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여전히 위세를 떨치면서 전세계 에너지 기업들은 심각한 단기적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 억제책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가 이미 화석연료 수요의 정점을 지났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현재 위기의 그늘에 가려져 있으며, 이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에너지 시장이 겪고 있는 혼란의 한 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은 세계경제를 강타했다. 국제 노동기구에 따르면 단 몇 개월 만에 세계 경제규모에서 수조 달러가 증발했으며 3억 개 이상의 정규직 일자리가 사라졌다. 국제 통화 기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세계 GDP가 3 ~ 6%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이는 2008년 ~ 2009년 금융위기 때보다 약 2 ~ 4배 큰 감소폭이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부문 별로 매우 상이한 영향을 경험했다(도표 1 참조).
석유 수요는 특히 큰 타격을 받았다. 3월과 4월에 전세계 항공여행 감소, 세계무역 둔화와 함께 정부의 제한조치로 많은 국가에서 이동이 제한됨에 따라 석유 수요가 20% 이상 일시적으로 하락했으며 이는 하루 2천만 배럴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이로 인한 과잉공급이 OPEC과 러시아의 생산량 할당 분쟁으로 인해 더 심각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급락했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내 가격이 일시적으로 마이너스가 되기도 했다.
석탄 수요도 비슷한 하락을 경험했다. 경제활동이 줄어들면서 많은 국가에서 전력소비가 감소함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시간이 단축되었다. 또한 전력도매가격이 낮아지면서 전력시장 내 다수 발전사업자 마진이 감소했다.
천연가스 수요도 낮아지긴 했지만 이는 글로벌 GDP의 전반적 하락과 연계된 것이었다. 지역마다 정도의 차이를 보이며 전력 및 산업 부문에서 특히 수요 하락이 관찰되었다. 그러나 2019년 ~ 2020년 겨울이 온화했던 영향을 제외했을 때 건물 부문의 소비는 좀 더 안정적인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화석연료와 달리 재생가능 에너지 생산은 계속 증가 중이다. 풍력 및 태양에너지의 확대 폭은 위기 이전의 기대치에는 못 미치지만 국제 에너지 기구는 올해 전세계 풍력 및 태양광 발전이 각각 10% 및 1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생가능 에너지는 한계 생산 비용이 거의 0에 달하는 의무 발전원이기 때문에 이러한 성장은 기존 발전사업자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패턴은 미래 에너지 시장 역학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하게 될 것이다. 경제회복은 전반적인 에너지 수요를 확대하게 되겠지만 세계경제 에너지 집약도의 점진적인 감소는 계속될 것이다(예를 들어, 자산의 점진적인 효율성 개선을 통해). 재생가능 에너지원의 지속적인 성장과 운송부문의 전기화 추세에 따라 화석연료 수요의 회복이 세계 GDP회복보다 뒤쳐질 것이다. 이러한 여러 요인의 진행속도에 따라 수요 회복의 정도가 결정될 것이다.
화석연료 수요의 정점은 지나간 것일까?
전세계 국가들이 봉쇄조치에서 벗어나면서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IMF의 기본(baseline) 시나리오에 따르면 2021년 세계 GDP가 2019년 수준을 넘어서는 V자형 회복이 여전히 예상되지만, 회복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U자형 회복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에너지 시장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 IMF의 최악의(worst-case) 시나리오인 L자형 회복 하에서는 피해가 훨씬 더 클 것이다(도표 2 참조).
그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2020년 4월 IMF가 발표한 세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및 기타 국가의 화석연료(석탄, 석유, 천연가스) 수요를 모델링 했다. 그런 다음 모든 주요 경제부문에 걸쳐 과거 에너지 집약도 추세를 보수적으로 추정하고, 2019년 11월 IEA의 제안정책 시나리오(Stated Policies Scenario, STEPS)에 따라 재생가능 에너지 성장 및 전기화 확대를 가정했다. 또한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성장둔화 가능성을 반영하기 위해 모델을 조정했다(“코로나19가 화석연료에 미치는 영향을 모델링 한 방법” 참조).
코로나19가 화석연료에 미치는 영향을 모델링 한 방법
이하에서는 화석연료 수요에 대한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미치는 영향을 모델링 하는 데 사용한 시나리오, 가정 및 예측을 설명한다.
경제적 시나리오
지역별 향후 GDP 성장은 2020년 4월 발표된 세 가지 IMF 시나리오에 기반한다. 세 가지 시나리오는 기준(Baseline: V자형 회복), 2020년 감염 장기화(U자형 회복), 그리고 2020년의 감염 장기화와 2021년의 감염 재발생을 예측한 시나리오(L자형 회복)이다. 코로나19 이전의 GDP 예측은 IMF의 2019년 10월 세계 경제 전망을 기반으로 한다. 2020년 4월 IMF 시나리오는 2024년까지만 모델링 되었으므로 2025년 ~ 2030년 GDP 성장률은 2020년 5월에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이 발표한 예측을 사용했다.
