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G는 해상운임을 이용하는 125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탄소중립 해상운임에 추가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는 해운업계가 마주한 과제와 기회를 모두 보여준다.
‘파리 협정(Paris Agreement, 205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 폭을 1.5ºC 미만으로 조절한다는 목표)’에 따라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전 세계의 움직임 속에서, 고탄소배출 산업으로 손꼽히는 해운산업의 녹색 전환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세계적인 기후 행동에 동참하고자 하는 의지와 점점 더 커지는 주주들의 압박이 더해져, 해운기업들은 기존에 수립된 어젠다와 향후 예산에 있어 탈탄소화 이니셔티브를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있다.
물론 대부분 산업과 마찬가지로, 주된 난관은 ‘탈탄소화를 위한 자금을 어디에서 가져올 것인가’ 하는 문제다. BCG 연구에 따르면, 해상운임 고객 대부분이 탄소중립 해운에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을 보이며, 이러한 지불 용의(WtP, willingness to pay)의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그러나 고객들이 수용하는 추가 비용의 범위는 2050년까지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운업계가 던져야 할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해운업계는 어떻게 고객들의 WtP를 확대하여 탈탄소화를 실현할 것이며, 이를 위해 시의적절하고 비용 효율적이며, 지속 가능하고 고객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어떤 최적의 방식을 선택할 것인가?
BCG 이전 보고서에서 다룬 바 있듯 해운산업의 탈탄소화를 이끄는 핵심 동인은 세 가지로 구성된다. 고객 및 주주의 요구, 규제, 그리고 자금 조달이다. 각각의 동인에는 저마다의 과제가 내재되어 있다. 해운업계는 이 세 가지 동인을 움직여 운영 효율성과 기술 효율성, 미래 연료 적용이라는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 이에 점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해운 고객들은 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인사이트를 얻고자 BCG는 산업 및 지역을 망라하고 해상운임을 이용하는 125개 기업을 대상으로 2021년 첫 설문조사에 이어 2022년 두 번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를 통해 해운 고객이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는지 파악하는 것은 물론, 2050년까지 해운산업의 넷제로 목표 달성이 비단 과제만이 아닌,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리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나날이 커져가는 시급성
해운 고객의 82%는 탄소중립 해상운임에 추가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BCG 2022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운 고객의 82%는 탄소중립 해상운임에 추가 비용을 지불할 용의(WtP)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2021년 대비 11% 상승한 수치다. (보기 1 참조) 추가 비용 역시 2022년에는 약 3%로 이전 대비 30% 이상 증가했으며, 이는 해운산업에서 약 100~200억 달러 규모 매출에 버금가는 금액이다. WtP 저조 그룹(WtP 2%)마저 2021년 약 40%에서 2022년 약 30%로 줄어든 것을 보면, 망설이던 고객들도 부분적으로 의향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추가 비용에 대한 WtP 프리미엄 동향은 긍정적으로 보이며, 2022년 고객의 약 65%가 ‘향후 더 큰 추가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답한 것에 따라 머지 않은 미래에는WtP 프리미엄이 3%를 훌쩍 넘길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해운 기업이 단독으로 탈탄소화 자금을 조달하며 2050년까지 매년 10~15%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면, 고객사가 보이는 연 3% WtP는 결코 충분치 않다.
매년 WtP가 커지는 것에 더하여, ‘탄소중립 해운기업을 충실히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하는 해운 고객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보기 2 참조) 특히 WtP 저조 그룹에서 유의미한 전환이 발생하면서 전반적인 고객 충성도가 향상했다. (2021년 67% / 2022년 71%) 동일한 질문에 대해 2021년에는 약 20%가 탄소중립 해운을 충실히 이용할 의사가 없다고 답한 반면, 2022년에는 약 11%만이 동일하게 답했다. 이렇게 개선된 WtP 수치는 향후 해운기업과 고객이 탈탄소화 가치사슬 구성의 모든 비용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더 긴밀한 파트너십을 형성할 기회를 반드시 제공할 것이다.
