매력은 되살아날 확률이 높습니다. 경쟁자들의 눈길이 거둬진 타이밍이니 인수 대상을 찾는 기업이라면 매우 저렴하게 인수합병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