국가 및 부문 별 전반적 에너지 소비
다양한 GDP 시나리오를 에너지 수요 시나리오(국가 및 부문 별 최종 및 1차 에너지 소비)로 전환하기 위해 중국, 미국, EU, 인도 및 기타 국가의 운송, 발전/열 생산, 산업(석유화학 공급원료 포함), 건물, 기타(여타 에너지 산업 포함)의 5개 경제 부문을 대상으로 과거 에너지 집약도 추세를 통한 보수적 추정을 수행했다.
IMF의 과거 GDP 데이터와 IEA의 에너지 수요 데이터에 기반하여 지역 및 부문 별로 모델을 구축했다. 모델은 과거 위기(예: 2000년, 2008년)를 포함하여, GDP 추세에 따른 과거 에너지 집약도 변화에 대한 백 테스트(back-tests)에서 잘 수행되었다.
IEA의 2020년 4월 글로벌 에너지 리뷰(Global Energy Review)에 따른 U자형 회복 시나리오에서 코로나19 위기가 2020년 수요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보정했다. 해당 시나리오는 IMF의 2020년 감염 장기화 예측을 경제적 참조 시나리오로서 사용했다. 2020년 5월 기준으로 가용한 국가 데이터로 2019년 기준치(base-year) 데이터를 구성했으며, 해당 데이터가 가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2018년 데이터에서 추정했다.
각 부문의 화석연료 수요
각 시나리오에서 화석연료 수요를 모델링 하기 위해 2019년 11월 IEA STEPS에 따라 비 화석 기술 및 에너지 매체(energy carrier)의 성장(주로 풍력, 태양광, 전기 모빌리티 구현)을 가정했으며, 코로나19 위기에 의한 수요하락을 반영하기 위해 조정했다. 부문 별 가정은 이하와 같다.
운송
- 모든 기술과 연료, 특히 액체연료(화석/바이오 연료), 액화천연가스 및 전기는 GDP 성장 기반 운송활동에 따라 수요가 확대될 것이다.
- 도로 운송 기술의 구성변화는 IEA STEPS 예측을 따를 것이다. 예를 들어, 전기 모빌리티는 2030년까지 에너지 수요의 약 1%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 항공 및 해운 분야의 국제 벙커연료 수요는 GDP의 변화에 비례하여 움직일 것이다.
발전/열 생산
- 2020년 ~ 2021년 풍력 및 태양광 도입이 IEA STEPS 예측 대비 50% 둔화된 후, 2024년까지 IEA STEPS가 예측한 도입 수준(연간 약 170GW)으로 점차 회복할 것이다.
- 수력 및 원자력발전은 2030년까지 IEA STEPS예측을 따를 것이다.
- 석탄, 가스 및 석유에 기반한 화석연료 발전은 수요가 감소하고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발전원 구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질 것이다. 석탄, 가스 및 석유의 상대적 비중은 2019년 석탄에서 가스로 대규모 전환이 일어난 미국을 제외하고는 IEA STEPS에서 예측한 바와 같이 결정될 것이며, 석탄수요는 2030년까지 반등하지 않을 것이다.
산업 (석유화학 공급원료 포함)
- 2030 년까지 에너지 매체(energy carrier)의 상대적 점유율은 GDP 성장 저조로 인해 전반적인 수요는 낮지만 IEA STEPS에서 예상되는 경로를 따를 것이다.
건물
- 절대적인 에너지 수요는 지난 20년 동안의 선형적 추세를 지속할 것이며 IEA STEPS에 기반하여 보정 가능하다.
- 에너지 매체의 구성비중은 IEA STEPS의 예측을 따를 것이다.
상이한 결과
시나리오 결과는 지역과 상품에 따라 매우 상이하게 나타난다.
IMF의 V자형 회복 예측이 실현된다면 전세계 화석연료 수요는 2022년에 글로벌 GDP 회복 후 불과 몇 개월 만에 2019년 수준을 넘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도표 3 참조). 이는 과거 경제위기 이후 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반등했던 상황과 일치한다.