여전히 WtP 프리미엄의 가장 일반적인 동인은 규제지만, 가치사슬에 대한 해운 고객의 요구(소비자 요구 포함)가 2021년 29%에서 2022년 34%로 크게 증가했다. (보기 3 참고) 이 성장에는 WtP 확대 그룹이 9% 이상 증가한 점, 그리고 WtP 저조 그룹이 5% 이상 증가한 점이 포함된다. ‘탄소중립 해운을 위한 머스크 맥키니 몰러 연구소(Maersk Mc-Kinney Moller Center for Zero Carbon Shipping)1’ 보고서를 살펴보면, 소비자의 57%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소비 습관을 바꿀 의향이 있으며, 33%는 환경 및 사회적 대의를 공개적으로 수용한 브랜드를 선택했다. 위에서 설명한 역학은 이 같은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한다. 이 데이터는 해운업계에 더 높은 비용의 탄소중립 프리미엄을 실현할 수 있는 강력한 잠재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탈탄소화는 이제 단순히 기업이 준수해야 할 규정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 있는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많은 해운 고객이 제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WtP 핵심 동인은 ‘탄소중립 해운을 이용하면 경쟁 우위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BCG 2022년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응답자 63%가 이 같은 생각을 믿고 있으며, 이는 2021년 설문조사보 결과였던 59%보다 상승한 수치다. (보기 4 참조) 또, 탄소중립 해운이 경쟁 우위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믿는 응답자는 2021년 21%였던 반면, 2022년에는 12%로 크게 감소했다. 탄소중립이 제공하는 경쟁 우위가 재정적 이익을 제공한다고 믿는 응답자도 점차 늘고 있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는 탈탄소화가 단순히 기업이 준수해야 할 규정이 아닌, 점차 기업의 경쟁력 있는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해운 고객이 행동하지 않으면 재정적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앞으로 WtP 수치는 규제에 의해 더욱더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는 WtP의 꾸준한 핵심 동인이기도 하지만, 그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게 될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해 적용된 여러 규제 가운데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missions Trading System, ETS) 대상 산업에 해운업이 포함된 것이나 친환경 연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FuelEU Maritime 규정을 신설한 것 등이 있다. 미국 또한 2022년 7월 청정해운법(Clean Shipping Act)을 제안했으며, 일본은 탄소세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간극 해소를 위한 조치
2050년까지 탈탄소화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려면 연간 10~15%의 WtP 프리미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자금 간극을 시장이 ‘유기적으로’ 해결하길 바라는 것은 파리 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승리 전략이라 할 수 없다. 연 30%라는 현재의 WtP 성장 궤도는 향후 수년간 10%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다. 이 간극을 줄이는 데 소비자의 행동이 점점 더 중요한 열쇠가 되리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머스크 맥키니 몰러 연구소에 따르면, 더 넓은 관점에서 봤을 때 전반적인 지속 가능성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는 80% 정도이며, 약 70%는 지속 가능한 소비재에 소규모의 추가 비용(5%)을 지불할 의사를 보인다. 다행히 대다수 소비재의 경우, 가치사슬을 완전히 탈탄소화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제품 소비자가 기준 5% 미만 정도이다. 예를 들어 BCG와 세계경제포럼(WEF)이 공동 집필한 최근 연구를 살펴보면, 50달러짜리 청바지의 경우 2% 미만(1달러), 400달러의 전자기기는 1% 미만(4달러), 25달러짜리 장바구니의 경우 4% 미만(1달러)의 탈탄소화 비용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오늘날 탄소중립 해상운임에 필요한 3% WtP 프리미엄과 가치사슬 탈탄소화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10~15% WtP 프리미엄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현실적인 잠재력이 소비자 요구를 활용하는 데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을 촉진하기 위한 해결책이 이미 적용되고 있다. 정책 입안자 및 규제기관은 변화를 이끄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이 녹색전환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탄소세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정책 입안자의 경우, 탄소세 도입 외에도 친환경 솔루션을 채택하고 녹색투자, 녹색혁신을 지원하도록 기업에 재정적 이점을 제공할 수도 있다. 나아가, 보고 요건을 확대하는 등 환경과 기후 변화 관련 법률을 강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규제기관과는 달리, 해운업 생태계 내 다른 참여자들은 소비자가 지닌 잠재적 영향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소통 전략, 문화 수단 등을 활용한 자발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전반적으로 해운기업과 해운 고객, 규제기관 및 금융기관이 협력에 기반한 합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소통과 문화 활동 영역에서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방안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친환경에 긍정적인 문화 촉진,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인식 개선, 전체적인 투명성 향상이다. (보기 5 참조)
[1] 친환경에 긍정적인 문화 촉진
해운기업과 해운 고객, 그리고 금융기관은 녹색 가치사슬을 채택하는 것이 경쟁 우위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유익할 수 있음을 더 적극적으로 자사 고객들에게 알려야 한다. 이 원리는 예컨대 환경 · 사회 및 지배구조(ESG) 등급이 더 높은 기업들의 자본비용이 더 낮다는 점을 통해 입증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구체적인 탈탄소화 조치를 취하기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시작할 수도 있다. 가령 친환경 솔루션에 투자하는 해운회사에 은행이 더 좋은 조건의 이자율을 제공할 수도 있다. 나아가 대형 해운 고객들은 녹색 가치사슬을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으며, 이후 해운사와 협력하여 친환경 해상운임에 물량을 맡길 수 있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단일 기관이 감당하기에는 과중한 투자를 서로 분담할 수 있게 유도함으로써 녹색전환을 촉진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기업들 사이에서도 친환경 관련 의제를 높은 우선순위로 올릴 수 있으며 변화를 자극하는 하나의 사례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일부 기업들은 동종업계 기업 및 고객들 간 전환을 촉진하고자 친환경 솔루션의 선두 주자로서 행동에 나섰다.
