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ope 3: 직접적인 제품 생산 외에 협력업체, 물류 및 제품 사용·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외부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
지속 가능한 소비재 산업 – 새로운 기술이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소비재 기업들이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단순히 재설계하는 것을 넘어 ‘재창조’하는 방향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넷제로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소비재(CPG) 기업 중 상당수가 ‘넷제로(net-zero)’ 선언에 동참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문제가 존재한다. 소비재 산업 전반에 걸쳐 기업 경영진 및 최종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BCG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중 대부분 기업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GHG) 배출량을 절반 가까이 줄이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이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재설계하기 위해 탈탄소화 기술을 활용하고 있긴 하지만, 비즈니스를 다시 상상하여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하는 단계까지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혁신적인 기술 발전 없이도 ‘비즈니스를 재창조’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론, 언젠가는 기술 혁신이 이루어질 것이고, 이를 통해 수많은 기회가 창출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기업들은 현재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수용하고, 새로운 시장을 구축함으로써 앞으로 남은 8년간 기존 기술에 바탕을 둔 솔루션 규모를 더 키우고, 이를 통해 2030 넷제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본 아티클을 통해 BCG는 소비재 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혹은 새로운 시장을 개발하기 위해 반드시 취해야 할 광범위한 접근법을 탐구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지속 가능성을 발전시키는 데 가장 큰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기존의 솔루션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당연하게도, 환경적 지속 가능성에 전념하고 있는 소비재 기업들은 이 같은 변화를 추진하는 데에 있어 고군분투 중이다. 대부분 진정한 의미에서 지속 가능한 경영으로의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높은 불확실성을 감내할 수 있는 담대한 행동력과 시스템적 사고에 기반을 둔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된다. 여기에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확실성, 극심한 인플레이션, 공급망 붕괴 등의 불안정한 환경이 더해지면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과제를 먼저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자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기후 위기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종국에는 모두가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현재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기업들은 향후 중요한 녹색 자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기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상당한 효율성을 놓치게 될 것이다. 반면, 주도권을 잡는 데 성공한 기업들은 의미 있는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변화에 주저하면 위험이 따른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20년 동안 계속해서 증가해왔으며, 전 세계 CO2 배출량 또한 지난 2021년을 기점으로 반등한 뒤 기존의 최고 기록을 뛰어넘는 수준이 되었다.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C로 낮추기 위해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향후 3년 내 정점에 도달한 뒤 2030년까지 45%가량 감소해야만 한다. 소비재 기업은 이 같은 노력의 성패를 결정짓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이는 소비재 기업들이 주로 다루는 농·식품 공급망이 현재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31%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업계의 일부 선도 기업들이 의미 있는 행동을 시작했지만, 대부분 소비재 기업들은 여전히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BCG가 2021년 소비재 부문 포함 9개 산업 부문의 대기업 1,300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6%의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반면, 이들 중 오직 11%만이 지난 5년간 설정한 감축 목표에 따라 배출량을 줄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재 기업들이 진정한 지속 가능성 전환을 이루기 위해 ‘탈탄소화’는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대응이 늦은 기업들은 점점 더 큰 위험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중 한 가지만 언급하면, 지속 가능성 전환에 필요한 녹색 자원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머지않아 이 같은 자원이 얼마나 부족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BCG 예측에 따르면, 2025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 수요의 45% 정도가 공급 부족으로 인해 충족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해, 지속 가능성에서 뒤처지는 기업들은 주요한 가치 창출 기회를 놓치는 것은 물론, 효율성을 높일 기회 또한 잃게 될 것이다. BCG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빠르게 달라지는 소비재 부문을 포함한 6개 산업 부문에서 녹색 제품의 연평균 성장률은 비(非)녹색 제품들과 비교해 4~25%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넷제로 선언을 이행하지 못한 기업들은 소비자 및 투자자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재창조하라
지속 가능성 전환은 명확하게 정의된 목표와 전략, 로드맵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기업은 지속 가능성에 기반한 KPI(핵심 성과 지표)를 마련하고 비즈니스 검토 과정에 포함하는 등 기존의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지속 가능성을 통합해야만 한다. 소비재 업계에서도 많은 기업이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자체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핵심 비즈니스에 지속 가능성을 통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진전이 지나치게 느린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는 특히 탈탄소화 부문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탈탄소화를 위한 노력은 기술, 비즈니스 모델 및 시장을 기반으로 한 아래 매트릭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보기 참조)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오늘날 기업들은 ‘재설계’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효력이 증명되고, 규모가 갖추어진 저탄소 기술을 사용한 기존 솔루션을 통해 현재 비즈니스 모델 또는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2030년까지 목표 달성에 필요한 만큼 드라마틱한 탄소 절감 효과를 가져오지는 못한다. 게다가 기존 비즈니스에 재시동을 걸어줄 새로운 탈탄소화 기술이나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혹은 시장 발명을 지지하는 것만으로 소비재 기업이 남은 시간 탄소 배출을 감축하고, 지속 가능성을 추진하기 위한 규모 확장을 이루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지속 가능성 전환을 고려하는 소비재 기업’들은 반드시 <입증된 저탄소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솔루션을 확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혹은 시장을 창출하고, 비즈니스를 완전히 재구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특히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소비재 기업이 다루기 까다로운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 Scope 3’를 달성하는 데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Scope 3: 직접적인 제품 생산 외에 협력업체, 물류 및 제품 사용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외부의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 비즈니스 재창조는 특히 두 가지 영역에서 탈탄소화 동력을 높일 수 있다. 바로 ‘원재료(Input)’와 ‘포장(packaging)’이다.