그러나 U자형 시나리오(2020년 경기침체 심화, 2022년 GDP 회복, 그 이후 과거의 성장세 회복)의 경우 회복에 훨씬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다른 요인을 상쇄하기에는 경제성장이 충분하지 않아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는 2020년대 후반기 전에는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할 것이다. 이마저도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하면 결코 회복이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L자형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2020년대에는 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에서 모든 연료가 똑같이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위기 전에도 석탄 수요는 이미 정체되어 있었다. 예상보다 낮은 전력 수요 증가와 재생가능 에너지의 발전용량 증가로 인해 석탄 수요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운송 및 여행 부문 둔화뿐 아니라 차량의 지속적인 효율성 개선이 석유 수요를 억제할 것이다(항공부문에서는 코로나19 위기 중 예상보다 빠른 항공기 퇴역으로 인해 수요 억제 효과가 가속화할 수 있음). 다른 한편으로, 전기화 속도가 크게 느려짐에 따라 에너지 전환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 석유 수요 회복의 여부와 회복 정도는 특히 중국의 운송부문 수요가 얼마나 빨리 증가할 지에 달려있다. 반면 가스 수요는 과거의 성장세를 거의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경제성과 정부정책으로 인해 몇몇 국가의 전력 부문에서 석탄에서 가스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건물 부문의 수요는 경제둔화 상황에서 더 큰 탄력성을 보인다.
수요 상황은 지역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선진국에서는 대부분의 연료에 대한 수요가 이미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위기는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했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경제국에서는 수요가 회복 및 증가할 가능성이 더 높지만, 위기 이전의 기대치보다 약한 수요성장이 일어날 것이다.
시나리오일 뿐이지만, 분석에 따르면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이미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 세계경제가 위기에서 빠르게 회복되지 못하고 탄소배출량 저감을 위한 노력이 가속화한다면 2019년 세계 화석연료 수요가 이미 정점에 도달했을 것이다.
몇 가지 요인이 코로나19가 화석연료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 첫째, 경기침체로 인한 투자여력 하락으로 효율성 증가세가 둔화되고 재생가능 에너지, 전기차 및 기타 저탄소 기술의 확산이 느려질 수 있다. 또한 전례 없이 낮은 화석연료 가격은 전세계적으로 저탄소 프로젝트에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재생가능 에너지 비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일부 지역에서 새로운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 비용이 기존 석탄 발전소 비용보다 낮아지고 있다. 운송 부문에서 최근의 제한조치가 출장 및 장거리 여행에서 장기적인 행동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몇몇 국가는 코로나19 이후의 경기부양 자금과 탄소 의존도 축소를 결합한 녹색 회복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의 대표적인 그린 딜(Green Deal)은 저탄소 기술의 도입을 크게 가속화할 수 있었으며, EU 이외의 국가에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의 상황
오늘날 댜수의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기업은 전례 없는 수요와 가격 충격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업화 이래로 성장해 온 산업들이 갑자기 정체되거나 쇠퇴할 수 있다. 수요 영향이 지역과 상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겠지만(가스 수요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음), 물량과 가격 추이가 매우 점진적으로 변한다 하더라도 많은 화석연료 기업이 지속적으로 이익 마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이러한 진행상황의 장기적인 영향을 빠르게 가치평가에 반영할 것이다.
유럽 유틸리티 부문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극적인 예를 보여준다. 2000년대 초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시작되었을 때 기존 발전사업자의 초기 시장점유율 손실은 미미했다. 석탄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유럽 국가에서 연소되고 있으며, 적어도 향후 10년 동안 계속 사용될 것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진행중인 구조적 변화를 깨닫게 된 후 유틸리티 업체의 시장가치가 불과 몇 년 안에 크게 하락했다(도표 4 참조). 유틸리티 업체들이 자신들의 사업모델을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 시점에는 이미 이러한 전환에 필요한 자금조달 능력이 크게 약화된 후였다.
화석연료의 성장이 끝날 것은 항상 예측되어 왔지만 코로나19 위기는 10년 이상 이를 앞당길 수 있다. 2019년에 이미 화석연료 수요가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시나리오가 사실이라면 많은 기업의 경제적 입지와 전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기존 사업모델에 대한 압력이 증가하고 저탄소 전환의 필요성을 강화하며, 또한 업계 내 기업통합을 가속화할 수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가능성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시장 시나리오를 재평가하고, 기존 투자 프로그램을 검토하며, 화석연료 매장량과 관련된 포트폴리오를 평가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장기적인 화석연료 가격하락에 대한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비용절감을 준비해야 하며, 또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혁신적으로 변경하고 궁극적으로 에쿼티 스토리(equity story)를 다시 쓰려는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화석수요가 정점을 찍었다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예상되는 탄소배출량은 1.5°C 목표는 물론, 파리 기후협약의 2°C 목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리고 화석연료 가격하락은 저탄소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기업과 정부에 새로운 경제적 도전과제를 야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