일부 기업은 단순히 요구에 반응할 뿐 아니라, 친환경 공급을 늘려 가치사슬에서 수요를 창출하고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고자 행동에 나섰다. 동종업계 기업들과 고객들 사이에서 녹색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친환경 솔루션의 선두 주자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그러나 선두 주자가 되는 것이 꼭 긍정적 탈탄소화 여정을 시작하기 위한 필수 단계는 아니다.
선두 주자에 해당하는 해운기업으로는 머스크(Maersk), CMA, 코스코(COSCO)가 있으며, 이들 기업은 친환경 메탄올로 운용할 수 있는 선박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이케아(IKEA), 아마존(Amazon)을 비롯한 대기업 및 그 외 대형 해운 바이어들 역시 공동으로 2040년까지 탄소중립 해상운임을 약속했다.
해운기업은 공개 토론에 참석해 고객 및 정책 입안자의 견해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협상 테이블에 자신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 해운 고객들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점차 제고되고 있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활용하여, 일상 마케팅과 장기 캠페인을 통해 탈탄소화 제품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일부 제품(의류, 전자제품, 기타 소비재) 가격을 소폭 인상하는 것은 탈탄소화에 재정적으로 유용할 수 있으므로, 일부 상품에 대해 점진적으로 WtP 프리미엄을 조성하는 것이 몇몇 부문에서는 매우 큰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2]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인식 개선
해운기업과 해운 고객 모두 친환경 대안을 선택하면 탄소 배출의 3/4가 감축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보다 다양한 이점에 대해 알려야 한다. BCG가 이전에 실시한 연구는 여러 업계에서 소비자가 단순 탄소 배출량보다 그 외의 환경 · 사회적 이슈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더욱이, 해운기업들은 친환경 제품을 이해하고 이에 알맞게 행동을 취해야 하며, 고객들과 긴밀히 협업하여 그들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파악하고, 프리미엄을 확보할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일률적인 접근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물론 소비자가 주목하는 주요 환경 · 사회적 이슈는 업계에 따라 크게 다르다. 예컨대 식음료나 개인용품 부문이라면 재활용과 폐기물량 감소에 최우선 순위를 둘 것이고, 패션 부문이라면 공정 노동 관행과 소재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일 것이다. 긍정적인 브랜딩의 결과는 소비자가 지속 가능한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데 아주 작은 노력이 필요할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최근 BCG 연구를 보면, 평소 지속 가능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는 제품에 붙은 친환경 프리미엄을 실제보다 더 큰 비용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소비자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잠재적 가치가 있는 것이다.
[3] 투명성 향상
해운기업들은 고객이 기존 서비스 대비 친환경 서비스를 선택할 때 영향력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예를 들어, 송장과 영수증에 탄소 배출량을 명시하는 것과 같이 완벽히 투명한 회계 및 청구 관행을 통해 부분적으로도 이를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생태계 참여자들은 가능하다면 정책 입안자와 협력하여 탄소중립 해상운임을 위한 표준화된 분류를 만들고자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이니셔티브에는 WtW(well-to-wake*, 업스트림 · 다운스트림 배출의 합), TtW(tank-to-wake**, 다운스트림 배출) 등 생산 과정의 연료 사용에 관한 탄소 배출량 및 측정법, 그리고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의 탄소 집약도 지수(CII, Carbon Intensity Indicator)에 따른 선박 분류 등을 들 수 있다.
* 연료 생산부터 선박의 연료 사용까지 전 과정에 걸쳐 발생하는 탄소 배출
** 선박의 연료 연소 결과 발생하는 탄소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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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해운업계의 탈탄소화와 WtP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업계가 취하는 행동과 넷제로 목표의 간극은 여전히 거대하다. 이 간극을 좁히고, 종국에는 없애려면 정책 입안자 및 해운기업, 해운 고객, 금융기관 모두가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행동의 시급성을 깨닫고, 필요한 모든 협력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에겐 바로 ‘지금’이 가장 위험한 때고,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행동을 취해야 할 때다.
1 산업 전환 전략 2021(Industry Transition Strategy 2021), Maersk Mc-Kinney Moller Center, October 25, 2021, https://www.zerocarbonshipping.com/publications/industry-transition-strate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