[1] 원재료
소비재 기업이 제품을 생산할 때 사용하는 ‘원재료’는 잠재적으로 강력한 탈탄소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재생 농업’을 떠올려 보자. 오늘날 농업 비즈니스 시스템은 전 세계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무경운 농업이나 농작물 및 비 농작물, 해충을 제거하는 천적의 다양성 증진 등의 재생 농업은 토양을 더 비옥하게 만들고, 탄소 흡수원의 기능을 높여준다. 또한 농경지가 가뭄이나 홍수, 해충 및 기후 변화에 덜 취약하게 만들어주고, 그 결과 공급망의 전반적인 회복력을 향상하게 된다.
‘대체 단백질’에도 상당한 기회가 있다. 대체 단백질은 생산 과정에서 쇠고기 등 전통적인 육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양보다 훨씬 적은 양을 배출한다. BCG 조사에 따르면, 2035년까지 대체 단백질은 전 세계에서 소비하는 육류, 해산물, 달걀 및 유제품의 약 11%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동시에, 소비재 기업이 탄소 배출량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원재료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해초’다. 현재 전 세계에 존재하는 해조류는 연간 1억 7,500만 톤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데, 이는 전 세계 화석 연료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의 약 10%에 달한다. 해조류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에서 비료와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저탄소 원재료로 사용할 수도 있다.
많은 기업이 재생 농업이나 대체 단백질 분야에서 유의미한 진전을 이루었고, 해초류와 같은 새로운 원재료를 탐색하기 시작했지만, 이러한 노력의 수준은 여전히 파일럿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규모를 확장하기에는 발전 속도가 다소 느리다. 원만한 규모 확장을 위해, 기업들은 공급망의 상황이나 조달 방식, 공급업체와의 관계 등을 개선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를 실천하는 기업이 결국 차세대 비즈니스를 개척하는 선두 주자가 될 것이다.
[2] 포장
‘가지고, 만들고, 폐기하는’ 전통적인 경제 모델과 대비하여, 재사용 및 재활용에 기반한 ‘순환 경제’는 포장 측면에서 탄소 배출량 감축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순환성 격차 보고 이니셔티브(Circularity Gap Reporting Initiative)에 따르면, 오늘날 전 세계 경제에서 단 9%만이 순환 경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순환 경제를 위한 소비재 기업의 노력을 방해하는 제약 요소 중 하나는 제품 포장에 활용할 재활용 제품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다.
이는 순환 경제가 생산 및 제조업체, 소비자와 재활용 기업을 포괄하는 복잡한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문제의 개선을 위해, 기업들은 이니셔티브 전반에서 상호 연결성과 독립성을 평가하고, 순환 경제의 촉매가 될 수 있는 움직임과 개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시스템적 접근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의미한 성공을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수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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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재 부문 기업들은 분명히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지속 가능성을 포용하고 있다. 이는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많은 기업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당장 시급해 보이는 눈앞의 문제에 더 집중하면서, 소비재 산업의 지속 가능성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만 할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비즈니스는 물론, 환경적인 면에서도 큰 실수다. 기후 변화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기회의 창’은 빠르게 닫히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성공적인 지속 가능성 전환을 위해 기업에 주어진 시간 또한 줄어들고 있다. 절체절명의 이 순간, 과감하게 비즈니스를 재창조하여 변화를 가속하는 기업만이 지속 가능성 우위를 차지하며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